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가로막은 공사현장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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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금북정맥 가로막은 공사현장 ‘눈살’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12.0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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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티재 입구, 3년째 대형 리조트 공사…통행 불편 호소
전체 개발 면적 5575㎡, 건축허가 대신 신고로 공사 진행

이티재-구녀산-좌구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리조트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당 지역은 청주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개발공사가 1년 넘게 진행되면서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은 한남금북정맥의 주요구간으로 산세가 아름다운 데다 구녀성 등 문화재도 위치해 보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곳이라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남금북정맥 4구간인 이티재 입구, 3년째 진행 중인 리조트 공사로 등산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대신리 산 23-11, 미원에서 초정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위치한 이티재는 구녀산-좌구산으로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 안성방향 입구다. 휴게소 형태의 꽤 큰 식당이 영업 중인 건물 뒤편으로 벌써 1년 넘게 개발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현장 곳곳 ‘위험’

크고 작은 5개 동의 콘크리트 건물이 건설되는 현장 사이를 가로 질러야 구녀산으로 가는 등산로를 만날 수 있다. 공사 현장 입구부터 100m는 족히 걸어가야 공사 현장을 벗을 날 수 있다. 가는 길 곳곳에 장애물이 있었다. 비포장 길 옆으로는 나무 등 건축자재가 널려 있고, 등산길을 가로막는 철재 건축자재도 눈에 띄었다. 공사장 한편에는 안전장치 없이 조경석이 쌓여 있어 낙석 위험에도 노출돼 있었다. 공사장 곳곳에는 뿌리 채 뽑힌 나무가 방치돼 있거나 멀쩡한 소나무가 뿌리를 드러내고 있기도 했다. 산속인데도 불구하고 현장 한복판에는 화로 등 용기도 사용하지 않은 채 벌채한 나무 등을 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시청과 구청, 면사무소 어디에서도 해당 현장의 진행상황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종종 이곳에서 출발해 좌구산 방향으로 등산을 한다는 한 시민은 “공사현장에서 사람들이 일하는데 가로질러 지나가는 것도 좀 그렇고, 안전이나 미관상도 좋지 않다”며 “1년 넘게 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행 중에는 이런 곳에 어떻게 건축허가가 났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불편하다며 발길을 끊은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공사현장에서 만난 공사관계자는 리조트를 건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숙박시설을 짓고, 수영장 등 간단한 물놀이 시설도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산객이 불편을 겪는 것과 관련해서는 “우리도 빨리 공사를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허가관계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등산객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 완공 시기는 내년이다.

공사현장을 가로질러가야 분젓티로 가는 한남금북정맥 산줄기를 탈 수 있다.

공사 후 등산객 크게 줄어

행정기관에 확인 결과 해당 부지는 단독주택을 짓겠다는 개발행위 신고를 하고 2014년 4월 착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이상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미원면 관계자는 “모두 다섯 동의 단독 주택을 짓는다고 신고했다. 건면적은 각각 86㎡ 97㎡ 86㎡ 86㎡ 97㎡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개별 건축면적이 2000㎡이상이면 청주시의 허가를 득해야 하고, 200㎡이상 2000㎡이하는 관할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당 현장은 개별면적인 200㎡이하라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미원면 관계자는 “단독주택은 욕실과 주방이 포함된 건축형태다. 펜션이나 민박도 같은 형태다. 단독주택을 지어 분양을 하든, 펜션영업 허가를 받든 이후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난 7월 27일 해당토지 개발업자는 건물 하나를 두 가구씩으로 나누어 설계 변경하며 면적은 50%이상 늘려 신고했다. 현재 신고된 각 건물의 면적은 134㎡ 175㎡ 115㎡ 115㎡ 71㎡이다. 미원면 관계자는 “현재 신고된 내용도 최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업자의 판단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면적으로 보면 산중 펜션 치고는 큰 규모다.

전체 개발면적도 달라졌다. 전체 면적 8509㎡ 중 최초에는 4200㎡만 개발하겠다고 신고했지만 현재는 5575㎡를 개발할 계획이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길이 험하지 않고 산책로 정도의 난이도였다. 1km남짓 산길을 걸으면 구녀산에 다다른다. 등산로에는 운동기구들이 설치돼 있다. 넓은 등산로 등 평상시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주말, 구녀산을 찾아온 등산객은 많지 않았다. 등산객들은 공사현장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공사현장 내 등산로에는 건축자재가 널려 있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다.

그 옛날 구녀산에는 무슨 일이?…흥미로운 구녀성 전설

이티재에서 산길을 따라 1km쯤 걷다보면 구녀산이 나온다. 구녀산에는 신라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터가 나오는데 구녀성이다. 안내표지판에는 “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래가 전해진다. 이곳 산정에 아들 하나와 아홉 딸을 가진 홀어머니가 있었다. 이들 남매는 모두 장사였는데 항상 불화가 잦아 마침내는 생사를 건 내기를 하게 되었다. 내기인 즉, 딸 아홉은 산꼭대기에 성을 쌓는 일이고, 그 사이 아들은 나막신을 신고 서울을 다녀오는 것이었다. 내기를 시작한 지 5일이 되던 날, 어머니가 상황을 살펴보니 성은 거의 마무리가 다 되어 가는데 사울간 아들은 돌아올 줄 몰랐다. 이에 내기에 지게 되면 아들이 죽게 될 것을 생각한 어머니는 가마솥에 팥죽을 끓여 딸들을 불러모아 팥죽을 먹으며 천천히 해도 되리라 했다. 뜨거운 팥죽을 식혀 먹고 있는 동안 아들은 부르튼 다리를 이끌고 피를 흘리며 돌아왔다. 그리하여 내기에 진 아홉 딸은 성위로 올라가 몸을 던져 죽고, 부질없는 불화로 아홉 누이를 잃게 된 동생은 그 길로 집을 나가 돌아올 줄 몰랐다. 어머니도 남편의 무덤 앞에 아홉 딸의 무덤을 만들어 놓고 여생을 보내다가 숨을 거두었다. 이때 당시 죽은 아홉 딸과 부모의 묘는 이 성안에 두줄로 배열된 11기의 묘라고 전해진다”라고 전설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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