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박? 말처럼 쉽지 않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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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대박? 말처럼 쉽지 않은 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1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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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국…‘충북1004통일포럼’ 활동 새삼 화제
정세현 백종천 정연주…강연서 현 대북정책 우려

2014년 1월 6일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쳤다. 뜬금없는 통일대박론에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게 놀랐지만, 이후 다보스포럼과 드레스덴 연설문에 ‘통일 대박’이 재등장하며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실체없는 구호에 그쳤고, 급기야 최순실 작품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통일대박론이 무색하게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지역에서 시작된 통일운동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지난 10월 8일 청주문화산업단지 3층 나눔관에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재정 전 장관 고향서 결의

2013년 3월 진천에서 사무실을 열고 창립한 ‘충북1004통일포럼’,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낸 이재정 전 장관(현 경기도 교육감)을 중심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통일운동에 전념할 계획으로 만든 민간단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004통일포럼은 노무현 정부의 10.4남북정상선언을 계승한다. 평화정착이 통일을 향해 가는 길이라 판단, 대중 통일운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김광직 충북1004통일포럼 대표는 “포럼은 다른 통일단체와 달리 우리끼리가 아니라 함께 공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하며 “초청인사의 대중강연과 학교와 아동센터에서 진행되는 통일교실, 진천에서 열리는 통일캠프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주요 활동이다. 여기에서 통일이 아닌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럼이 진천군에 본회를 둔 덕에 올해에도 유명강사들이 청주와 진천을 방문했다. 초청강사는 대부분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인물들로 최근 ‘송민순 회고록’으로 본의 아니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었다.

지난 7월에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평화의 조건’이라는 주제로 3시간동안 강연을 했고, 8월에는 정연주 전 KBS사장이 ‘언론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어 10월에는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남북소통의 역사’라는 주제로 시민들을 만났다. 이들이 청주 강연에서 강조했던 말들은 현 시국에서 다시 곱씹을 만하다.

강연자들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10월 강연 당시 뜨거운 감자였고 현재도 진행형인 사드 배치와 관련해 “사드 배치는 우리에게 어떤 실익도 없다”고 단언한 백 전 실장은 대북관계의 핵심을 ‘신뢰와 원칙’으로 꼽았다.

신뢰와 원칙이 바탕이 돼야 소통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6.15공동선언와 10.4남북선언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백 전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했다.

2007년 9월 5일 남북정상회담 자문단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이번에 열리는 정상회담의)핵심 성과는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문건을 만들더라도 이행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불신이다. 불안과 불신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만나는 거 자체가 성과”라고 말했다.

 

남북 소통할 땐 안보불안 없어

이러한 기조의 대북정책이 평화로 이어졌다는 게 백 전 실장의 설명이다. 남북이 소통하던 기간에는 안보 불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강연 말미에 “북한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현 정부가) 최소한의 원칙이라도 세우고 지켰어야 한다. 그랬다면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지난 7월 강연을 펼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현 정부의 통일대박론을 ‘허구’라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통일대박 발언 이후 진행된 정책들을 보면 그 실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핵과 관련해 “지난 8년 동안 북핵 능력이 월등하게 커졌다. 이제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하며 “미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합치되는 선에서 북핵문제와 미·북관계가 봉합될 경우 우리나라 입지는 매우 좁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러한 옹색한 상황을 예방하는 마지막 방법이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길이다. 남북관계 복원 후 우리가 미·북 협상과 관계개선을 선도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임 당한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언론의 자유를 설명하면서 “사람들은 동아일보 해직에서 KBS 사장 해임까지 내 삶을 들여다보며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만 깨어있으면 된다. 우리의 언론과 우리의 민주주의는 자신의 방식대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당시 언론의 현주소와 미래를 이야기하며 언론에 의해 청와대의 실상이 드러나고,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는 지금의 모습을 예견이나 한 듯 민주주의와 언론의 발전을 이야기했다.

최영오 사무국장은 “12월에 예정된 김진향 전 카이스트 교수 초청강연회를 마지막으로 포럼이 준비한 올해 사업이 모두 마무리 된다”며 “내년에도 통일이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3년 설립된 충북1004통일포럼은 지난해에도 초대 대표인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초청 강연회를 비롯해 이일영 박사 초청 강연회 등을 주최했다. 올해는 대중강연 외에도, 찾아가는 통일교실’과 ‘부모와 함께 하는 통일캠프’를 진행했다.

 

 

12월 강연 ‘개성공단 사람들’ 저자 김진향 교수

다음달 10일, 음성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려

 

충북1004통일포럼은 올해 마지막 대중강연으로 김진향 전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의 강연을 준비했다. 김 교수는 오는 12월 10일 오후 5시 음성군 음성다문화가족지원센터 2층 강연장에서 ‘행복한 평화, 너무 쉬운 통일’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청와대 NSC 한반도평화체제담당관(2003~2004), 청와대 남북관계국장(2004~2007),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부장(2008~2011)을 지낸 김 교수는 ‘개성공단 사람들(공저)’이란 책을 출간해 반향을 일으켰다. 책에는 개성공단이 가지는 역사적 군사적 의미와 통일에 기여하는 가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 교수는 12월 강연에서 현재는 중단된 개성공단의 재개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략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강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여러 강연을 통해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개성공단의 경제가치는 1대 30 효과”라고 설명했다. 30배의 효과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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