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곤충, 충북 사육농가↑ 상품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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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곤충, 충북 사육농가↑ 상품화 ↓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05.3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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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개 농가 시설면적 2만㎡, 전국 10% 규모…조례도 제정
전국 최초 ‘곤충순대’, 맛‧영양 호평…후속 상품 개발해야

곤충이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청주지역 한 식품제조업체가 ‘곤충순대’를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곤충산업 관련 규제 완화에 맞춰 충북도가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적극 대처하고 있어 실질적인 도내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질 지 기대를 모은다.

▲ 곤충산업이 차세대 농가수입원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충북지역 곤충사용농가는 평균 이상인 반면 상품화에서는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올 초 일반식품원료로 승인된 ‘고소애’.

지난 24일 전북 완산군 농촌진흥청에서 순대 시식회가 열렸다. 이 순대는 (주)글로벌푸드와 청주시농업기술센터가 함께 개발한 ‘고소애순대’다. 고소애는 밀웜(Mealworm)이라고 알고 있는 갈색거저리 유충이다(식품으로 판매되는 밀웜은 고소애로 칭한다). 올 초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소애를 일반식품원료로 지정하며 제품화가 가능해졌다. 글로벌푸드와 청주시농업기술센터는 발 빠르게 순대에 도입했고, 특허 출원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 지난 24일 완산군농촌진흥청에서 열린 ‘곤충 순대’ 시식회. 청주시농업기술센터와 (주)글로벌푸드가 함계 개발한 ‘고소애순대’가 호평 속 시판을 시작했다.

블라인드 테스트 14:0 압승

이날 시식회에 참석한 300명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시식자는 “직접 맛을 보고 나서 곤충식품에 가졌던 막연한 거부감이 사라졌다”며 “일반 순대보다 담백하고 더 고소했다”고 평가했다.

공동개발에 참여한 청주농업기술센터 박제상 병리곤충팀장은 “이번 시식회에 앞서 기술센터 직원 14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다. ‘고소애순대’와 일반 순대 가운데 어떤 게 맛있냐는 질문에 대답한 14명 모두 고소애순대를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박남규 글로벌푸드 대표는 “전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이미 시판 중이고, 시장반응도 좋아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뽕잎순대 등 프리미엄 순대를 생산하고 있는 글로벌푸드는 고소애순대 효과로 가맹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재료인 고소애 확보를 위해 사육장도 확대 신축 중이다.

국내 곤충산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아직 산업기반도 구축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곤충이 미래 식량자원으로 각광받고 있고, 세계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곤충산업에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11조원이었던 세계곤충산업시장 규모는 2020년에는 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국내 곤충산업시장도 2011년 168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980억원으로 4년만 에 2배 가까운 고속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식품산업이다. 올 초 정부는 식용 곤충의 범위를 넓혀 2020년까지 7000억원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 시작을 알린 것이 지난 3월 규제완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부터 고소애와 쌍별귀뚜라미를 일반식품원료로 인정했다. 이전까지는 ‘한시적 식품원료’로 구분해, 승인된 영업자와 승인된 형태의 식품원료로만 사용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가능하다. 고소애순대 출시도 이 때문에 가능해졌다.

박 팀장은 “이전까지는 메뚜기와 누에번데기만 일반식품원료로 구분됐다. 이제 누구나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곤충이 4종류로 늘어난 것”이라며 “사육농가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도내 곤충사육농가는 5월말 현재 75호로 사육시설 면적은 2만 287㎥다. 사육곤충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갈색거저리·동애등에·귀뚜라미 등으로 곤충을 판매해 지난 한해동안 2억 8500만원을 벌어들였다. 전국 곤충사용농가가 724호인 것을 감안하면 곤충사육농가의 충북 비중은 적지 않다.

 

곤충 이용 식품, 여전히 제한적

반면 상품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곤충산업신고자수는 83명으로 원재료를 공급하는 농가를 제외하면 8개 정도다. 그나마도 상품을 생산하는 곳이 아닌 체험학습장이 대부분이다. 박 팀장은 “수년 전에도 곤충쿠키를 개발했지만 상품화하지는 못했다”며 “소비자들이 곤충이 식품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이미지 개선은 물론 곤충산업의 브랜드 마케팅도 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곤충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도 준비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황규철 의원(더불어민주당·옥천2)이 대표발의한 ‘곤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곤충산업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또한 청주시곤충산업연구회 등 상품화를 고민하는 민・관 협력조직도 결성했다.

한편 곤충식품은 단백질 함유량이 육류와 비슷하고, 무기질 함유량과 불포화지방산 함유량도 오히려 육류보다 높아 대체식품으로 부족함이 없다. 특히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좋다. 소에게 100㎏의 풀을 먹여 6.5㎏의 소고기를 얻을 수 있는 반면 곤충은 8배인 54㎏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곤충섭취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크다는 점과 식물성 단백질 보다는 생산가격이 높다는 점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 알에 1000원 짜리 계란, 없어서 못 팔아

 

청주시 미원면에서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는 류제우 대표, 그가 생산하는 계란은 특별하다. 아로니아 등 좋은 재료를 사용,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것도 특별하고, 풀어놓고 키운 토종닭이 낳은 계란이란 점도 특별하다. 하지만 더 특별한 것이 있다. 1개에 1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없어서 못파는 류 대표 계란의 비밀은 바로 ‘곤충’이다. 미원 농장에서 기르는 2000여마리의 토종닭은 갈색거저리의 유충인 밀웜과 동애등에를 간식으로 먹고 자란다. 고단백의 곤충을 먹고 낳은 계란은 일반계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한 영양을 담고 있다는 것이 류 대표의 설명이다.

류 대표는 “토종닭이라 산란율이 일반 닭의 절반밖에 안 돼 생산량이 많지 않다”고 설명하며 “한번 맛 본 사람은 다른 계란을 먹을 수 없을 정도”라고 특별함을 설명했다.

류 대표는 현재 청주시 휴암동에 체험농장을 겸하기 위해 일부 닭을 옮겨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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