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수수금지법’을 제대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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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수수금지법’을 제대로 보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6.08.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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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로 편지/ 홍강희 편집위원
▲ 홍강희 편집위원

‘김영란법’이라는 명칭은 잘못됐다. 제대로 쓰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만든 법이라 이름이 붙었을 뿐이다. 부정청탁수수금지법이라고 하면 금방 이해가 되고 얼마나 필요한 법인지 알게 된다.

그런데 오는 9월 28일 이 법 시행을 놓고 벌이는 각계각층의 태도가 볼 만 하다. 충북도는 며칠 전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농림축산물 대응 대책마련’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충북도는 이 법 시행에 따라 농림축산물영향 최소화 대책 마련을 위해 지원협의체와 TF팀을 각각 구성·운영 한다는 것이다.

농업인·농협·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공동 대응 협의체를 구성해 농림축산물 영향실태 및 애로사항 수렴, 분야·품목별 지원 대책, 정부시책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식품·가공·유통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TF팀을 조직해 농림축산물 수급 동향 및 전망, 소비촉진, 유통개선대책 마련 등 농림축산물 영향을 최소화 한다는 것.

그러면서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선물 수요 위축에 따른 농림축산품 생산액 감소가 전체 8193억~9569억원(생산액의 9.3~10.8%) 예상되고, 충북은 966억~1128억원(생산액의 10.4~12.1%)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다. 주요품목은 한우, 인삼, 과일, 화훼, 곶감·버섯류 등이라는 것이다.

이 법의 핵심은 부정부패를 막자는 것이다. 그런데 내수시장이 죽는다고 한다. 만일 이 법으로 농수축산농가가 다 망하고, 식당들이 문을 닫아 국내경제가 직격탄을 맞는다면 우리나라는 나라도 아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다는 말인가. 선물과 뇌물이 국가경제를 떠받쳤다는 말인가. 선물과 뇌물의 의미는 다르다. 어떻게 하면 지자체가 ‘부정청탁수수금지법’ 시행에 앞서 대책마련을 고민해야 하는지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몇 천 억원대의 농림축산품 생산액이 감소된다니 이 계산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럼 그동안 이렇게 많은 선물과 뇌물이 유통됐다는 얘기인데 과연 누가 누구에게 줬을까. 다시 한 번 우리사회의 어마어마한 지하경제 규모를 깨달았다.

일부 보수언론들의 호들갑이 진실인양 비쳐지는 게 안타깝다. 모 언론은 5만원 넘는 선물 금지로 8000억원 한우판로가 막히고, 화훼 인삼농가가 항의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부정부패가 근절되고 우리사회가 투명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았다. 이런 언론들 때문에 일부 국민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성명서를 보면 화가 난다. 기자협회는 지난 7월 28일 성명서에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최종 포함됨으로써 앞으로 취재 현장은 물론 언론계 전반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해졌다”면서 “앞으로 기자들은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고 취재활동의 제약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협회는 김영란법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엄연히 민간영역에 속하는 언론이 공공성이 크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공직자’로 규정되고 언론활동 전반이 부정청탁 근절을 위한 감시와 규제 대상이 되는 상황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서대로라면 부정청탁수수금지법 이후 기자들은 취재를 제대로 못해야 맞는다. 그리고 전에는 선물과 뇌물, 혹은 식사대접을 받아야 취재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그런가. 이 법을 걱정하는 기자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우리사회가 맑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만일 기자협회 성명서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기자가 있다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것 같다. 얼마나 많이 받아먹었길래 부정청탁수수금지법을 걱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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