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창 오바마 트럼프, 그들만의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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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창 오바마 트럼프, 그들만의 골프
  • 충청리뷰
  • 승인 2016.11.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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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발행인
▲ 한덕현 발행인

권석창 국회의원(제천 단양)의 골프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뒤늦게 나온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은 오히려 논란만 더 부추겼다. 국민권익위는 이번 골프 건에 대해 “직무와 관련없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100만원 이하의 골프장 요금 할인을 해줘도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권의원은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초재선 동료의원 3명을 지역구의 골프장으로 초청해 같이 운동을 한 후 지방의원들과도 간담회를 가지면서 총 48만원의 식사를 함께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날은 광화문 광장에서 대대적인 1회 촛불집회가 예고됐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입장에선 나라와 소속 정당을 생각한다면 비상근무를 해도 부족할 판이었다.

지금까지 가장 문제가 된 것은 권석창 이헌승 문진국 김순례 등 4명의 의원이 각자 2만원씩 할인된 14만원의 그린피를 결제했다는 것으로, 이같은 행위의 김영란법 저촉 여부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권익위는 보름이 지난 후에야 입장을 발표해 이들의 골프라운드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일종의 면죄부를 안겼다.

권익위의 해석은 김영란법 8조1항 ‘공직자 등은 직무관련 여부 및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에 근거한 것이다. 결국 해당 국회의원들은 직무관련성이 없는 골프장으로부터 1회 100만원 이하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무죄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시 그린피 14만원은 최근 골프장들이 고객유치를 위해 수시로 시행하는 할인요금 성격이어서 당사자들로서는 “내돈 내고 치는데 뭐가 잘못이냐”는 볼멘소리를 낼만도 하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김영란법에 대해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와는 너무 동떨어진다는 것이다. 학생이 교사, 교수에게 1000원짜리 카네이션과 5000원 정도의 커피대접을 하는 것조차 규제당하는 현실에서 국회의원들에 한해선 법적용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다.

게다가 김영란법으로 손님이 반토막 나는 바람에 문을 닫는 서민업종이 속출하는 마당인지라 지금처럼 비상시국에 다른 사람도 아닌 국회의원이 한가하게 골프를 즐겼다는 자체가 일반인들한테는 공분을 사고도 남을 일이다. 그들이 말하는 ‘내 돈’은 결국 국민세금으로 지급되는 세비라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이날 가명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로, 이는 본인들 스스로도 떳떳치 못한 행위임을 알고서도 라운드를 강행했음을 시사하고도 남는다.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파국으로 치닫는 시국에 가명으로 골프를 친 것도 그렇거니와, 그린피가 내 돈이니 아니니를 따지는 모습들이 옹색하다 못해 치졸하기까지 하다.

그들은 때가 덜 묻었다는 초·재선들이자 각계의 전문직종을 대표해 뽑힌 비례대표다. 우리로선 싹수가 노랗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권석창 의원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김순례 의원은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시체장사” “거지 근성”이라는 막말을 퍼부어 자신이 속한 대한약사회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을 당한 전력까지 갖고 있다.

이번 권석창 의원의 골프파문과 관련해 한 지인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만약 권석창 의원과 미국 오바마, 트럼프가 내기골프를 치면 누가 이기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오바마는 대책없는 골프마니아이고 트럼프는 전 세계에 명품 골프장 17개를 소유할 정도로 역시 골프 광이다. 골프에 있어서는 허풍쟁이로 통하는 오바마는 핸디캡이 13이고 ‘알까기’의 고수로 알려진 트럼프는 핸디캡 3의 실력을 갖췄다는 외신 보도에 근거한 질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답은 예상외로 권석창 의원의 승리로 나왔다. 오바마와 트럼프가 제 아무리 허풍을 떨고 알까기(註 미스샷에도 불구 다른 공을 페어웨이 등에 몰래 내려놓고 치는 비양심적인 행위를 통칭함)를 하더라도 아예 자기의 이름을 숨기고 가명을 사용하는 권 의원이야말로 ‘눈에 뵈는 게 없이 치기 때문에 당연히 이긴다'는 것이다. 세 사람 다 정직하지 못함을 비꼬는 개그다.

말이 나온 김에 트럼프의 알까기는 향후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행보와도 결부시켜 한번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알까기 골퍼는 주말골퍼들이 가장 기피하는 동반자로서 당사자의 골프실력 또한 믿을 수가 없다. 한 마디로 이기적이고 즉흥적인 골프를 즐긴다.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 반대파들은 ‘알까기 대통령이 나오면 미국을 망치게 된다’고 빈정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는 당선되자마자 자신의 막말을 “내가 언제 했냐”며 번복하는가 하면 공약조차도 스스럼없이 폐기시키고 있다.

하지만 주말골퍼들도 트럼프같은 알까기 상습범을 다루는 방법 한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시작할 때부터 룰(rule)에 따른 원칙을 확실하게 곧추세우는 것이다. 반칙행위를 동반자들한테 들키는 순간 라운드에서 퇴출시킨다는 등의 엄포를 가하면 알까기 골퍼는 대개 제풀에 꺾이게 된다.

이는 앞으로 한미관계에서도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다. 각종 외교적 문제에서 한국이 원칙도 없이 섣불리 덤볐다가는 트럼프의 알까기 순발력에 100% 질질 끌려다니거나 헤매게 된다는 것이다.

권 의원에게 한가지 주문한다면 더 이상 자신의 골프건에 대해 변명이나 합리화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적절한 처신을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게 되면 이번 일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초선의원이 미리 침을 맞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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