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은 운만 떼고 깃털이 알아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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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은 운만 떼고 깃털이 알아서 했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05.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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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용 전 교육감, 인사비리 간부 2명 항소심 실형 선고 연금 50% 삭감
유영훈 진천군수, 보조금 사채보증 배임혐의 기소 공무원 1인 시위 벌여
▲ 김주용 전 진천부읍장의 군청 앞 1인 시위 모습.
<사례1>
지난 4월말 진천군청 정문앞에서 공무원의 1인 시위가 벌어졌다. 주인공은 공무원노조도 아닌 김주용 전 진천부읍장이었다. 현재 대기발령 상태인 김씨는 유영훈 군수의 실명이 적힌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 실무팀장인 자신이 범인이 되고 유 군수가 무혐의 처리된 사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월 감사원은 진천의 모 영농조합 대표가 사채를 쓸 수 있도록 정부 보조금을 담보로 한 진천군 명의의 보증각서를 제공한 혐의로 유 군수와 담당 팀장인 김씨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군은 해당 영농조합을 보조사업자로 선정하고 ‘우리쌀 가공 공장 건립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보조사업자로 선정된 영농조합 대표는 자금압박에 시달렸고 진천군에 사채차입의 필요성을 호소한다. 방법은 군에서 지원할 예정인 보조금을 우선 지급해달라는 협조 요청이었다.

▲ 유영훈 진천군수

업무규정상 불가능한 일이고 일반의 상식으로도 허용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진천군 명의로 날인된 보조금(6억7200만원) 양도·양수 계약서가 작성됐고 보증용도로 사채업자에게 제공했다.

결국 해당 영농조합은 부도처리됐고 대표마저 자살하면서 진천군은 사채를 대신 갚아야하는 처지가 됐다. 당초 감사원은 진천군수가 담당 팀장인 김씨에게 사채차입 추진에 협조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있을 수 없는’ 보조금 양도양수계약서가 작성된 경위를 6급 팀장 한사람의 자의적인 행위로 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검찰 수사까지 의뢰했지만 결과는 감사원의 판단과 달랐다. 지난해 6월 유 군수는 무혐의 처분했고 담당팀장 김씨가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되면서 단독범행으로 마무리지었다.

검찰은 문제의 계약서에 진천군 명의의 도장이 아닌 김씨의 사인이 찍혔고 김씨 자신도 "유 군수의 결제나 지시를 받지 않고 혼자 날인했다"고 진술한 점을 처분이유로 들었다. 현재 김씨는 형사재판을 받고 있으며 약정금(사채) 청구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김씨는 정신적 중압감으로 본인은 물론 부인까지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례2>청주지법 형사항소2부는 지난달 24일 특정 직원을 승진시키려 근무평정 점수를 조작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로 충북도교육청 간부 공무원 2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초 해당 간부 공무원 김모씨(59)와 손모씨(58)에게 1심 재판부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양형을 높여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정 공무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근무평정을 상향 조정하거나 경쟁자를 하향 조정하는 행위는 승진의 의미가 남다른 공직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 이기용 전 교육감
감사원은 2012년 5월 도교육청에 대한 인사감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김씨 등 9명의 징계를 통보했다. 김씨 등은 2011년 7월 특정인이 승진될 수 있도록 근무성적 평정을 임의로 조정하거나 승진 대상자를 사전에 내정한 뒤 그에 맞춰 근무성적을 임의로 평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부서 책임자인 김씨 등 2명을 불문경고하는데 그치자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문제를 제기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인사비리 의혹 해소를 위해 감사 이상의 수사가 필요하다’며 이기용 전 교육감과 해당 공무원을 청주지검에 고발한 것.

검찰은 도교육청을 압수수색 하고 관련자들의 계좌추적과 통화내용을 분석하는 등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결과는 시민사회단체의 판단과 달랐다. 지난해 11월 이 전 교육감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고 김씨 등 2명만이 기소됐다.

도교육청 인사과장을 맡았던 김씨는 감사원 조사 당시 “교육감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가 추후 번복했다. 김씨는 실형선고가 확정되면 해임 이상 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연금도 절반밖에 받을 수 없게 된다.

