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지자체, 지향점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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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지자체, 지향점이 무엇인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07.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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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민선자치시대에는 지자체의 지향점이 모두 다르다. 시·군마다 목표하는 바가 다르다는 얘기다. 그 지향점은 누가 정하는가. 자치단체장이 한다. 민선7기가 시작되자 충북도지사와 도내 11개 시장·군수들은 도·시·군정 목표를 발표했다. 이 목표에서 그 지자체의 지향점이 읽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너무 추상적이고 특색이 없다보니 지자체간 목표를 구분하기도 힘들다.

도민들은 관선시대나 민선시대나 행정기관에서 정하는 것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무감각해진 면이 있다. 구태의연한 표어처럼 이런 것도 감흥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 아니, 따지지 않는다기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목표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지난 2일 충북의 자치단체장들이 일제히 민선7기 목표를 발표했어도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시종 도지사는 충북도정 목표를 ‘함께하는 도민 일등경제 충북’이라고 정했다. 민선6기 때는 ‘함께하는 충북 행복한 도민’이었다. 그리고 민선6기 이승훈 청주시장은 ‘일등 경제 으뜸 청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어쩐지 두 개를 합성한 듯한 느낌이 든다. 새로운 맛이 없다.

도내 시·군 단체장들은 대부분 함께, 행복, 꿈, 희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청주시는 ‘함께웃는 청주’, 충주시는 ‘충주의 번영과 시민의 행복’ 제천시는 ‘다시 뛰는 도심, 희망의 경제도시’를 내세웠다. 단양군은 ‘꿈과 희망이 있는 살기좋은 단양’, 영동군은 ‘꿈과 희망이 넘치는 레인보우 영동’이다.

또 보은군은 ‘함께 하는 도전 발전하는 보은’, 옥천군은 ‘더 좋은 옥천’, 음성군은 ‘대한민국의 중심 행복한 음성’이라고 정했다. 이어 진천군의 군정 목표는 ‘사람중심의 친환경 미래도시 생거진천’, 괴산군은 ‘모두가 행복한 희망 괴산’, 증평군은 ‘전국 최고의 살기좋은 증평’이다.

11개 시·군의 목표를 쭉 훑어보면 그 지자체의 정체성이 느껴지는가.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는가. 그렇지 않다. 그저 듣기좋은 단어를 붙여놓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행정기관 사무실에는 이 슬로건들이 걸려있다. 한 공무원은 “목표에서 뭔가 느낌이 와야 하는데 너무 추상적이고 비슷비슷하다. 가슴에 와닿는 목표였으면 기억하기 좋았을텐데 아쉽다”며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민선단체장의 임기 4년은 결코 길지 않다. 무엇인가 성과를 내기에는 짧다. 때문에 경제, 문화, 안전, 복지, 환경, 농업 등 모든 분야에서 업적을 내기는 힘들다. 1~2가지만 확실한 성과를 내도 주민들은 기억한다. 그러나 단체장들은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 어떤 분야에 올인하겠다는 표현을 하지 못한다. 다른 분야 종사자들이 당장 불만을 토로할 것이 뻔하므로.

그렇지만 재선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좀 더 자신있는 행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포괄적으로 정한 이면에는 모든 도민과 시·군민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단체장의 색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꼭 그렇게 해야 할까. 민선7기 단체장들이 한 번만 하고 만다는 각오로 용기있게 처신하고 자신있게 지자체를 경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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