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이 성적에 연연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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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이 성적에 연연해하지 마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14.07.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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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꿔주는 맥스 루케이도의 <너는 특별하단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

맥스 루케이도가 쓴 <너는 특별하단다>라는 동화책이 있다. ‘나무 사람’인 웸믹들의 생활 이야기다. 목수인 엘리는 나무 사람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정성을 기울인다. 장인 정신이다. 그렇게 만든 나무 사람(웸믹)들이 날마다 같은 일을 한다.

별이나 점이가 붙은 스티커를 들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붙인다. 별은 금빛이 나고 점은 잿빛이 난다. 결이 곱고 색이 고운 웸믹은 별표를 받고 결이 거칠고 칠이 벗겨진 웸믹은 점표를 받는다. 재주가 좋거나 힘이 센 자들, 운동을 잘 하거나 단어를 잘 외는 자들, 노래를 잘 부르는 자들은 별표를 받는다.

정말 아무 재주가 없는 펀치넬로는 점표만 달고 다닌다. 기분이 울적해진다.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그러던 어느 날 펀치넬로는 우연히 루시아를 만난다. 루시아의 몸에는 별표도 점표도 없었다. 엘리를 만나보라 했다.

   
▲ 제목: 너는 특별하단다
지은이: 맥스 루케이도
옮긴이: 아기장수의 날개
출판사: 고슴도치
엘리 아저씨를 찾아간 펀치넬로는 자기 몸에 잔뜩 붙은 점표들이 부끄러웠다. “저도 이런 표를 받고 싶진 않았어요. 전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이 말에 목수가 말한다. “내게 변명할 필요는 없단다.

난 다른 웸믹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 않는단다.” “정말요?” “물론, 너도 그럴 필요가 없지. 누가 딱지를 붙이는 걸까? 그들도 너와 똑같은 나무 사람들인데. 펀치넬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단다. 난 네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

“근데, 루시아의 몸에는 왜 딱지가 붙지 않나요?” “루시아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지. 그 딱지는 네가 붙어 있게 하기 때문에 붙는 거란다.” 펀치넬로가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몸에서 점표 하나가 떨어져 나간다.

인간 세계에서 사람들이 서로 칭찬과 비난의 딱지를 붙이는 것, 상과 벌을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창조주 앞에서는 별 의미 없는 것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 동화를 꼭 종교 동화로만 읽을 필요는 없다. 왜냐 하면, 엘리 목수님을 신이 아니라 부모로 읽을 수도 있고, 친구로 읽을 수도 있으며, 우리 자신으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 성장 자체에 주목하면 행복

특히 오늘날 학교 세계는 아이들을 잘 하는 아이와 못 하는 아이로 나눈다. 마치 그렇게 분류하는 것이 학교 본연의 임무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한 아이가 한 가정에 태어났을 때 쓸모 있는 아이와 쓸모없는 아이로 나눠지던가? 아니다, 그 어떤 아이도 쓸모없는 아이는 없다. 모든 아이가 소중하다.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이요 부처님의 마음이자 우주의 마음이다. 그래서 모든 아이는 ‘우주의 선물’이다.

그런데 가정에서 그렇게 소중하게 여겨지는 아이들이 학교만 가면 모든 게 달라진다. 수, 우, 미, 양, 가로 분류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1등부터 꼴찌까지 순서를 매긴다. 그렇게 사다리 질서를 만들어 놓고 우리는 자기 아이들이 가능한 한 1등 그룹에 들도록 하기 위해 애를 태운다. 선행학습을 시키고 회초리를 들고 닦달을 한다. 부모는 부모대로 힘들고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미 이 동화가 말해주고 있다. 몸에 아무런 딱지도 달고 있지 않은 루시아가 실마리를 준다. “루시아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지. 그 딱지는 네가 붙어 있게 하기 때문에 붙는 거란다.”

결국, 펀치넬로가 루시아처럼 자기를 만들어준 목수님의 사랑을 믿고, 자기 자신을 믿기 시작하는 순간 점표 딱지가 하나씩 떨어져나간다. 그렇다. 우리가 자녀들의 성적표를 보더라도 점수에 연연해하지 않고 등수에 연연해하지 않으면서 아이 그 자체의 성장에 주목한다면 아이에게 붙은 불필요한 딱지들이 하나씩 떨어져나갈 것이다.

아이가 어떤 점수를 받고 집에 오더라도 우리는 아이를 부둥켜안으며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어이구, 우리 새끼, 이렇게 쑥쑥 잘 크고 있으니, 얼마나 좋아? 성적 같은 건 아무 필요 없어. 네가 최선을 다했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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