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원종으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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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원종으로 사세요
  • 충청리뷰
  • 승인 2018.06.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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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충북도민들께 실망을 드렸는데 탄원서를 보내주시고 감싸 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졸지에 뇌물 수수범이 되어 재판을 받다가 얼마전 무죄판결을 받은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소회를 언론들은 이렇게 전했다. 아주 간결한 이 말엔 역으로 도민들이 ‘인간 이원종’에게 느끼는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본인의 언급처럼 박근혜 정권 막판에 터진 이원종추문에 도민들은 실망이 컸고, 그럼에도 불구 지역의 원로와 유지를 포함한 무려 5433명이 그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 작성에 참여했다. 무슨 국가정책이나 지역현안이 아닌 개인 형사사건의 탄원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한 것도 전례가 없다.

그만큼 이원종은 불미스런 혐의와는 상관없이 도민들에게 이미 막대한 이미지를 남겼던 인물임엔 틀림없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입지전적인 삶, 관선·민선 도지사와 서울시장, 대학총장,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장 등 늘 대중에게 노출되는 고위 공직과 공인의 이력을 이어오면서도 지역사회에 흔들리지 않는 청렴의 증표를 남겨왔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2년전인 2016년 5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나라 권력서열 17위라는 사실만으론 당연히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당시는 국정혼란기로 이른바 기춘대군(김기춘)과 후임인 이병기조차 직을 내놓고 박근혜를 떠난 상황이어서 그런 단순한 판단을 하기가 몹시 버거울 때였다.

당연히 지역사회의 우려가 컸고 이는 곧바로 현실로 다가 왔다. 그해 10월 1일 국회운영위원회에서 한 발언 “(최순실의 대통령 연설문개입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과 최순실은 아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지만 절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가 결국 사단을 불러 왔다. 결과적으로 국정농단의 시발이 되어 끝내는 정권까지 잃게한 실체적 진실을 이원종은 박근혜 비서실장의 입장에서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당시 나는 “비서실장의 위치에선 어쩔 수 없는 처신임을 인정하더라도 이 말에 대한 책임이 조만간 대두될 수 있다”고 본 란을 통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번의 선택이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고 이 것이 빌미가 돼 자신에게 계속 불리한 상황이 반복되는 ‘머피의 법칙’을 인용하며 권력에 기대는 지나친 자기확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결국 이원종은 불명예스럽게 청와대를 나왔고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라는 1억5000만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기소돼 그동안 힘든 시간을 견뎌 왔다.

그의 명예회복에 대해 이렇듯 길게 쓰는 이유가 있다. 무죄판결에 대한 본인의 소감대로 자신에게 크게 낙심하고 실망한 도민들이 오히려 탄원서를 써 준 것에 진정으로 감사함을 느낀다면 이제부턴 다시 원래의 ‘이원종’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답은 청와대를 나온 후 본인이 주변 지인들에게 했다는 말에서 찾아야할 것이다. 그는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은 총량제인 것같다”라는 표현으로 속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게 사실이라면 그가 느꼈을 회한은 분명하다. 청와대의 비서실장 제의를 뿌리치지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미 누린 것만 가지고도 양(量)이 다 찼는데 또 고위공직을 맡겠다고 나선 노욕을 자책했을 수도 있다. 다만 도민들은 정부의 개각 때마다 총리 하마평에 오르던 그가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를 덥썩 잡은 것도 아쉬웠지만, 다른 때도 아닌 권력의 말기현상이 극에 달할 즈음 그런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그저 지금까지도 안타까워 할 뿐이다.

어쨌든 그는 다시 자유인이 됐다. 하여, 그의 앞으로 일상에선 우리가 알고 있던 ‘박달재 알쫑이’로 되돌아갈 것을 바란다. 누구를 만나도 단 몇 초, 몇 분만에 즐겁고 편하게 만드는 그 위트와 유머 그리고 배려, 여기에다 과거 도민들에게 그가 충북의 도지사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한 그 세련되고 박식한 식견을 사람들은 다시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본인이 그토록 좋아하는 골프도 앞으로는 주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맘껏 즐겼으면 한다.

그렇더라도, 유례없는 대규모(?) 탄원서로 본인의 안위를 걱정해 준 도민들을 생각한다면 과연 나는 잘나갈 때 나를 키워준 지역과 지역민들을 위해 얼마만한 고민을 했고, 또 그 것을 얼마만큼이나 실제 행동으로 옮겼는지를 한번 냉정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비록 짧은 비서실장 기간이었지만 지방권력의 일탈과 불공평을 토로하는 민원에 대해 과연 진정 내일같이 챙겼는지를 한번 냉철하게 되짚어보라는 것이다. 그가 공직을 이미 벗었고 자신의 말년을 짓눌렀던 억울한 누명 또한 깨끗이 해소된 상황인지라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그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신의가 될 것같아 하는 말이다.

차제에 그가 뒤늦게 깨우쳤다는 ‘인생의 총량제’를 다른 사람들한테도 각인시켰으면 한다. 다름아닌 몇몇 지방선거 당선자들이다. 이젠 그만 양보하고 내려갈 때가 되었다는 줄기찬 여론에도 아랑곳않고 끝까지 출마해 정당바람을 타고 당선됨으로써 시대적 추세라는 세대교체와 혁신의 의지를 꺾어 버린 그들 말이다. 아마 본인들도 지난 선거기간 내내 ‘왜 충북은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못하느냐’는 비난에 그 어느 때보다는 많은 딜레마를 느꼈을 것이다.

그 고민이 헛되지 않으려면 그들 역시 삶의 총량제를 어긴 원죄를 생각해서라도 앞으로 4년은 정말 도민과 시민을 하늘같이 여기는, 모든 사적관계에 앞서 오로지 지역발전을 향한 공적인 정성에만 온 힘을 쏟는 그런 소신들을 보일 것을 바란다.
이원종 전 지사의 무죄판결을 거듭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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