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마을' 軍사격장 주민행복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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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마을' 軍사격장 주민행복 위협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6.11.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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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 남차리 공수부대 사격장 소음 전원주택단지 집단반발
사격장 인접지 주거단지 인허가 증평군·공수여단 책임론

내 집에서 80m 떨어진 곳에서 기관총 사격연습을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설핏 지나치며 들어도 소름끼치는 총소리를 거주공간인 집안에서 참고 살아야하는 마을이 있다. 증평군 귀석산 아랫동네인 남차리엔 공수부대 공용화기 사격장이 있다. 전통마을 주민들은 35년째 소음을 견디며 살아왔고 전원주택단지로 이주한 주민들은 수년째 총소리에 시달려왔다. 과연, 이런 곳에 전원주택단지를 계획한 사업자는 누구이며 이를 허가한 공무원은 누구일까. 납득하기 힘든 군사격장과 전원주택단지의 동거 현장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 전원주택단지인 '행복마을' 송전탑 뒤 산등성이 공수부대 사격장이다.

증평군 증평읍 남차리에 13공수특전여단의 사격장이 설치된 때는 1981년. 공용화기 사격장으로  K3기관단총, 유탄 발사기 사격을 실시하고 있다. 사격장 조성 당시 남차리엔 80여 가구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순박한 농심의 주민들은 사격장과 직선거리로 200여m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국가안보 시설이란 명분에 별 말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한해 평균 50회 훈련을 하며 K3사격의 경우 수천 발, 유탄사격의 경우 수십여 발을 사격했다. 사격훈련이 있는 2시간 동안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문제는 2003년께 남차3리 '행복마을'이란 이름의 전원주택사업단지 조성사업이 벌어지면서 비롯됐다. 노년의 퇴직자들에게 전원 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농촌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3만5천여평방미터의 사업부지에 42필지의 단독 주택지를 분양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해당 사업부지는 사격장과 최단거리로 불과 8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과연 이런 곳에 주택단지 허가가 날 수 있을까? 누가봐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하지만 증평군은 집단주거지로 사업승인을 내줬다. 그러나애초 사업승인 당시 소유권자들 대부분은 집도 짓지 않고 땅을 되팔았다. 이후 사격장과 인접해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땅을 산 사람들도 많았다. 뒤늦게 사격장 소음을 알게 됐고 '폭탄 돌리기'식으로 그 땅을 또 되파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다보니 땅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애초 3.3평방미터당 50만원대였던 것이 올들어 30만원대에 내놓은 곳도 있다.

남차3리 백남운 이장은 "바깥 동네에서 놀러온 아이들은 총소리에 놀라 울기도 한다. 사격훈련이 있는 날은 외부손님을 들일 수 없다. 올들어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항의를 하니까, 하루 전날 훈련 통보를 해주고 있다. 전에는 직전에 알려줘 마을방송으로 주민들에게 알려줬다. 그래두 우리들은 그려러니 참고 사는데, 도시에서 살다 행복마을로 온 분들은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5년전 행복마을에 집을 지은 윤철용씨는 "사격연습 할 때는 여름에도 문을 꼭 닫고 있어야 한다. 이런 고통이 일시적인 게 아니고 영구적인 거라면 누가 여기서 참고 살겠는가. 전국 군사격장 중에 민가마을과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여기다. 방음시설 같은 임시방편으로 해결한 문제가 아니다. 공수부대 내에서 사격장(개인화기)이 있고 여기는 보조 사격장(공용화기)이다. 부대에 일반 훈련장과 남차리 사격장 부지를 맞바꿔서 소음피해를 막아 달라는 해결책도 제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군사격장 곁에 전원주택지 조성은 비유하자면 기름탱크 옆에 성냥공장 입지를 허가한 셈이다. 현장을 직접 확인해 보면 주거단지 인허가 자체가 의문투성이 일 수밖에 없다. 증평군 도시개발팀 관계자는 "2003년에 10여명이 공동명의로 전원주택단지 허가 신청을 냈다. 자신들이 직접 거주하겠다고 해서 사업부지와 인접한 사격장 얘기도 했다. 하지만 상관없다는 입장이었고 그래서 공수여단쪽에 질의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공수여단측은 해당 지역이 군사보호시설로 묶여 있는 곳이 아니다보니 거부입장을 밝히지 않다는 것. 다만 사격장 소음발생이 예상되니 인허가 조건으로 '소음피해에 대한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증평군은 이같은 회신내용을 사업자에게 알려줬고 그대로 각서를 작성하자 사업승인을 내줬다.

