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서류 위조해도 지자체 사업수주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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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서류 위조해도 지자체 사업수주 상관없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08.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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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A업체 사문서 위조 형사처벌 불구 충북도 행사 연속 수주해 눈총

입찰 서류를 위조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공사도중 실격처리된 업체가 아무런 행정제재도 받지 않은채 지자체 사업을 잇따라 수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제천시는 지난해 7월 제2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박람회를 주관하며 행사대행업체를 제안공모 방식으로 선정했다. 총 3개 업체가 신청해 경합을 벌였고 청주 A업체가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A업체는 허위조작된 실적증명서를 제출해 정량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업계의 제보를 받은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수사 결과 A업체가 제출한 5건의 실적증명서 중 3건이 허위로 밝혀졌고 발급기관도 모르게 위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주시생활체육협의회로부터 2013년 충북생활체육대회 대행사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증명서를 2011년, 2012년 2년 연속 수행한 것으로 2건을 위조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A업체는 벌금 5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제천 평생학습박람회 사문서 위조 3건

이에대해 업계 관계자는 “말이 사문서지 실제로는 지역의 생활체육연합회와 같은 공공단체의 명의를 위조해 사용한 것이다. 그 위조문서로 지자체의 공무집행을 유린하고 부당한 이득을 챙긴 것인데, 검찰이 약식기소로 끝낸 자체도 의문이다. 더구나 이같은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이후 다른 지자체 입찰에 버젓이 참여해 계약을 따냈다. 결국 업계에서 잡아준 도둑을 검경이 적당히 풀어주고 지자체가 배를 불려주는 셈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의 수사결과를 통보받은 평생학습박람회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9월 A업체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A업체는 포기각서를 제출했고 위약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런 행정적 제재조치(부정당 또는 입찰방해 업체 지정)도 받지 않았다.

이에대해 A업체 관계자는 “위약금으로 1억5000만원을 물어냈고 이미 지출된 억대의 과업수행비도 모두 날린 셈이다. 행정제재는 없었지만 심각한 경제적 제재를 받아 회사 대표도 바뀌고 상호도 바꿨다. 반칙에 대한 응분의 처벌은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업체의 실적증명 위조의혹이 경찰에 제보된 것은 지난해 4월 <충청리뷰>의 보도기사가 실마리가 됐다. 당시 충북테크노파크가 주관하는 솔라페스티벌 행사 입찰 비리의혹에 역시 A업체가 등장했던 것. A사가 제출한 실적에 이미 폐업한 동명의 다른 회사 실적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충청대학교 산학기업 A사가 폐업하면서 근무하던 직원 송모씨가 1년뒤 신설 법인을 설립하면서 A사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게 된 것. 이름만 같은 뿐 사업자등록번호도 다른 별개의 회사였다. 하지만 학교기업 A사의 실적증명원을 발부받아 충북테크노파크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같은 해 A업체가 최종계약한 제천 평생학습박람회 행사대행사 선정에 대한 진정서가 경찰에 접수됐던 것.

A업체는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문서위조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벌금 500만원으로 책임을 벗고 영업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충북도의 ‘제12회 산림문화행사’ 대행사를 맡았고 올 4월에는 ‘청남대 봄꽃축제 영춘제’를 수주했다.

또한 오는 9월 열리는 ‘제4회 중국유학생 페스티벌’ 행사대행 공동도급사로 선정돼 충북도와 관련된 행사에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계약금액이 7억원이 넘는 중국유학생 페스티벌 대행사 공모과정에서 또다시 물의를 빚었다.

당초 제안공고에 업체인식을 막기 위해 제안서 제본을 ‘좌철’(왼쪽으로 묶음)하도록 명시했으나 A사는 ‘상철’(윗쪽으로 묶음)로 제출했던 것. 실격 사유가 분명함에도 충북도 담당부서에서는 마감시간을 넘긴 채 ‘좌철’로 바꾼 A사 제안서를 접수했다.

‘반칙’이 ‘원칙’ 비웃는 비정상

이에대해 업계 일부에서는 “A업체 선정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행사 대부분이 충북도나 산하 기관이 발주한 경우다. 중국유학생 페스티벌도 지역방송의 집중보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조치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업계에선 A업체 직전 대표의 부친이 충북도 고위간부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북테크노파크가 발주한 2012년 충북솔라페스티벌의 경우 도청 실무간부가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뒤늦게 대행사 선정기준을 바꾸고 재공고를 내는 소동이 벌어진 것. 당초엔 행사가 전시 이벤트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전시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업체로 제한했다. 하지만 입찰공고 몇시간만에 ‘전시 라이센스’ 조항이 삭제된 채 변경공고를 게시했다.

문제는 당시 A업체가 ‘전시 라이센스’가 없었고 결국 변경공고뒤 최종 계약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도청 실무간부가 A업체가 선정되도록 지렛대 역할을 한 셈이다. ‘반칙’이 ‘원칙’위에 군림하는 비정상은 정상적인 행정프로세스에선 나올 수 없다. 원칙을 얘기하며 뒷전에선 반칙과 손을 잡는 관료들이 결국 비정상을 양산하는 장본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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