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사랑스런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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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사랑스런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11.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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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풀꿈도서관장

뽀얗게 안개가 낀 청주시내 도로에도 가을이 깊어져 노랗게 은행잎들이 내려앉았다. 떨어져 내리는 은행잎들과 울긋불긋 새 옷 입은 우암산자락을 둘러보면서 모두들 시인의 마음이 될 것 같은 좋은 계절, 가을이다.

이런 아름다운 계절엔 경치 좋은 곳에서 몇 시간이고 걷고 싶고, 좋은 사람들과 얘기 나누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이럴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아름다운 곳이 청남대다.

너른 풀밭에 의연하게 서 있는 반송들도 보고 싶고, 길가에 사열하듯 늘어서 하늘을 받치고 선 늠름한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푸르던 모습도 그립다. 헌데, 요즘 충청북도가 청남대에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건 대통령 길을 건립하겠다고 하는 소식이 들리니 심기가 좋지 못하다.

더구나 총사업비를 8억원(국비 4억원 도비 4억원)이나 들일 계획이라니 경실련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들과 국민들의 비난을 살만하다.

전직 노무현대통령이 민권회복의 취지로 내놓은 공간인 청남대에 좋은 나무를 심고, 꽃을 심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그곳에 쉬려고 나온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거든, 그 길에 알맞은 이름을 달리 찾는 것이 좋겠다. 사람의 이름을 딴 길이라면, 그 사람이 남긴 업적이나 존경심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업적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국민들과 소통도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비판받는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굳이 길 이름으로 하겠다는 것은 충청북도가 도민,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국민의 공간으로 내놓았으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편안하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살피는 것이 먼저이지, 현직 대통령에 잘 보이는 것이 뭐 중요한가. 국민의 뜻을 살피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혹여 잘 보여야 충북도에 혜택을 던져주는 현 정권이라면, 자존심을 더욱 세워야하지 않을까?

현 정권 들어 수도권규제를 철폐한 탓에 충북도를 비롯한 각 지방의 경제는 날로 힘들어져가고 특히 세종시수정안 강행처리로 충북도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그런데도 현직 대통령에 비판적이지 않은 의식을 가졌다면 도민으로서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4대강 공사를 강행해 온 나라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버린 현직 대통령의 행정을 이해할 수 없는 나로서는 충북도의 이런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

남쪽의 청와대로서 대통령들의 휴식을 위한 별장이었던 때에 골프장이었던 곳은 이제 그곳을 찾는 국민들이 돗자리 깔고 도시락도 먹고, 공놀이도 즐길 수 있는 너른 풀밭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센트럴파크 같은 공원을 부러워할 필요 없이 우리가 가진 청남대의 아름다운 공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이 열고, 배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권위적인 권력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그 곳, 청남대가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누릴 수 있을 때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도 우러나올 것이고, 그 뜻을 기려 대통령들의 이름을 길 위에 새기고 싶어질 것이다. 억지로 원하지도 않는데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내건다면 청남대를 찾는 이도 그리워하는 이도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청호를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푸른 숲길과 꽃길을 걸으며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곳, 아름다운 가을엔 알록달록 예쁘게 물든 낙엽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곳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세계 최고 금속활자 직지, 천연기념물 미호종개와 더불어 충청북도의 청남대도 아름답고 귀한 공간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열리고, 그래서 더욱 사랑받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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