각서 작성 사실도 모른채 입주한 행복마을 주민들은 증평군에 각서 원본 확인을 요청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대해 행복마을 주민들은 "군청 허가공무원이나 공수여단 민원 담당자가 똑같이 직무유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세상 천지에 군사격장 100m 이내에 집단주거단지를 허가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증평군은 소음피해가 명백함에도 공수여단에 공을 떠넘겼고 공수여단은 각서 제출이란 편법으로 개발사업을 부추긴 결과가 됐다. 결국 원사업자들은 땅만 팔고 모두 떠났고 우리같은 피해자들이 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행복타운 주민들은 소음피해 항의가 거세지자 공수여단은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사격훈련을 일시 중지했다. 하지만 11월초 다시 훈련재개 통보를 해 주민 30여명이 사격장으로 몰려가 집단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민들은 피해정도가 방음벽 등 미봉책으로 해결할 수준이 아니라며 사격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주민 민원이 반복돼 사격일수를 한해 30여일로 줄이고 사격장 주변 소음저감시설 설치를 증평군과 협의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격장 설치 이후에 입주한 주민들이 생활권과 재산권만 앞세워 기존 군 시설 이전만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평군은 지난 2005년 남차리 일대를 군 문화재 11호로 지정한 바 있다. 1613년 충청병마절도사를 지낸 신경행의 주도로 세워진 증평 유일의 서원, 구암서원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차리는 증평군의 명소인 삼가저수지, 율리휴양촌, 좌구산 자연휴양림으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군사격장을 방치해 두기에는 문화관광지 보존 차원에서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증평군 37사단 내에도 공용화기 사격장이 있다. 피해 주민들은 공수여단의 보조사격장으로 37사단 사격장 공동사용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 강원 양구군 팔랑리 포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항의집회 모습.

軍사격장 이전, 통합이전지 공모, 피해배상 절차 등 해결책

한국전쟁 이후 60여년간 소음 피해 등 민원의 대상이 된 경기도 연천군 군부대 전차사격장이 올 연말께 외곽으로 이전한다. 대체사격장은 민가가 없는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북쪽에 조성돼 이전이 완료되면 갈등도 해소될 전망이다. 인근 피해주민들은 1999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사격장 이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뜻밖에 국토교통부가 2002년 국도 3호선 대체 우회도로를 설계하면서 사격장을 관통하도록 해 사격장 이전의 실마리가 됐다.

원주시는 지역에 산재돼 있는 군부대 사격장으로 인한 소음 해소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군부대 사격장을 통합 이전키로 하고 지난 10월 대상지 선정을 위한 주민 공모를 실시했다. 현재 원주에는 판부면 신촌리와 서곡리,흥업면 매지리 등 3곳에 군부대 사격장이 운영 중이다. 원주시와 국방부는 이전 대상지가 확정되면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서고 이르면 오는 2018년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를 마무리한 뒤 착공해 2021년 사격장 통합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통합사격장 이전지에는 총 30억원 규모의 주민지원사업이 추진된다.

강원 양구군 팔랑리 포사격장과 태풍사격장 주변 지역 주민들이 정부에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양구군 사격장 피해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해 9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냈다. 조정신청에는 72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했고 청구 금액은 10억3000여만원이다. 이같은 청구금액은 군사격장 피해에 따른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주민 1인당 월 4만 원씩 36개월을 적용해 산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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