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깜깜이 선거’ 이젠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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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깜깜이 선거’ 이젠 STOP!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6.07.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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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담합·합종연횡·검증작업 실종·사표발생 원인은 현 제도 탓
“의장은 교회지도자 아냐···후보등록+정견발표 한 뒤 표결해야”
▲ 충북도내 광역·기초의회는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이후 줄곧 교황선출방식으로 의장단을 선출하고 있다.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돼 이제는 좀 더 민주적인 후보등록제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사진은 청주시의장 선거. 사진/육성준 기자

이번 후반기 지방의회 의장선출 과정에서는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사전담합, 의원간 합종연횡, 검증작업 실종, 선거과정에서 사표(死票) 발생 등.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은 교황선출방식이라는 선거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의원들의 자질향상도 대책으로 꼽히고 있으나 2년 후 의장단 선출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로 후보등록제가 꼽히고 있다. 이 제도도 만능은 아니지만 교황선출방식보다는 좀 더 민주적인 방법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내 광역·기초의회는 예외없이 교황선출방식으로 의장·부의장을 뽑고 있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을 배출한 정당이 의장후보를 뽑고, 두 번째로 많은 의원을 배출한 정당이 부의장을 선출한다. 그런 다음 전체 의원이 모인 본회의장에서 의장·부의장 후보를 놓고 선출한다. 이 때 출석의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최종 의장·부의장으로 확정된다.
 

교황선출방식은 자발적 입후보자 없이 의원들이 무기명으로 후보를 찍는 제도이다. 투표용지에는 해당 의회 의원 전원의 이름이 적혀있다. 이 제도는 자발적 입후보자 없이 의원들이 무기명으로 후보를 써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전 담합을 유도하고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없다. 이 방식은 오랫동안 생활을 같이 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관찰한 다음 가장 적합한 교황후보를 써내는 방식에서 차용한 것이다. 과열 경쟁없이 정파를 초월해 신망받는 인물을 선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더 많다.
 

교황선출방식은 입후보한 후보가 없기 때문에 사표도 발생한다. 지난 4일 청주시의회는 의장·부의장을 선출했다. 정견발표 희망자가 한 명도 없어 38명 의원들이 막바로 투표를 했다. 의장 황영호 의원(새·청주 가)이 38표 만장일치로 의장 당선, 부의장은 하재성 의원(민· 청주 카) 36표, 임기중 의원(민·청주 가)1표, 무효 1표가 나왔다.
 

청주시의회는 청주·청원통합 전 양 시·군이 맺은 상생발전협약 사항을 지난 2014년 통합하면서 지켜오고 있다. 향후 12년, 그러니까 2026년까지 전반기 의장은 청원출신, 후반기 부의장은 청원출신 의원이 맡는다는 것이다. 이 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의장·부의장 후보는 웬만큼 정해진다. 때문에 부의장 선거에서 나온 임기중 의원 1표는 얼토당토 없는 사표이다.
 

충북도의회 부의장 선거 때도 우스운 일이 발생했다. 더민주당에게 돌아가는 제2부의장 선거 때는 장선배 의원(민·청주3)23표, 이숙애 의원(민·비례) 2표, 최병윤 의원(민·음성1) 3표, 김영주 의원(민·청주6) 황규철 의원(민·옥천2) 엄재창 의원(새·단양)이 각각 1표를 받았다. 엄 의원은 새누리당이면서 이 선거에 앞서 이미 제1부의장으로 선출됐으나 누군가 또 써낸 것이다. 엄 의원 표는 죽은 표.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친 ‘거사’

이언구 전반기 도의장은 지난 6월 20일 도의회 의장단 선출방식을 후보등록제로 바꿔 투명한 선거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의장 임기가 10여일 밖에 남지 않은데다 의원들과 토론이나 공감없이 들고나와 무산됐다. 이 전 의장도 너무 준비없이 터뜨린건 사실이다. 이 전 의장과 김양희 의장이 서로 각을 세웠던 터라 김 의장 지지파들은 이 전 의장이 김 의장 당선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안한 것이라며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어야 했다. 회의규칙을 개정하려면 운영위원장이 나서야 했으나 이를 묵살했고, 더민주당 의원들은 회의규칙개정안 발의를 검토했으나 또한 포기했다.
 

후보등록제 도입의 필요성을 확산시키고 다음 선거 전에 회의규칙을 개선하려면 더민주당도 전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들이 있었으나 이 전 의장 들러리밖에 안된다며 포기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과정속에 회의규칙 개정은 유야무야 됐지만 교황선출방식은 이제 퇴출시켜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 의견이다. 지역주민들의 여론이 선출과정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나 지금은 의원들만의 선거가 되고 있다. 의원들 중에서도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다수당에게만 선출권이 있다. 그러나 현재 전국적으로는 많은 곳에서 후보등록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원하는 사람들이 사전에 후보등록을 하면 본회의에서 결정하는 방식이다.
 

물론 다수당에서 의장을 배출하는 현재의 관행은 그대로 유지된다. 같은 당 의원들끼리만 의장을 선출하지 않고 전체의원이 투표로 결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렇게 되면 어느 한 정당만의 의장이 아니라 전체의원들의 의장이 될 수 있다.
 

조한상 청주대 법대교수는 “의장은 신의 뜻을 실천하는 교회 지도자가 아닌 대의기관 수장이다. 후보자가 등록을 하고, 정견을 발표하며 그에 대해 표결을 진행하는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야 대의기관에 적합한 의장을 선출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선출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선출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여론이 형성되고 의회에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도의회 내부에서도 교황선출방식이 문제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시간없다고 무시한 것은 비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10대 도의회는 책임지고 회의규칙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많은 곳에서 후보등록제+정견발표 도입
서울 강북구의회, 기자회견·피켓시위 벌이며 반대파 압박 ‘목적달성’

경기·강원·울산·광주·부산·전남·경남도의회 등의 광역의회가 후보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기초의회 중에서는 경기 화성·용인시의회 등이 하고 있다. 부산시의회와 전남도의회는 상임위원장까지 후보등록제를 통해 선출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의회는 전반기 마지막 회기 때인 지난 6월 의장단 선출과 관련한 회의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여년만에 교황선출방식에서 후보등록제로 개선한 것이다. 이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개정안이 운영위에서 부결되자 발의자 9명은 기자회견, 피켓시위 등을 동원하며 반대파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이 때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많은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강북구의회는 더민주당 8명, 새누리당 5명, 무소속 1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후보등록제와 정견발표를 통해 김동식 의장(민) 장동우 부의장(새)을 민주적으로 선출했다는 평이다.
 

또 후보등록제를 실시하는 부산시의회는 4선의 새누리당 백종헌 의원, 경남도의회 역시 4선의 새누리당 박동식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교황선출방식을 고수하는 전북 등 다른 지역 언론들도 하루빨리 후보등록제로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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