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은 축제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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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은 축제를 사랑해
  • 충청리뷰
  • 승인 2016.08.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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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이병관 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 이병관
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올림픽 기간 중에는 땀 흘리며 뛰는 선수들을 응원하며 감동에 북받쳤겠지만, 이제는 냉정하게 행사 자체를 되돌아 볼 때이다. 과연 올림픽은 남는 장사일까? 올림픽과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의 경제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데, 결론부터 말하면 정확히 알 수도 없고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르다.

일반적으로 올림픽의 경제성 분석은 해당 개최지가 하기 때문에, 가장 수치가 높을 것 같은 연구방법을 택한다. 스스로 개최하는 국제행사의 경제성을 나쁘다고 말할 개최지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올림픽의 경제성 연구 중에서 적자라고 발표한 곳은 없었지만, 흑자를 기록한 곳은 1984년 LA 올림픽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서,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모두 정치인들은 온갖 미사여구로 성과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론 적자였다. 그들이 내세웠던 천문학적인 경제 효과는 입증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적자였으니 실패한 행사라고 단정 짓기도 애매하다. 이러한 대규모 국제행사를 계기로 도로나 건물 등 미흡한 인프라 시설을 일시에 개선할 수 있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나 자부심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경제 효과만 놓고 보면 불분명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2002년 이후 증가한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안 오려던 외국인이 월드컵 때문에 새롭게 관광을 온 것인지, 원래 오려던 외국인이 온 것인지, 다른 이유 때문에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수출 역시 월드컵 때문에 늘었는지 다른 요인 때문에 늘었는지 구분하기 힘들다.

그래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정도 되는 국제행사는 규모도 크고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다. 비록 적자는 보더라도 최소한 국제적 망신(=관심)이나 교훈이라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치러지는 지방의 수많은 축제들은 과연 무엇을 남기는 것일까?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인건비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복지사업비 등을 제외하면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 그런데 입만 열면 ‘예산 부족’을 외치는 단체장들은 왜 그토록 축제나 국제행사 개최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이런 행사를 하면서 언제나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제대로 증명한 적은 없다. 충청북도 역시 도가 직접 주최하는 국제행사가 매년 있고, 충북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축제가 수시로 열린다. 당장 9월 1일 직지코리아페스티벌이 시작되고, 2일부턴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곧이어 청주읍성큰잔치가 열린다. 괴산과 음성은 비슷한 시기에 고추축제를 개최하여 ‘대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 축제 역시 올림픽과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 개최 비용을 제대로 예측하는 경우가 없으며, 경제성 분석은 ‘직접’ 하기 때문에 언제나 부풀려진다. 요즘 충북도가 도정을 총동원하고 있는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의 경우에도 추경 30억 원 증액을 놓고 도의회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도의 주장은 선수단과 종목수가 늘어나서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개최비용은 이번에만 오락가락한 것이 아니다.

작년에 개최된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의 경우에도 충북도와 괴산군은 처음에 기재부에 300억원 규모로 행사를 치르겠다고 했다가 정부가 승인을 보류하자 절반을 줄여 155억으로 승인을 받고, 이후 다시 증액하여 191억원이 되었다. 이 얘기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155억으로도 치를 수 있었던 행사를 부풀려서 300억원에 하겠다고 신청했든가, 아니면 일단 저질러놓고(행정의 특성상 한 번 결정된 일은 취소하거나 되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나중에 증액하자는 생각으로 그랬든가.

들어간 돈은 그렇다 치고 도민들은 무엇을 얻게 되는 것일까? 당장 눈앞에 다가온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는 무엇으로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 경제성 분석은 믿을 수도 없고, 또 원래 모호한 측면이 많다. 대회가 끝난 후 우리들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든다면 성공한 행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 무도인들을 위해 충북도가 예산을 한 턱 크게 쏴서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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