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이름은 잊었지만 선례는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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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이름은 잊었지만 선례는 남는 것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12.2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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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체장 인사·개방형 공모제 ‘비정상’ 관행이 때마다 갈등 빚어
▲ 공무원노조의 부단체장 ‘낙하산 인사’ 반대에 충북도가 어떤 답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충북도·청주시가 때아닌 인사논란에 휩쓸리고 있다. 어차피 ‘인사는 백점이 없는 것’이고 논란은 잦아들기 마련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똑같은 논란이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더이상 장기적인 숙제로 미루기보다 민선 6기에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충북도는 시군 부단체장 낙하산(?)인사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반발이 재연되고 있다.

청주시는 전임 시장이 임명한 출자·출연기관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 여기에 개방형 공모제로 뽑은 충북도·청주시 감사관이 모두 공무원 출신이라 시민사회단체로 부터 ‘눈가리고 아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이하 공무원노조)는 16일 성명에서 “기초자치단체의 모든 인사권은 법적으로 해당 단체장에게 있지만 광역자치단체로부터 그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국·도비 재정 지원과 상급기관 감사 권한을 무기로 기초자치단체 부단체장 인사를 충북도에서 일방적으로 내리꽂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원노조는 “지난해 2월 ‘2015년 정기인사부터 부단체장 인사를 1대1로 평등하게 교류 시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공무원노조와 충북도의 합의 이행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속초시, 부시장 자체 승진 강행

특히 도내 11개 시·군 가운데 충주시를 비롯해 제천시, 음성군, 옥천군, 영동군 등 5개 시·군 단체장이 이같은 공무원노조의 요구에 동의했다. 도내 시장군수협의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전북도의 경우 올해 도내 5개 시군과 부단체장 교류 인사를 단행했다. 전북도는 지난 20일 시군 부단체장 교류 인사로 정읍시와 남원시, 장수군, 순창군, 고창군 등 5개 시군 부단체장 인사명단을 발표했다. 강원도의 상황은 한걸음 더 나간 상태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지난 22일 명예퇴임하는 부시장 후임에 기획감사실장을 자체 승진시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6·4지방선거 공약 이행과 책임정치를 통한 신뢰행정 구현, 공직 내부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강원도는 이미 시군과 ‘1대1 인사교류’를 실시하고 있지만 속초시가 ‘자체 승진’이란 강수를 둔 것이다. 최근 원주시도 자체승진을 시도하다 도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 결국 전국적으로 부단체장 낙하산 인사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반발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해 1월 기초자치단체 ‘복수 부단체장’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일반직 부단체장을 도지사가 임명하고 별정직 부단체장을 시장군수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시·군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면서 시·군의 인사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대통령직 인수위에 이같은 제도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마당에 전국적으로 고위 직급 새 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여론의 반대가 뻔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사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지방자치제 정신에 따라 시군 동의하에 부단체장 인사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1 대 1 인사교류를 우선도입해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시군 자체 승진제로 넘어가는 데 연착륙 할 수 있을 것이다. 완급 조절에 대해 도민과 공무원노조를 설득시키는 것은 지사의 몫이다.

선거뒤 전임 임명직 몰아내기(?)

청주시가 출자한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 곽승호 대표(64)가 지난 19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게 도리”라고 사퇴 이유를 덧붙였다. 하지만 시 고위 공무원 사퇴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역시 똑같은 권유를 받은 시설관리공단 강대운 이사장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두 기관장의 행보가 엇박자가 되다보니 시의 사퇴압박 사실이 드러났고 핫이슈로 떠올랐다. 일부 언론에서는 임기 1년을 남긴 강 이사장이 사퇴 거부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아름다운 용퇴’라는 표현으로 자진 사퇴를 종용하는 논조다.

결국 지방자치단체도 중앙 정치권의 선거 뒤 정략적 ‘물갈이 인사’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물론 선거에서 자신의 임명권자가 교체됐을 경우 그 시점에 물러난다면 ‘아름다운 용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선 6기 출범 6개월을 맞아 임기를 남겨둔 기관장을 등떠미는 것은 구태의 단면이다.

이같은 구태 관행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단체장 뿐만 아니라 공무원 조직 전반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인사적체를 이유로 정년이 임박한 간부를 산하단체장으로 보내고 그 자리 채우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선 안될 일이다. 무엇보다 산하단체의 특성에 맞는 적임자를 선택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또한 정년이 보장된 공직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는 자체가 시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이밖에 공무원 조직 이기주의 인사의 대표적인 사례가 ‘허울뿐인’ 개방형 공모제다. 최근 충북도와 청주시가 잇따라 개방형 감사관 낙점자를 발표했다. 도는 송재구 균형개발과장, 시는 청원구청 김은용 총무과장 김은용이 임용 대상자가 됐다. 특히 청주시는 민간 출신 4명을 포함 5명이 응모했지만 결국 내부 공무원 발탁으로 마무리했다.

이에대해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시는 현재까지 세번의 개방형 감사관을 임명하면서 공모제 외피를 쓰고 있지만, 내부 공무원 인사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충북도교육청만이 지난 9월 민간 출신인 유수남 전 도봉구청 감사관을 개방형 감사관으로 임명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직되고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시민 상식에 기초한 인사가 기본이다. 상식을 벗어난 관행은 하루빨리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방자치제 부활 30년이 되도록 공무원 인사제도는 내용상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점진적, 순차적이라는 미사여구로 미루거나 겉만 개방형으로 포장했을 뿐이다. 새로운 ‘선례’를 남기는 용기있는 단체장이 아쉬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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