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일기’는 어떤 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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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는 어떤 책일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3.08.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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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1일 보고서…결재·경연·접견·거둥·회의·상소 등 모든 것 기록
얼마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어졌다고 해서 온나라가 떠들썩했다. 여야 모두 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중요한 기록들이 왜 없는지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승정원일기’와 많이 비교됐다. 그럼 ‘승정원일기’는 어떤 책인가?

▲ ‘승정원일기’를 알기쉽게 분석한 ‘승정원일기, 소통의 정치를 논하다’ 박홍갑 등 지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승정원일기’는 조선초기부터 1910년 일제에 병합돼 나라를 잃을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써내려간 기록이다. 장장 500여년 동안 이어져 왔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 때 불타 현존하는 것은 절반에 불과하다.

 ‘승정원일기’는 왕의 비서실 역할을 하던 승정원에서 작성한 일기다. 왕이 하루동안 진행한 갖가지 일과 거둥, 경연과 신료들의 접견, 각종 회의와 지방에서 올라온 상소, 보고와 결재 등 왕에 관한 모든 것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영조와 정조가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한 기록을 의도적으로 없앴다고 하니 이 때도 굴절된 역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762년 임오년에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뒀다. 굶주림과 더위에 시달리던 세자는 8일만에 죽었다. 영조는 아들을 뒤주에 가둘 당시 세자로서의 자격을 박탈했으나 아들이 죽자 세자의 지위를 회복시키고 ‘죽음을 애도한다’는 뜻의 사도(思悼)라는 시호를 내렸다.

이 사건은 후에 ‘임오화변’이라 불리게 됐다. 그런데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에게 ‘승정원일기’에서 사도세자에 관한 기록을 지워달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해서 이 기록은 지워진다.

이런 일은 있었으나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 등을 볼 때 우리 선조들의 기록정신은 대단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제정된 것은 겨우 2007년이라고 한다. 그 전까지의 기록은 대통령 퇴임 후 사가로 실려가거나 훼손됐고, 예민한 부분은 없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시대와 비교해 볼 때 기록물을 관리하고 남기는 일이 너무 허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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