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한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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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한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 충북인뉴스
  • 승인 2014.11.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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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한국어학자 노마 히데키의 <한글의 탄생>
   
박순원
시인·<딩아돌하> 편집위원

나는 한글이 정말 신비로운 문자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글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한 분들께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묻기도 하고, 혼자서 몇 권의 책을 읽고 나름대로 조금 공부를 하였다.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 그리고 훈민정음이 한글로 이름을 바꾸면서 민족의 문자로 정립되는 과정은, 어떤 면에서 정말 기적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한글을 쓰고 있는 이 당연한 현실은, 상식을 뛰어넘고 통념을 전복하는 선각자들의 비상한 통찰과 노력의 결과이다. 물론 그 선각자의 맨 앞에는 세종대왕이 있다.

어떻게 소리를 받아쓸 수 있는 기호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어떤 상황에서 어떤 필요에 의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세종대왕이 그런 제안을 했을 때 신하들이 그 말씀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아무튼 어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국가의 기틀을 바로잡으려는 세종대왕의 획기적인 발상은,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 후손의 일상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는 유산을 남기게 되었다.

나는 ‘자주정신, 애민정신, 실용정신’이 훈민정음의 3대정신이라고 배웠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되는 훈민정음 서문을 조목조목 분석 정리한 결과이다. 그러나 나는 ‘자주정신’에는 조금 의문을 품는다.

세종대왕이 그 시대에 중국을 다른 나라로 생각했을까, 그 시대에 중국에 대한 대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자주성, 자주정신이라는 말 또는 그와 유사한 개념이 있었을까. ‘말이 중국과 다르다’는 표현은 달라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 아니라, 달라서 불편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을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꾸준히 가지고 있었다.

   
▲ 제목: 한글의 탄생
지은이: 노마 히데키
옮긴이: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출판사: 돌베개
책 <한글의 탄생>은 민족주의적 맥락이 아닌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한글의 구조를 통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매력을 끄는 저작이다. 저자는 수십 년 동안 한국어 교육과 문법 연구에 전념해 온 일본인 학자이다. 이 책은 한글이 지닌 ‘훌륭함’을, 언어학적으로, 문자론적으로 나아가 인류의 지(知)라는 넓은 시야에서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논증하고 풀어나간다. 한글의 성립과 역사뿐 아니라 그 지의 세계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독창적인 해석과 독특한 시각 돋보여

역자들은 후기에서 <한글의 탄생>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독특하고 품위 있는 문체. 둘째, 기존의 여러 연구에서는 언급한 적이 없는 ‘훈민정음’과 ‘한글’에 관한 독창적인 해석과 독특한 시각.

셋째, ‘훈민정음’, ‘한글’에 대한 기존의 언급에서 종종 접할 수 있듯이 자칫하면 민족 우월주의로 빠질 수 있는 부분을 어디까지나 지(知)의 경지로 심화한 점. 넷째, ‘한글이나 한국어가 이렇다’ 하고 한국어의 세계만을 논한 것이 아니라, 언어학적인 궤도 안에서 일본어와 대조하며 한글과 한국어를 제시함으로써,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언어학적인 이야기를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스토리로 전개한 점.

<한글의 탄생>이 ‘훈민정음’과 ‘한글’에 관한 독창적인 해석과 독특한 시각으로 지적인 차원에서 전개된다는 것은 차례의 몇 가지 항목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문자를 〈만든다〉 - 한자의 자기장에서, 문자를 〈만든다〉 - 공기의 떨림에서 음을 잘라낸다, 사분법 시스템의 충격, 음의 변용을 〈형태화〉하다 - 형태음운론으로의 접근, 〈정음〉 - 혁명파와 한자한문 원리주의의 투쟁, 〈정음〉이여 음을 다스려라 - 『동국정운』, 〈정음〉이여 삼천세계를 비추어라 - 유불도의 길, 〈정음〉이여 천지 우주를 배우라 - 『천자문』, 〈정음〉이여 우리 가락을 - 『두시언해』와 시조 등등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주제들이 즐비하다.

본문 또한 그 호기심과 기대를 충분히 충족하고도 남을 정도로 주도면밀하고 섬세하다. 역자들이 첫째로 꼽는 장점, 독특하고 품위 있는 문체는 직접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다. 언어와 문자에 대한 해박하고 심오한 사고가 쉽고 편안한 문체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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