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여성이 아니다.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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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여성이 아니다. 대통령이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6.11.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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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의 同床異夢
▲ 홍강희 편집국장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 사생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했다는 말이 국민들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 항간에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 중 하나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여성 대통령을 뽑으면 한국처럼 된다”며 노골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말까지 떠다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유 변호사 말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법을 위반해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고려할 지점이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은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아닌 대통령으로서 헌법질서를 파괴한 것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은 약하고 특별하게 보호받아야 하거나 배려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성차별적이고 성별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박 대통령은 여성이 아니다. 대통령이다. 그를 여성으로 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사건이 터지니 여성 운운하는 게 참으로 우습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여성들 성형기록 모두 공개해야 하느냐. 대통령의 인권은 발가벗겨져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갱년기 치료는 여성들이 가장 감추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 사람 또한 박 대통령을 그저 여성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여성이라서 한 게 아니고, 한 사람의 후보에게 한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들 성형기록을 모두 공개해야 하느냐고 한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일반여성이 성형수술을 받든 갱년기치료를 받는 태반주사를 맞는 국민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대통령이 국정을 챙겨야 할 시간에 비선실세 최순실과 일반 병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들며 성형시술을 받고 태반주사를 맞았다면 그건 큰 문제다. 대통령의 건강은 1급기밀이기 때문에 청와대 안에 주치의가 있는 것인데 굳이 일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대선 때 혹시 여성의 지위가 나아질까 박 대통령을 찍었다는 사람이 있다. 그는 지금 후회하고 있다. 만일 박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성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였다면 많은 여성들이 여성대통령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지위는 오히려 후퇴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여성들에게 그저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인 대통령으로 존재한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뒤 7시간의 행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보톡스를 맞았다, 성형 시술을 받았다는 등의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를 추적하고 정치권에서도 이슈화하자 청와대는 도표를 만들어 대통령의 행적을 밝혔다. 그 시간에 세월호 보고를 받았으며 국정을 챙겼다는 주장이다. 세월호 사건을 듣고 한 걸음에 현장으로 뛰어가도 시원찮을 판에 대면보고도 아닌 서류보고를 받고 있었다니 누가 믿겠는가. 그리고 그렇다면 왜 진작 밝히지 않았는가. 박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당당하지 못하다. 뭔가 감추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연설문 개입을 시인했다. 혹시 세월호 침몰 후 성형 시술을 받았다고 시인하는 날이 올까? 그동안 자연재난이 났을 때 골프쳤다고 한 방에 훅 날아간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본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총리이지 여성이 아니다. 박 대통령도 그저 대통령이다. 때문에 이 지위에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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