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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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의 의미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10.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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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노 충주·음성담당 부장

제사의 기원은 토테미즘이나 샤머니즘과 같은 원시신앙에 있다. 자연재해, 질병, 맹수들의 공격 처럼 인간집단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재앙을 막기 위해 하늘이나 땅, 강이나 바다, 오래된 나무 등에 절차를 갖춰 빌었던 것에서 유래됐다.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의 신성에 대해 치러지는 종교의식은 ‘제사(祭祀)’로 통칭할 수 있다. 이는 아브라함 계통과 조로아스터교 정교 같이 인류사 초기에 세계 각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이 지역 종교들은 제물로 주로 양을 썼다. 고대 중국은 노예들이 많았기 때문에 소를 농사에 크게 이용하지 않았다. 대신 소를 먹거나 제사를 지내는 제물로 사용했다.

소 우(牛)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두 개의 소뿔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지금은 그 모습이 변해 뿔이 하나만 남았다. 조상신이나 하늘신, 땅신 등에게 지내는 제사는 옛 중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서 제사를 지낼 때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제물(祭物)을 바쳐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소다.
물론 나중에는 양이나 개도 제물로 쓰였다. ‘희생(犧牲)한다’는 문장에 나오는 희생이라는 한자를 보면 좌우측에 소 우(牛)자가 나란히 들어간다. 이 희생은 제물로 사용되는 소를 뜻한다.

그러다가 중국 역사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많았던 춘추전국시대, 남자들이 전쟁터로 끌려가 농사지을 사람이 부족해지자 대신 소를 이용하면서 제물로 쓰는 일이 적어졌다.

또 힘든 일을 많이 하게 된 소는 근육질이 많아 고기 맛이 그다지 좋지 않자 중국인들은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나 양고기를 더 즐겨 먹게 됐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제사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자 문화권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지역적 특성이 섞여 형성됐다. 고대국가 때는 소를 제물로 쓰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 있는 소를 그것도 통째로 제물로 쓰진 않았다.

소고기를 산적(散炙)으로 쓰거나 삶아서 올리는 제례였다. 지난달 충주시 중앙탑공원 광장에서 열린 ‘2018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축제’의 제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축제라고 이름 붙여진 이 제사의 목적은 시민의 발전과 화합을 도모하고 지난해 발생한 제천 사우나 화재 참사 사망자들의 극락왕생과 사고 재발 방지를 기원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가죽을 벗긴 소 사체가 제물로 올려지면서 불거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죽이 벗겨진 소 사체가 제물로 전시돼 행사에 온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친 것이다. SNS를 통해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소의 눈이 떠지고 혀가 나와 있었던 것. 산채로 가죽을 찢었다는 논란까지 일었다. 여기에 행사 주최자가 다름아닌 살생을 금하는 종교인 불교계로 알려지면서 불교신자들의 비난여론이 커졌다.

사태가 확산되자 행사를 주최한 일광 조계종 측은 무속인들에게 행사 일부를 맡겼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질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충주시도 자신들이 주관한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그런 퍼포먼스를 몰랐다고 했지만 행사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제사는 사회적 소속감과 연대감, 화목을 다지는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그 의미가 지나친 행동으로 퇴색된다면 안 하니만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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