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감 후보단일화 나선 ‘지역의 어른’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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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감 후보단일화 나선 ‘지역의 어른’ 누구?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3.12.13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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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일보 L회장 예비주자 모임 주선 해프닝, 내수 골프장 사업 토지주 민원제기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교육감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주자들에게 지난 2일 똑같은 내용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예상후보님들의 1차모임을 갖고자 합니다. 참석바랍니다’ 일시와 함께 장소를 ‘C일보 회장실’로 적었다.

이같은 문자내용을 확인해본 결과 예비주자 A씨는 “문자받기 며칠전 C일보 L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보수 후보가 난립해 지역에서 걱정하는 여론이 높다면서 ‘내가 지역의 어른으로서 후보단일화에 역할을 해보고 싶다. 딴 분들은 다들 동의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얼굴도 못본 처지지만 신문사 회장직에 있는 사람이 전화를 하니 거절할 수도 없고 해서 ‘동의한다’고 했더니 이런 문자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 ‘골프장 가는 길’ 논란을 빚었던 형동리 농어촌도로. 후보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또다른 예비주자 B씨에게 확인해 본 결과 역시 똑같은 과정을 거쳐 문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지역여론이 보수진영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단 얘기는 잘알고 있지만 ‘언론사에서 이런 일을 하는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까말까 망설였는데, 다음 날 ‘모임 계획을 취소한다’는 문자가 와서 다행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연말 도교육감 선거 예비주자 7~8명을 ‘당황하게’ 만든 해프닝의 주인공 L회장은 ‘다행히’ 하룻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선거보도에도 중립을 요구받는 언론사에서 사주가 후보단일화를 적극 주선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공정성 시비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L회장은 “후보단일화를 위한 게 아니고 예상후보들이 많이 거론돼 그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보고자 한 것 뿐이다. 취지와 달리 오해소지가 있는 것 같아 다음날 바로 취소했다”고 말했다. 간접 취재결과 L회장은 신문사 내부논의 없이 개인적으로 ‘오버’ 하다 망신을 자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L회장은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운보의 집’ 주변 임야 일대에 추진중인 복합레저사업이 토지주와 법적분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07년 토지주들과 16만m²에 달하는 임야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부지에 미니골프장, 신문박물관, 미술관 등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11만여m²의 임야를 계약금·중도금 4억8000만원만 받고 잔금 8억1000만원을 6년째 받지 못하고 있는 한모씨(76)는 답답하기만 하다.

“금방 된다고 해서 잔금 지급날짜도 없이 계약서를 써줬다. 그런데 6년이 지나도록 안주는 바람에 가정이 파탄날 지경이다. 재판 신청도 했지만 중도금을 받은 것 때문에 그런지 패소했다”

L회장은 문제의 토지 매매계약을 (주)대한뉴스공사 C일보 사업단본부로 했다가 몇년뒤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주)C일보 재단으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이사는 L회장의 부인이 맡고 있다.

한편 사업 인허가 업무를 대행했던 Q씨는 “지난해 사무실 구조조정을 하면서 형동리 개발사업을 딴 사무실로 이관해줬다. 사업 관련 서류준비를 대부분 마쳤지만 계약금만 받고 접은 셈이다. 특별히 사업승인이 지체될 이유는 없었던 것 같고 토지주와 사용동의 문제 등이 해결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L회장은 “청원군에 허가서를 제출했으나 반려됐고 계속 진행중이다. 잔금은 계약서대로 전용허가가 나오는 시점에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지주 한씨는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수백만원하는 땅값도 아직 못받고 있는 토지주들은 또 어떡하란 말인가”고 하소연했다. 이에대해 일부에서는 ‘골프장 경기가 워낙 어려워 사업추진을 최대한 미루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L회장은 “일부러 지연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형동리 레저개발사업은 지난 2011년 청원군이 뜬금없이 폭 8m의 농어촌도로 1.2km를 개설해 특혜논란이 빚어졌다. 이 농어촌도로는 개발예정지로 연결됐고 도로개설 과정에서 C일보 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혜논란에 계약 민원까지 발생한 형동리 레저사업, 아무래도 ‘지역의 어른’에겐 어울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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