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고3들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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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고3들을 응원하며
  • 충청리뷰
  • 승인 2016.09.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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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최은희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최은희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2017년 수시원서접수가 마감됐다. 올해 조카 2명이 지원을 했다. 지난 추석, 조카들은 자기소개서를 마무리하느라 바빴다. 몇 번 직장을 옮겨봐서 자기소개서 작성의 막막함과 버거움을 안다. 내가 느꼈던 무게감은 고3 수험생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쾌활 그 자체인 여자 조카는 한 달 반을 끙끙거린 끝에, 4번 문항의 내용이 다른 3가지 버전을 완성했다고 한다.

담임선생님께 첨삭을 받았고 국어선생님께도 보여드릴 계획인데 그 전에 내가 봐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4500자에 지난 3년을 담았다는 조카는 자기소개서를 주면서 속내를 드러냈다. ‘고모~ 자기소개서를 쓰고 나니까 시험이 다 끝난 것 같아. 여섯 개 중에 설마 한 곳엔 되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수식어 없이 써내려간 글에는 정갈함과 비장함이 묻어있었고, 열정을 쏟았다는 외침과 전문가가 되겠다는 다짐이 적절히 담겨있었다. 진심이 느껴졌다. ‘이만큼 썼으면 됐어, 고모 자기소개서 보다 훨씬 잘 썼어’라는 위로로 마무리했지만 씁쓸했다. 부모의 관심과 경제력에 의해 관리될 수 있는 성적이나 학교생활기록부, 스펙을 통해서 과연 투명하게 선발하는 것이 가능할까? 수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괜찮은 일인가? 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우리사회에서 소득의 양극화는 교육지출의 양극화로 이어졌다. 2015년 통계청의 가계지출동향조사를 보면, 2인 가구 이상 전체가구의 가계소득 중 교육지출은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 50,609원, 중간인 5분위 255,948원, 10분위 611,640원으로 소득에 따라 최고 12배 차이가 났다. 교육지출의 양극화는 우리로 하여금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게 하였다.

실제 2014년 서울대 입학생의 출신고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00명당 과학고 41명, 외고 10명, 일반고 0.6명으로 특목고 출신이 일반고에 비해 약 16~68배 높았다. 이는 특목고 등록금이 일반고에 비해 3배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모의 경제력은 고등학교 유형과 대학입학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2011년 서울시 교육청은 부모의 소득과 학업성취도를 발표한 적이 있다. 초중고 7천8백 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월평균 수입이 250만원인 학교와 550만원인 학교의 수학성적을 비교한 조사에서, 부모소득이 높은 학교의 수학성적이 더 높았고, 두 집단 간 격차는 초등학교 8%, 중학교 12%이었으며 고등학교에서는 33%까지 벌어진다고 보고하였다.

즉 부모의 경제력이 낮은 경우, 시간이 갈수록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개선될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소득의 양극화는 교육지출의 양극화로 초등학교부터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주고, 고입과 대학입학률의 차이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이 무너진 현실에서 부모의 소득에 의해 성적과 대학의 이름이 달라진다면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될까? 반론의 여지없이 빈부의 대물림에 의해 계층은 고착되고 계층 간 갈등은 심화될 것이다. 소위 물고 태어난 수저에 따라 각자의 리그만을 경험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까?

사회변화를 위해 가능성 있는 인적자원,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라는 교육의 정의가 여전히 유효하고 행복교육을 표방한다면, 포장된 인적자원을 선발하기보다는 엄정한 기준으로 원석 같은 학생들에게도 공평한 기회가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이제 막 성인사회에 진입하는 고3 학생들에게 우열을 가려 사회적 비효율성을 유발하는 세상이 아니라, 인간은 금수저를 물었든 흙수저를 물었든 똑같은 품격과 가치를 지녔다는 평등과 존중의 세상을 알려주는 길이 될 것이다. 어디에 기대를 걸어야 할까? 해묵은 소리이겠지만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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