무소불위 인사권앞에 현직을 거는 승부수(?)

두 사건은 공통점은 감사원의 1차 조사를 통해 범죄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불법적 업무행태를 누구보다 잘 꿰뚫어 볼 수 있는 기관에서 1차로 판단했다. 그 판단은 최종 결정권자인 기관장의 관련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진천군 사채보증 사건의 경우 군수까지 고발조치했고 도교육청의 경우 김씨가 진술을 번복하자 인사위원장인 부교육감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모든 사건조사에서 당사자의 1차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진천군, 도교육청 모두 기관장의 지시사실을 인정했다가 추후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이후 진천군 김주용씨는 진천부읍장으로 인사조치됐고 도교육청 김씨는 소속 기관장으로 영전했다. 김주용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감사원 조사를 받은 후 유군수가 ‘재산이 있으면 타인명의로 해놔라, 나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두 기관장의 답변에서도 공통점이 발견된다. 유 군수는 “보조사업자가 ‘도와달라’는 민원을 내 주무 관계자를 불러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을 뿐이다. 보조금 양도양수계약서 작성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재산의 타인 명의로 전환에 대해서도 “쓸데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이 전 교육감은 “인사의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다. 특정인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기관장들은 ‘운만 뗐을 뿐’인데 담당 공무원들이 ‘알아서 긴’ 셈이다.

자신의 직을 건 모험(?)이었고 그 결과는 가혹했다. 30여년의 공직생활이 물거품이 됐고 경제적 피해까지 떠안아야 하는 파국을 맞은 것이다. 특히 이 전 교육감은 지사 예비후보도 사퇴하고 칩거중인 상태다.

대법원 상고를 준비하고 있는 김씨를 알고 있는 지인 A씨는 “서울 로펌에 의뢰했는데 상고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별 기대할 게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항소심 심리때는 이 전 교육감이 한참 지사 예비후보로 활동중인 때라 진술 번복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평생 잊지못할 고통일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때늦은 대응, 사회적 인정·법적 진실에 한계

형사처벌을 받게 된 두 기관 공무원들의 대응에 차이점이 있다. 우선 6.4 지방선거에 입후보한 유영훈 군수에 대해 김씨는 뒤늦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작년 6월 군수가 무혐의되고 자신이 기소됐을 때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점이 의문이다.

또한 유군수측은 사건초기부터 자신의 관련성을 적극 부인해왔다. “뒤늦게 양도양수계약서 존재사실을 알았고 팀장 김씨의 사적 행위”라고 금을 그었다. 지방선거 코앞에서 김씨가 공개적인 시위를 벌인 것에 대해 지역 언론은 부담스런 입장이다. 그동안 수세적 입장에서 공세적 입장으로 바뀐 시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군청 주재기자 Q씨는 “정황적으로 의심도 가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김씨의 반론이 허술한 측면이 있다. 군수가 주재한 대책회의 간부들이 한결같이 보조금 선지급 방식은 곤란하다고 했는데도 군수 결제도 없이 채권보증 방식을 혼자 실행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문제를 일으킨 영농조합 대표가 숨진 상태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선거기간이다보니 후보간 유불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언론사들도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유 군수에 대한 수사의뢰 배경에 대해 “대책회의 간부들이 보조금 선지급이 곤란해 해결방법이 없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팀장인 김씨만 사무실에 남게 한 후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그 ‘다른 방법’을 사채 보증 방식으로 판단했고 승진을 앞둔 상황에서 군수에게 ‘열심히 해보겠다’고 답변한 뒤 일을 추진했다는 주장이다.

도교육청 김씨는 1심 재판부가 벌금형 선고를 하면서 “범행을 지시한 사람은 없고 실행자인 피고들만 기소된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몸통’이 제외된 ‘깃털’을 지칭한 것이고 상급심에서 진실을 밝히라는 언질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항소심에서 재차 ‘자신이 한 일’이라고 진술했고 재판부는 오히려 중형을 선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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