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대행업체 선정, 불공정 의혹 반복…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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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대행업체 선정, 불공정 의혹 반복…왜?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06.2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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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 심사위원 자진사퇴 두고 설왕설래
100점 중 70점 심사위원 손에 좌우…특정업체에 점수폭탄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9.1~9.8) 대행업체 선정과정에 잡음이 생겼다. 한 심사위원이 스스로에게 자격이 없다며 심사위원직을 사퇴한 것이다. 사퇴 선언으로 지난 21일 열린 대행업체 선정을 위한 심사는 중단됐고, 사흘 뒤 심사를 재개해 업체 선정을 마무리하며 일단락됐다. 이번 일을 두고 업계에서는 또 다시 ‘협상에 의한 계약’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사 대행업체 관계자는 “매번 논란이 반복된다. 투명한 선정과정과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이 같은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선정을 진행한 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는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규정했다. 문희창 홍보팀장은 “오히려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확인 결과 실제 업체와 심사위원 간 불공정한 행위는 없었다. 하지만 심사위원 스스로 주관적 판단을 통해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사위원이 스스로에게 엄중한 잣대를 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지자체가 주최하는 크고 작은 축제‧행사의 대행업체 선정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최근 심사위원 사전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 자료 사진.

특별한 관계 원하는 업체의 구애

조직위가 밝힌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직지코리아 실행업체 선정 제안서 발표회 및 심사’가 진행된 지난 21일 본격적 심사에 앞서 조직위는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7명의 심사위원에게 심사 제척·회피·기피 대상에 대해 설명했고, 설명이 끝난 뒤 한 심사위원이 조직위 관계자에게 자신이 회피대상인 것 같다며 심사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해당 심사위원이 스스로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는 심사가 이뤄지기 한 달여 전 이번 입찰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를 만난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업체 관계자는 해당 심사위원에게 “당신이 (우리가 진행하는 과업의) 수행인력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헤어졌다. 둘 간의 대화에서 업체는 어떤 사업에 참여할 것인지 특정 짓지 않았고, 조직위에 제출한 업체의 수행인력 명단에도 해당 심사위원의 이름은 없었다. 또 공모시점 이전이라는 점을 들어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조직위는 판단했다.

이 같은 진행과정에 대해 의혹의 눈길이 쏟아졌지만 조직위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1명이 사퇴한 상황에서도 진행할 있던 심사절차를 미루고 심사위원을 충원해 사흘 뒤인 24일 심사를 재개, 업체 선정을 마무리했다는 것이 조직위의 설명이다.

심사위원의 자진 사퇴과정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근거는 그동안의 경험 때문이다. 협상에 의한 계약의 대표적인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제안서를 작성하기까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심사위원의 평가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100점 만점인 평가는 기술능력평가 90점과 가격(입찰)평가 10점으로 구성된다. 기술능력평가는 다시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로 나뉘는데 60점 또는 70점이 정성적 평가 배점이고, 20점 또는 10점이 정량적 평가 배점이다. 심사위원들은 정성적 평가를 한다.

떨어지면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다보니 업체들은 심사위원과 특별한 관계로 맺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은 실제로 현실화되며 곳곳에서 실체가 드러나기도 한다.

▲ 직지코리아조직위가 지난 27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평가(심사)위원들의 채점표.

심사위원 자살까지…계속되는 의혹

2011년에는 이와 같은 입찰 비리와 관련해 2명의 심사위원이 자살을 시도해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충주 국제조정경기장 건설과 관련해 ‘협상에 의한 계약’ 공모에 참여한 업체들이 심사위원들에게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대학교수 2명이 자살을 시도해 1명이 사망했다. 당시 이들은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고, 자살한 한 교수는 유서에 “내가 깨끗했어야 했는데 현실과 타협했다”는 글을 남겼다.

지난해 열린 충북도민체육대회 행사대행사 선정 과정에서도 심사위원들이 편파적으로 심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모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특정업체에 부정적인 질문을 쏟아내고 일명 점수폭탄으로 특정업체를 밀어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법으로 정한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평가 세부기준’에 따르면 특정업체 제안서에 평균점수 대비 현저하게 ‘과다/과소’ 점수를 부여한 경우 심각한 위반(공정성)으로 규정하고 벌점 50점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법은 단지 표정으로 찬성·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만 해도 벌점 30점을 주고, 가르치려하거나 지식을 과시하기만 해도 벌점 30점을 주도록 정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 충북도민체육대회 행사대행사 선정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일부 심사위원이 경합중인 한 업체에게 무려 18점을 차이가 나게 평가해 당락을 결정지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성적 평가 배점은 60점으로 해당 심사위원은 자신이 생각하는 1위 업체에 만점인 60점을 준 반면 경합하던 2위 업체에는 5개 업체 중 최저점인 42점을 줬다. 7명의 심사위원들의 평균이 점수로 반영되는데 이 한 명의 심사위원이 평균 2.6점의 차이를 준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점수폭탄이라고 부른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배점 10점짜리 가격심사에서 2점차이가 나면 사실상 포기한다. 90점의 배점이 남아있지만 2점차는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점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수폭탄이 빈번히 일어나면서 2점차는 우습게 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향은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에서도 다르지 않은 양상으로 나타났다. 직지코리아조직위가 공개한 평가 점수를 보면 심사위원들의 특별한 기준(?)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A업체는 총점 440점, 평균 62.8점을 받아 2등보다 평균 2점을 더 받았다. 2등을 한 업체는 C업체로 평균 60.8(총점 426점)을 받았다. 이 정도는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B업체에 대한 평가다. 정성적 평가는 주관적이라는 점에서 심사위원에게 채점의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할 수 없지만 평가는 대동소이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를 반영하듯 A업체는 7명의 심사위원 중 4명에게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1명에게서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B업체는 5명의 심사위원이 가장 낮은 점수를 줬고, 나머지 2명 중 1명도 3번째로 낮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한 심사위원은 B업체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심사위원 배점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대행사 공모를 진행한 제천 한방바이오박람회도 구설에 올랐다. 대행사 공모에서 탈락한 업체가 심사위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됐다며 계약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업체는 그 근거로 선정업체가 심사위원 2명에게 청탁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들은 심사위원 구성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심사위원풀은 특정 집단이 많고, 평상시 업체와 관계를 맺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지역을 잘 알고,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심사위원들을 더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며 “상식 밖의 평가를 내리는 심사위원은 관련 심사에 다시 참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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