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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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없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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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자치행정부장
올해도 어김없이 여성주간이 돌아왔다. 여성발전기본법에 의거 각 지방자치단체는 7월 1~7일까지 여성주간 행사를 열고 있다. 여성의 발전을 도모하고 범국민적 양성평등 의식을 확산시키자는 게 이 행사의 목적이다. 올해 주제는 ‘함께 일하고 같이 키우면 모두가 행복해집니다’였다.

이에 따라 충북도에서는 기념식과 평등&건강한 가정을 위한 심포지움, 양성평등 백일장, 성평등의식 향상교육, 여성영화제, 비정규직 여성근로자 권익증진을 위한 토론회 등을 열었다. 그리고 청주시에서는 기념식과 주부시낭송대회, 시극공연, 가족영화제 등을 선보였다.
그러나 올해가 벌써 9회째를 맞는데 이 행사에 가보면 전혀 고민없이 이뤄지는 의례적인 잔치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말이 잔치지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여성부에서 돈을 내려 보내니까 해마다 하는 행사에 불과하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여성단체, 각 동의 주민자치센터별로 동원된 인사들이지 순수한 목적으로 오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기념식이 끝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이를 금방 알 수 있다.

여성발전 유공자와 유공단체 표창 또한 단체별로 ‘돌아가는’ 수준이다. 아마 웬만한 여성단체 임원치고 여성주간에 상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평등부부 또한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정하는지조차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올해는 여성주간이 장마철과 겹쳐 객석 채우기가 여느 해보다 더 힘들었고,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결과 발표 등 굵직한 이슈에 가려 언론에도 별로 보도되지 않았다. 아니, 언론에서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지난 2일 청주시 여성주간 기념식이 끝나고 난 뒤 국민생활관에서 벌인 ‘도전과 화합의 장’은 마치 동네 아주머니들을 불러놓고 하는 떠들썩한 뒷풀이 장 같았다. 시는 추억만들기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지만 마을잔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여성들을 위한 행사라고 하면 왜 영화제와 주부 시 낭송대회 밖에 없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영화제는 해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꼭 끼는 단골 프로그램이고 이번에도 충북도와 청주시 두 군데서 열었다. 하지만 영화제와 시 낭송대회는 여성주간이 아니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정이 이런데 굳이 여기서조차 이런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변화마인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여성주간 행사를 대폭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어떻게 이런 밥상을 차려놓고 여성발전과 성평등의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차라리 이와 관련된 토론회를 연속적으로 여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구색만 갖춰놓은 행사보다는 필요한 부분만 살려 특성화하는 것이 더 나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성평등의식 제고는 여성들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남성들과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여성주간에 참석하는 남성이라고는 축사와 기념사를 맡은 단체장, 기타 부대행사에 출연하는 사람들 밖에 없다. 남녀가 함께 참석하되 21세기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잘못된 성평등의식을 바로잡아 주는 모델로 여성주간이 자리매김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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