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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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
  • 충북인뉴스
  • 승인 2014.12.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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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이진경 씨가 독자들과 교감하며 쓴 책 <삶을 위한 철학수업>
   
김주란
청주시립 서원도서관 사서

외형적으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고, 고대로부터 중세, 근대, 현대의 역사적 과정은 개인의 자유를 확대해온 것이었기에 현대의 우리가 자유롭지 않다고는 생각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 자유로운가? 그리고, 그 자유란 무엇인가?

대안연구자공동체 수유너머(N)에 몸담고 있고,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로 있는 철학자 이진경 작가는 ‘자유’라는 테마로 이 책을 썼다.

<삶을 위한 철학수업>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문학동네 인터넷카페에서 독자들과 교감하면서 강의 형식으로 연재한 20편의 글을 묶은 것이기 때문인데 논리적이고 개념적인 자유에 대해 이야기 한다기보다는 일상에서 만나는 현실적인 생각거리로서의 자유 이야기가 담겨있다.

자유를 말하기위해 작가는 삶, 만남, 능력, 욕망이라는 4가지 주제아래 꼭지마다 5편씩 생활 속의 화두를 꺼내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무데나 펼쳐 읽어도 쉽게 그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생활과 철학이 접목된 이야기다.

   
▲ 제목: 삶을 위한 철학수업
지은이: 이진경
출판사: 문학동네
작가는 자유란 억압이나 구속이 없는 상태, 혹은 이런저런 선택의 가능성이 넓은 제도나 조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자유를 위한 필요한 조건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자유로운 삶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에 스스로 그 상태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첨가되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를 옥죄는 강제나 억압이 있어도 자유로울 수 있고, 가난한 자의 자유, 감옥에 갇힌 자들의 자유도 가능하다.

왜냐하면 자유란 이런저런 조건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발권되는 티켓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든 나 자신이 만들어가야 할 세공품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러 선택지의 유혹 앞에서도 자신이 하고자하는 것을 하는 능력이고 이런저런 제약과 구속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을 충분조건으로 한다. 그렇기에 어떤 상태에서도 우리는 그 자체로 자유롭다고 할 수 없지만 어떤 상태에서도 자유를 향해 걷기 시작할 수 있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라”

자유와 행복을 향한 출발점을 설명하면서 작가는 미국소인협회의 결정을 한 예로 들었다. 그 이야기는 나의 마음에 강하게 꽂히는 감동을 주었는데 그들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와 세상을 향해 던진 메시지는 작가 이진경이 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있는 자유의 진정한 의미와 작은 용기를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소인협회(Little People of America, LPA) 소속의 이른바 난쟁이라 불리는 장애인 단체 회원들의 상당수는 소인증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어 사지연장술로 소인증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치료를 거부하고 항의시위에 나섰다고 한다.

그들은 평균 신장이라는 사회적 척도에 맞춰 사지를 연장할 게 아니라 그 사회적 척도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몇 년 동안 자신의 일상을 중단한 채 치료를 위해 휠체어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했다고 한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 주목하는 부분과 의견은 듣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부분은 그들과 같은 장애인들이 교정의 희망에 자신을 희생하기보다는 자신의 신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소망하는 신체나 경제적 조건 같은 것 없이는 자유와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고 믿는 이에게 자유와 행복은 결코 다가가지 않을 것이다.

각자에겐 각자의 자유가 있다. 모든 자유와 행복은 자신의 현재, 지금의 몸과 지금의 조건을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그 가능성이 시작된다. 딸아이는 요새 저녁을 굶는다. 살을 빼야한다는 말을 무슨 주문이라도 되는 양 항상 중얼거리며 먹을 것 앞에서 감사의 마음은커녕 온갖 짜증을 내곤 한다.

하지만 방년 16살 한창 물오를 나이에 다이어트가 잘 될 리 없다. 물론 한창 외모에 신경 쓸 나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갖는 그 가치관이 외부로부터 강제된 것인지, 자신이 진정 추구하는 것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 보라고 말해야겠다.

작가는 이 책의 부제처럼 자유롭기 위해서는 작은 용기를 내야 한다고 요구한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거창하지 않은 작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한 줌의 용기는 주어지는 것에 대한 순응에서 기존 가치들이 가리키는 방향에서 슬쩍 벗어나는 것에서 가능해진다.

이 작은 벗어남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 줌의 용기면 충분하다. 한 줌의 용기는 작은 문턱을 넘게 하고, 문턱을 없애는 과정에서 더불어 자유를 향한 삶은 시작된다. 자유는 먼 곳에 있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우리가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느낄 때,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것처럼,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고민하는 출구이다. 이런 사유와 욕구가 철학이다.<삶을 위한 철학수업>은 자유롭기 위해서 보아야 할 것들을 담았다. 삶이 자유롭기를 바라는 소시민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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