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크 사슴 뿔 자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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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 사슴 뿔 자르던 날
  • 남기윤 기자
  • 승인 2004.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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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혈과 녹용 얻고 농가소득 "일석이조"
충북 음성 소이 봉전리에 있는 한 사슴농장에 휴일을 맞아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매년 이맘때면 실시하는 연례행사로 사슴(엘크) 뿔을 자르는 날이기 때문이다.

목장 입구에 들어서니 뿔이 잘려 누워있는 것이 벌써 작업이 끝난 모양이다.
잠시후 반쯤 마취된 엘크가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400Kg의 커다란 몸집을 가누기가 힘겨운 듯 이 놈은 머리를 자꾸 땅에 들이박는다.

   
▲ 엘크사슴뿔 자르기전
완전히 수면상태에 빠지자 주인은 재빠르고 노련한 솜씨로 엘크를 안정된 자세로 취하게 한 후 한쪽 뿔에 새끼줄을 감는다. 마치 사람이 체했을 때 엄지손가락을 따기 위해 실을 감는 것과 같다.

잘려진 뿔에 소독을 하고 곧바로 피가 나오지 않도록 지혈제를 발라준다. 이어 같은 방법으로 반대편 뿔을 잘라 녹혈을 받아낸다.

녹혈은 사슴 한 마리당 보통 종이컵으로 20∼25개 분량을 받아낸다. 너무 많은 양을 뽑아내면 생명에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엘크는 매년 정기적으로 뿔을 잘라주어야 합니다"
전원사슴농장주인 민병철 대표는 엘크의 뿔은 하루에 1.5㎝씩 쑥쑥 자라 85일이 되면 녹용으로 유용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 8월 중순에서 9월이면 녹각으로 변하기 시작해 왕위쟁탈전을 위한 무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야생에서야 자기네들끼리 싸우니까 상관이 없지만 사육장에서는 완전히 녹각이 되면 서로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슴도 보호하고 녹용도 얻기 위해 매년 뿔을 자르는 것이다.

한국임상수의학회지(제15권, 제2호, 1998)에 따르면 녹혈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질을 증강하며 유기체의 기능을 제고시켜 허약체질과 어지러움증, 두통, 요통, 식용부진, 전신 무기력증에 효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신경쇠약과 병후 허약체질에 치료효과가 뚜렷하며 허약하고 추위에 약한 체질, 저혈압, 만성 혈액순환부전에도 효과가 좋다고 했다.

민 대표는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녹혈과 녹용을 드셔본 분들이 몸이 좋아졌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특히 감기가 걸리지 않는 것을 보니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민 대표가 사슴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제는 애들 말대로 도사가 다 됐다.

마취의 경우는 사슴이 몇 년생이고 무게가 얼마나 나가며 성질이 어떠한가에 따라 맞는 약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한다.

그러나 민 대표는 사슴을 사육장 한바퀴 돌게 하면서 뛰는 것을 보면 금방 알아본다. 뿔의 생김새만 보아도 얼마나 자란 것인지 안다.
사슴과 가족이 된 것이다.

"80년대 중반기부터 양록가들이 사슴을 사육하면서 축산업으로 자리를 굳혀 축산법에서도 가축으로 취급하게 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기후에 적응되고 생산활동이 좋다고 인정되는 사슴은 꽃사슴과 엘크, 붉은 사슴 등이지만 꽃사슴은 녹용생산능력이 낮아 대형종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민 대표는 양록에 대해 일러준다.

"초기에는 농가 수익이 괜찮았지만 지금은 생녹용 수입으로 가격하락 현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우수한 품질 개발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게을리 하지 하겠습니다."
양록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민 대표의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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