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원하는 ‘꿀보직’ 의회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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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원하는 ‘꿀보직’ 의회사무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6.07.1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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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 때 말고는 편하고 좋아···한 번 들어가 5년 이상 눌러앉는 사람도
청주시 6급 가장 원하는 곳은 도서관···바쁜 일 없어 ‘휴양소’라 불러
▲ 의회사무처 근무는 통상 공무원들이 가장 원하는 ‘꿀보직’이라고 한다. 회기 중에만 바쁘고 평소에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편한 게 최고다. 사진은 청주시의회 행정감사를 받고 있는 직원들.

공직사회에는 ‘꿀보직’이 있다. 공무원들이 서로 가려고 하는 자리를 말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단어에 달콤한 ‘꿀’자가 붙으면 좋은 의미로 쓰이는데 꿀보직은 좀 다르다. 누구한테는 ‘꿀’처럼 달콤하지만, 누구한테는 ‘약’처럼 쓸 수도 있다.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공무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보직은 어디일까? 의회이다. 광역의회인 충북도의회는 조직이 커서 의회사무처, 시 단위에는 의회사무국, 군단위에는 의회사무과가 있다. 의회는 회의가 열리는 회기 때 말고는 크게 바쁜 게 없어 야근할 일도 별로 없으면서 월급은 똑같이 받는다. 충북도의회는 올해 8회 124일간 회의를 한다. 청주시의회는 9회 87일 회의를 한다. 그러니 1년 중 200일 이상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
 

더욱이 의원들과 가깝게 지내면 ‘의원 빽’을 활용해 승진을 빨리 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길 때 좋은 자리로 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석이조’라고 공직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이 때문에 의회에 한 번 발을 들여놓은 사람 중 3~4년, 심지어 5년 이상 눌러앉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충북도의회 사무처에는 2개의 담당관실과 6개의 운영위원회가 있다. 담당관과 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4급 서기관이다. 그런데 이번 7월 4일 정기인사 때 의사담당관과 건설소방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두 명만 움직였고 나머지는 그대로다. 그 외 직원들 중에도 오랫동안 도의회에 있거나 의회내에 있되 부서만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의회에서 터를 잡고 있다 승진한 뒤에도 의회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김경용 전 사무처장은 의회에서 3년 이상 된 직원들은 집행부로 가라고 이동명령을 내린 적도 있다.
 

청주시의회 사무국에는 6개의 전문위원실과 3개의 팀이 있다. 이번 7월 정기인사 때 간부들 중 인사이동이 있었던 사람은 사무국장과 재정경제전문위원 밖에 없다. 나머지 전문위원들은 그대로다. 팀장들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이 외 직원들 중에도 오랫동안 의회 붙박이로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영동군은 지난 4일 실시된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군의회 사무과 직원들이 단 한 명도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에는 사무과장, 전문위원, 의사팀장 등 행정직과 기술직 등 13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일부직원들은 의회에서만 2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만을 가진 공무원들이 있다.
 

의회 직원 인사이동 전 의장과 협의

충북도는 의회사무처·경제자유구역청·감사관실 인사를 할 때 도지사가 해당 기관장과 통상 사전에 협의를 한다. 상대 기관장이 ‘Yes’를 해야 인사가 이뤄진다. 청주시나 기타 기초지자체도 의회 직원들 인사는 사전에 의장과 협의한다. 그런데 지난 6월 29일 있었던 청주시 하반기 정기인사 때 시의회 모 전문위원이 구청 과장으로 발령이 나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의회에서 구청으로 밀려나자 본인과 시의회에서 항의, 급기야 이승훈 청주시장이 김병국 시의장에게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

충북도 공무원 모 씨는 “의회가 편하긴 편하다. 보통 직원들이 아침 7시40분이면 출근하고, 주무과는 간부회의 때문에 7시경에 나온다. 야근도 많이 한다. 그런데 의회사무처는 좀 느슨하다. 그렇지만 승진 기회가 적다. 의원 도움으로 좋은 보직을 받거나 승진하는 경우는 일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 의원은 “의회에는 도전하기 보다 편하게 있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의회에 한 번 오면 편한 맛에 4년 이상씩 있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래서 나는 의회에 1년~1년 6개월 정도 있다 집행부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더 이상 있어도 크게 배울 게 없다. 인사철에 의원들이 집행부에 얘기하면 반영되는 경우가 있어 의원 ‘빽’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일부 의원들의 인사권개입이 소문 나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의원 ‘빽’이 활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또 청주시 공무원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는 도서관이라고 한다. 청주시내에는 9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이 곳으로 가면 바쁠 게 없고, 책을 보며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 좋아한다는 것. 공무원들은 이 곳을 ‘휴양소’라고 부른다. 한 시의원은 “6급들이 가고 싶어하는 데가 도서관이다. 아마 꿀보직 중 꿀보직일 것이다. 너무 편한 것만 찾는다”고 꼬집었다.

승진 2~3년 남으면 주무과 주무팀 최고 인기
젊은층들, 승진 천천히 하고 여유있는 과 근무 선호

 

2~3년 후에 승진을 바라볼 수 있는 공무원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은 주무과 주무팀이다. 국(局)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과가 있고, 그 과 안에서도 중심 팀이 있다. 주무팀에 있으면 근무평정(이하 근평)을 배려해준다. 근평은 수·우·양·가로 나뉜다. 보통 하나의 국 내에서 1년에 두 번 수 20%, 우 40%, 양 30%, 가 10%로 분류해 점수를 준다. 근평은 근무성적 80%+경력 20%로 따진다. 경력은 그 사람의 승진 소요기간 등을 따질 때 필요하다.

한 관계 공무원은 “잘 안풀리는 문제, 경계가 애매한 문제, 새로운 사업 등은 주무과 주무팀에 배당되는 경우가 많다. 그 국에서 일어나는 주요 문제와 간부회의 준비 등도 주무과 주무팀에서 대처하고 챙긴다. 그러다보니 일이 매우 많다. 주무과장과 주무팀장은 능력있는 사람이 간다. 그래야 그 국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이들이 좋은 근평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무과 주무팀으로 갔다가 일을 제대로 못해서 다른 부서로 밀려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공무원은 “공무원이 가장 원하는 건 승진이다. 이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모두 주무과 주무팀에 가고 싶어하지만 통상 돌아가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갈 수는 없다. 업무량도 많고 잘 챙겨야 하는 일들이 있어 경력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간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젊은층들은 주무과 주무팀에 가서 고생하고 승진하는 대신 바쁘지 않은 과에 가서 여유있게 지내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본청보다 구청, 사업소 등으로 나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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