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곧 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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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곧 법이니라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4.10.2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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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백제 제29대 법왕의 이름은 선(宣)이며 효순(孝順)이라고도 한다. 개황(開皇) 10년 기미년(599)에 즉위하여, 이해 겨울 조서를 내려 살생을 금하고 민가에서 기르는 매 같은 새들을 놓아주게 하고 또 고기 잡는 도구를 불태워 모두 금지시켰다.
이듬해 경신년에는 30명에게 승려가 되는 것을 허락하고, 당시의 수도 사비성에 왕흥사를 세우게 하였지만 겨우 터를 닦고 죽었다.
<삼국유사 흥법 제3 법왕이 살생을 금하다 중에서>

한국 18대 대통령의 이름은 근혜이며 그네(3인칭)라고도 한다. 개헌(改憲) 26년 계사년(2013)에 취임하여, 유체이탈의 화법으로 적폐를 금하고 민간의 소통수단인 SNS를 감시하게 하고, 7시간의 비밀을 물으니 모독이라 하여 모두 금지시켰다.
이듬해 갑오년에는 230명의 의원들이 바라는 개헌을 불허하니, 당대표 무성이 개헌을 거론하였지만 겨우 하루 만에 잘못을 빌었다.

백성들이 살생의 과보를 면하게 한 법왕은 좋은 왕이었을까? 순차적인 교화가 아니라 일거에 고기 잡는 도구를 모두 불태웠다니 법왕은 ‘자신의 말이 곧 법’인 독재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27년이 흘렀다. 그동안 5년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거나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을 제안하는 개헌론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230명의 의원들이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모든 책임을 정치권, 특히 야당에 전가하는 박 대통령은 개헌논의 불가를 못 박았다. 이른바 경제 블랙홀 이론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불가피를 주장했다가 하루 만에 사과한 것을 보면 ‘짐이 곧 법’이었던 제왕적 독재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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