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특별도 충북' 행사좀 그만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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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특별도 충북' 행사좀 그만하시죠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6.09.2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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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지사 ‘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유일, 정우택 지사 때는 ‘없음’
이시종 지사, 한방바이오·화장품박람회·유학생페스티벌·무예마스터십 만들어
▲ 충북도와 청주시는 올 9월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을 열었다. 충북도는 무예올림픽 최초 개최, 무예분야 선점 등을 홍보하나 도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사진/육성준 기자

최근 충북도민들이 많이 하는 말은 “충북도가 행사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축제를 포함한 행사는 대개 봄·가을에 몰려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계절도 없다. 더운 여름에도 이런 저런 행사가 열리고 있다. 도민들은 행사가 너무 많이 열려 피로감을 느끼는데다 이런 것들이 세금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불만들을 토로한다. 이제 10월, 가을철 행사가 줄줄이 열릴 것이다.
 

민선3기 이원종 지사, 민선4기 정우택 지사, 민선5~6기 이시종 지사 기간 동안 충북도에 어떤 행사들이 만들어졌는지 살펴봤다. 그랬더니 민선3~4기 때는 이렇다 할 행사가 없었다. 이원종 지사 때는 지난 2002년 밀레니엄타운에서 개최한 ‘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가 유일했다. 바이오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이 지사는 충북의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분야를 잡고 엑스포를 열었다. 이 행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어 정우택 지사 때는 국제행사고 국내행사고 행사 자체가 없었다. “정 지사는 ‘경제특별도 충북건설’을 내걸고 기업유치에 올인했지 행사는 기획한 게 없다”는 게 충북도 관계자의 말이다.
 

행사는 이시종 지사가 취임하면서 봇물터지듯 열린다. 민선5기 때 2010 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9. 16~10. 16 제천 왕암바이오밸리), 제1회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2011. 10. 6~10. 7 청주예술의전당), 2013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5. 3~5. 26 오송),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8. 25~9. 1 충주 국제조정경기장) 등이 있었다.

이 중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만 빼고는 모두 국제행사다. 국제행사는 정부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대신 국비를 받는다. 때문에 행사 예산은 몇 십억원부터 몇 백억원까지 들어간다. 시설투자비까지 합치면 몇 백억원짜리 행사도 보통이다. 위 행사들은 이 시기에 처음 선보인 것이다. 다만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는 2013년에만 열리고 다른 행사들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충주시는 조정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를 발족해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국제조정연맹은 2009년 충주시를 개최지로 결정했다. 백서에 따르면 이 대회 시설·운영비는 975억원이나 들어갔다. 다른 행사와 달리 경기장 건설에 많은 돈이 투입됐다. 그 중 대회 중계와 관전을 위한 도로건설에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갔다. 중계용 도로는 물 위에 건설한 다리. 정부와 충북도·충주시가 300억원씩 부담하고 나머지는 기타 수입으로 충당됐다.
 

민선6기 들어서는 2014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9. 26~10. 12 오송), 2015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9. 18~10. 11 괴산), 2015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9. 12~9. 17), 2015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10. 20~10. 24 오송),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9. 2~9. 8 청주 일원), 제6회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2016. 9. 23~9. 25 청주예술의전당)이 개최됐다. 그리고 곧이어 2016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10. 4~10. 8 KTX 오송역)가 열린다.
 

이 기간에 처음 등장한 행사는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와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괴산군은 지난 2011년 세계유기농업학회에 엑스포 개최지 신청을 했고, 이 학회는 충북 괴산군을 첫 개최지로 선정했다. 이 행사에는 국·도·군비 총 191억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주최측에서는 예산지원을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주최한 국제조정연맹이나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주최한 세계유기농업학회는 개최지를 선정할 뿐 행사비를 주지 않는다. 국비와 도비, 해당 시·군비로 치르는 것이다. 세계유기농업학회는 행사에 필요한 연구자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몇 백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치러야 하는 사정을 감안한다면 우리지역에 꼭 필요한 행사인지 면밀한 검토를 한 후 유치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정치가인 정우택 지사와 행정가인 이시종 지사는 차이가 있다. 정 지사는 일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큰 것만 챙겼는데 반해 일 중독에 가까운 이 지사는 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 많은 행사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사특별도 충북’이 돼버린 지금 그 많은 행사들이 꼭 필요한 것이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들이 많다. 행사 끝나고 나면 엄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런 것을 할 만한 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충북도 공무원들도 어떤 행사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매년 닥쳐오는 행사를 열기 급급하다.

 

내년에는 또 2017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 전국체전, 전국장애인체전,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 2017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가 예정돼 있다. 2018년은 상반기에 지방선거가 있는 해라 행사를 못 치른다.

세계무예마스터십, 과연 계속될까 ‘의문’
1회 대회 “도민들은 실패, 충북도는 성공 자화자찬”

 

올해 가장 중요한 행사는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었다. 여기에는 국·도·시비 81억원이 들어갔다. 17개 종목 대회에 81개국 1940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충북도는 “무예올림픽 최초 개최,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창립, 미개척 스포츠분야 무예 충북 선점 등의 성과를 얻었다. 다만 명단을 보내온 선수단 중 최종적으로 322명이 불참했고 8명의 선수가 잠적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대회는 관람객도 목표치인 16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6만7000여명에 달했고, 경기장 분산으로 접근성이 어려웠으며 여전히 청주가 무예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시각이 존재하는 등 여러 문제점을 남겼다.

WMC는 2019년 2회 대회는 충북에서 하고 3회부터는 해외에서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충주 개최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는데 충주시는 자부담 25~35억원 가량의 예산이 부담스러워 아직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충주시는 여론에 밀려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점점 내몰리고 있다. 1회 대회를 거부한 충주시가 2회 대회를 할지 안할지 모르지만, 하더라도 3회부터는 해외에서 제대로 해서 역사를 이어갈 것인지도 미지수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행사를 처음 기획할 때는 도민들과 상의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행사는 우리지역과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는 비판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그 중 무예마스터십은 도민들이 실패했다고 보는데 충북도는 성공했다고 자화자찬을 일삼고 있다. 행사를 통해 관련산업이 발전하는 등 시너지효과가 나야 한다. 그런데 자치단체장은 생색내기용으로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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