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팀장은 오늘도 행사장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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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팀장은 오늘도 행사장 간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7.09.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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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성공 여부 관람객 숫자로 판단, 공무원 동원 여전
개막식장에는 공무원 다수…국제행사 타지역까지 가서 홍보
충북도와 충주시는 지난 15일 충주종합운동장에서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열었다. 이 날 개회식에는 1만5000명의 관람객이 참석했다. 사진 제공=충북도

행사의 계절 가을이 돌아오자 충북도내 공무원들에게 동원령이 내려졌다. 자치단체장들은 여전히 행사 성공의 제1 조건을 관람객 숫자로 보고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도내 지자체들이 본래 업무는 제쳐두고 눈에 보이는 행사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9월 들어 도내에서는 오송 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열렸고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진행 중이다. 또 청원생명축제와 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이 곧 시작된다. 이어 10월에는 전국체육대회, 11월에는 세계청소년무예마스터십이 열린다. 대규모 행사만 쳤을 때 이 정도이지 기초지자체에서 하는 축제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이 많다.

'최대 관람객' 뒤에 숨은 것들

최근 오송 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청주공예비엔날레 개막식장을 메운 사람들 중에는 주최측 지자체 공무원들이 많았다. 청주 KTX오송역 일원에서 열린 오송 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에는 충북도 공무원, 충주종합운동장에서 개막식을 한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는 충북도와 충주시 공무원들이 동원됐다. 그리고 옛 청주 연초제조창에서 막을 올린 청주공예비엔날레 개막식에는 일반 관람객보다 청주시 간부 공무원들이 더 많았다.

지난 15일 충북도 일부 공무원들은 이 날 오후 6시에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이들은 충주까지 가기 위해 몇 시간 전 출발했다. 도 관계자는 “전국 및 도 단위 기관·단체 초청인사 의전을 위해 관련부서 직원 79명을 개회식에 참석토록 했다. 주최측은 멀리서 오는 초청인사들의 의전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 인사들을 잘 아는 담당과에서 맡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또한 넓은 의미의 동원에 해당된다. 직원들도 행사가 열리면 으레 동원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날 충주시 공무원들은 과마다 5명씩 차출돼 개회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도는 대회 시작 전 시·도 선수단 및 관람객 목표 인원을 1만명이라고 하더니 후에 1만5000명이 참석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충북도는 “이번 행사는 장애인을 배려해 전국체육대회보다 앞서 개최된 최초의 대회였다. 또 1만5000명에 이르는 개회식 사상 최대 관람객, 1203억원 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자된 대회 등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고 자랑했다. 이를 보더라도 지자체가 관람객 숫자에 얼마나 민감한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16~17일 주말에 열린 경기에도 일부 직원들은 동원됐다. 일반 관람객이 적어 썰렁한 대회가 될 것을 우려한 충북도는 경기장마다 공무원들을 배치한 것이다.

또 도는 요즘 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 홍보를 위해 공무원들을 국(局)별로 전국 시·도에 보내고 있다. 2013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나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2015 괴산세계유기농엑스포 같은 국제행사를 할 때도 국별로 담당지역을 정해 홍보하도록 했다. 이들은 담당지역 광장이나 공원, 번화가처럼 인파가 많은 곳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행사 홍보전단과 작은 선물을 나눠주는 일 등을 하고 있다.

 

행사 기간 내내 과별로 방문해야
 

모 씨는 “관련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고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하는 것이라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멀리 부산이나 영남, 호남 쪽으로 가면 거의 하루가 걸린다. 그러면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요즘같은 디지털시대에는 맞지 않는 원시적인 홍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타 지역을 다녀오는데 들어가는 출장비도 상당한 금액이라고 한다. 그 외 충북도는 주요 행사가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과별로 돌아가며 1~2명씩 행사장을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 도는 희망자에 한 해 가도록 한다고 했으나 이제는 의무적인 업무가 돼버렸다는 게 공무원들 말이다.

이런 일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벌어진다. 한 인터넷매체에 따르면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행사에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했다고 보도했다. 아직도 관객을 공직사회에 의존하는 것은 군사정권 구태 논란이 일 수 있고, 업무공백과 출장비 지급으로 인한 예산지출이 문제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행정자치부가 강원도에 협조 공문을 보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공무원과 학생은 가장 흔히 행사에 동원된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직·간접적으로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무원들은 입장권을 할당받아 판매까지 했다. 도내 자치단체들끼리 서로 맞바꾸며 팔아주는 일도 많았다. 이제는 개선돼 입장권을 팔아야 하는 부담은 없다. 하지만 차제에 행사에 동원되는 것도 폐지해야 한다는 게 여러 사람들 말이다.

그러려면 특히 자치단체장들이 행사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다. 관람객이 많이 와야 성공했다고 보는 구태의연한 시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도는 얼마전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에 당초 목표 관람객 5만명보다 66% 많은 8만3000여명이 다녀가는 성황을 이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도는 “이 엑스포는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인 B2B 행사라 관람객 숫자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관람객 수를 행사 성공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최측은 최대 규모 행사, 최대 관람객이라는 수식어보다 행사를 통해 도민들에게 어떤 즐거움과 이익을 줄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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