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실미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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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실미도를 말한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1999.12.1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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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특수부대 '난동사건' 생존자 증언 입수
당시 소대장 청주거주, "그들은 역사의 희생양"

지난 71년 8월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민간인을 포함해 수십명이 교전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사건의 실체는 28년이 지난 현재까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해방 50년 특집기획 '한국의 의혹사건’ 등에 ‘실미도 특수부대 난동사건’ 이란 제목으로 이 사건을 다루어왔다.

인천에서 16km 떨어진 무인도인 '실미도' 에서 대북한 특수부대 훈련을 받던 대원들이 집단탈영해 서울로 진입하다 긴급출동한 군 · 경과 교전을 벌였던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교전 중에 살아남은 4명의 대원은 특수살인 등의 혐의로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총살형에 처해졌다.

특히 당시 특수부대의 교관으로 근무했던 김모씨가 청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청리뷰’ 취재진이 직접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과연 해방이후 대표적인 미스테리 사건인 ‘실미도 사건’ 의 실체는 무엇일까.

민간인, 전과자 훈련요원
1968년 1월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이 서울시내에 잠입해 청와대 문턱까지 다다랐던 '1 · 21 사태’ 가 벌어졌다. 이 때 유일하게 생포된 간첩이 김신조씨였다. 박정희 정권의 충격과 분노는 엄청났고 대북한 보복작전을 감행하기 위해 미국측과 긴밀한 협의를 벌이기도 했다.

같은 해 4월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은 대북 첩보 · 타격부대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기존의 대북 방첩부대 (HID) 이외의 별도 특수부대를 만들기로 했다. 이에따라 당시 중정의 대북 공작책임자였던 이철희 제1국장의 책임 아래 특수부대 창설임무가 주어졌다는 것.
실미도 특수부대는 공군 소속의 특수부대였고 당시 공군 참모총장을 지낸 장지량 예비역대장은 지난해 8월 '한겨레 신문' 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중정의 주도하에 특수부대 창설임무가 주어졌지만 육군과 해군은 (북파를 위한) 수송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중도에 해체된 것으로 안다.

중정이 시키니까 군은 어쩔 수없이 관리 및 운영임무를 떠맡게 됐다"고 밝혔다. 실미도 특수부대의 창설시점은 68년 4월이며 부대 이름도 이를 따 '684특공대' 라고 불렀다.
대원들은 민간인 범죄자 출신으로 가족들조차 모르게 차출됐으며 인천에서 16km 떨어진 실미도에서 북파를 위한 특수훈련을 받았다. 이들은 철저한 고립속에 신분증, 군번도 없는 특수요원으로 살인적인 침투훈련를 받았다. 당초 북한의 1 · 21 무장간첩단의 숫자에 맞춰 31명으로 구성했으나 4년간의 혹독한 훈련과정에서 8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70년 대북침투를 위해 백령도까지 진출했으나 당시 남북한 상호비방금지 협약이 체결되는 등 대북한 관계가 해빙되면서 작전이 취소됐다. 결국 수년간 반경 1.2km의 작은 섬에 갇혀 반복되는 훈련만 거듭하던 대원들 사이에 불만이 싹틀 수밖에 없었다. 특히 70년 대북침투 불발이후 보급지원이 급격히 악화되는 등 대원들의 사기마저 크게 떨어졌다.

최정예훈련 7명 사망
마침내 이들은 71년 8월 23일 낮 11시께 육지와의 통신망을 모두 끊고 김승준교육 대장(상사)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쳐 죽이고 내무반에서 잠자던 기간병 18명을 카빈소총으로 집단 사살한뒤 서울 진입을 시도했다. 부대를 무단이탈한 23명의 대원은 인천 송도에서 버스를 뺏어타고 서울 진익을 시도하다 영등포부근 유한양행앞에서 출동한 군 · 경과 교전을 벌였다.

하지만 사방이 포위된 사실을 알아챈 무장대원들은 버스안에서 수류탄 3발을 터트려 자폭하고 말았다. 현장에서 부상을 입고 살아난 4명은 특수살인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았고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건수사를 총괄지휘한 사람은 다름 아닌 공군 검찰부장 김중권대위(전 청와대 비서실장)였다.
하지만 생존자 4명에 대한 공판기록 등 1000여쪽의 수사기록를 지금까지 비밀사항으로 분류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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