국감보도, 무용론 말고 ‘끝’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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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보도, 무용론 말고 ‘끝’을 보여줘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10.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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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18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끝났다. 이번 국감의 핵심 이슈가 무엇이었나를 떠올리는 게 쉽지 않다. 떠오른 쟁점을 살피고 분석하는 보도가 아니라 현장에서 벌어진 일들이 더 주요 뉴스로 보도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수감기관장들을 혼내는 모습이다. 목소리를 높이고, 아예 반말을 내뱉기도 한다. 국회의원들만 큰 목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요즘엔 외려 당당히 따지고 드는 피감기관 관계자들도 더러 보인다. 언론은 이럴 때마다 국감파행이라면서 이슈들을 빗겨나가곤 한다. 이런 모습만을 보는 국민들은 도대체 저런 국감을 왜 하느냐 하는 탄식과 함께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감을 갖기 마련이다.

올해 충북도 국감을 두고 지역언론은 맥 빠진 국감이라고 평가했다. 서면질의로 대체한 도교육청에 대한 국감을 두고 이럴 거면 국감이 필요 없다고도 했다. 국감을 기대했던 나도 맥이 빠졌다. 이슈가 없었던 게 아니다. 4대강 문제와 구제역 매몰지 관리에 대해 충북도가 제대로 행정을 펼쳤는지를 좀 따져봤으면 싶었다.

충북도교육청 국감에서는 도교육청의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의 징계 방침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학업성취도 평가를 위해 초등학생들을 밤 9시까지 보충수업을 시키는 게 정당한 것인지, 인조잔디가 학생들에게 정말 해가 없는지가 국감을 통해서 가려지길 기대했다.

사실 도의회 차원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지역언론이 제대로 비판의 날을 세워 보도한다면 사안의 본질을 충분히 따져볼 수도 있었다. 부족했다. 보도를 안 한 것도 아니고, 도의회가 문제제기를 안한 것도 아닌데도 피부에 와 닿질 않았다. 그래서 국감에서 다루어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파행 국감, 맥 빠진 국감이라며 지역언론은 국감 무용론으로 보도 방향을 잡았다. 이럴 거면 안하는 게 낫다는 거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국감 무용론부터 꺼내고 본 것은 마뜩찮다. 국감 무용론의 근거도 빈약하다.

맥 빠진 국감 언론이 AS하라

공무원들이 한 달 동안 밤을 새면서 국감 자료를 준비해왔는데 국감에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기에 허탈해한다는 게 이유다. 공무원들이야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공무원들의 허탈감이 국감 무용론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국감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나마 국감을 통해 알려지게 되는 사실도 많고, 바로잡히는 사안들도 많다.

언론은 무엇보다 불성실한 국회의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충북도 국감에서는 상당수 의원들이 출석조차 하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당 출신 지사를 감싸는 수준에 머물렀다. 도교육청 국감은 의원들끼리 싸우다가 아예 열지도 못했다.

얼마나 무책임한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감이라고 허투루 하는 게 아닌가. 18대 마지막 국감이라는데 의원들은 다른데 더 관심이 많았나보다. 충주의 윤진식 의원은 시장 재선거 때문에 국감기간 내내 단 이틀 출석했다고 한다. 이처럼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언론은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했다.

재탕 반복되는 이야기라 해도 국감을 통해서 제기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되짚고 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감 관련된 보도들을 보면 대부분이 단편적으로 전해질 뿐이다. 그나마도 보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국감이 끝나면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를 보고한단다.

이번 맥 빠진 국감에 대해 지역언론이 제대로 AS보도를 해주면 어떨까. 도 재정 건전성 문제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공무원 문제가 왜 해마다 반복되는지를 밝혀주고, 희망원 사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다시 한 번 점검해주면 좋겠다.

또 서면으로 대체하기로 했던 도교육청 국감은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는지도 꼭 보도해주길 바란다. 국감을 통해 나온 자료들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보여주는 것도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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