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도시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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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도시에 살고 싶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1.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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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시설의 수도권편중 날로 심해져
국가시설이 지역의 경제·문화 생태계 바꿔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한국문학관 설립 부지를 서울 은평구 진관동으로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서울은 18개의 국립문화시설을 갖추게 됐다. 전체의 35%가 서울에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인천 등 서울생활권의 도시에 위치한 국립문화시설까지 따지면 전체의 약 55%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에 대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한 연구원은 “한국문화예술위에서 발간하는 2017문예연감을 살펴보면 시도 문화예술 활동지수가 현격하게 차이난다. 서울을 중심으로 쏠려 있고 지방에서는 세종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특히 세종시는 국가문화시설이 들어서고 이를 중심으로 새롭게 문화활동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떠나 지방에 입지를 정한 국립문화시설은 해당 지역의 삶의 질을 바꿔놓는다. 그래서 지자체들은 문체부등에서 문화시설 공고를 하면 이를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청주는 현재 국립해양과학관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종시가 부러운 청주시민들

문예연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한 해 동안 문학과 예술계에서 일어난 일을 통계화해 만든 보고서다. 2018년 문예연감은 오는 3월경 발표예정인 가운데 2017문예연감을 참조하면 세종시는 1년 전과 비교해 문화예술활동이 120% 증가했다. 그 중심에는 늘어나는 문화기반시설들이 있다. 2017년에는 사립 한국여인생활사박물관이 새롭게 등록했다.

그간 세종시에는 다양한 국립시설이 들어왔다. 2015년 서울에 있던 국립조세박물관이 이전 개관해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조세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운영했다. 전국의 많은 학교들이 교육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조세박물관을 찾는다. 이색박물관으로 소문이나 학생뿐 아니라 기업 관계자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이에 맞춰 세종시는 박물관들을 중심으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한 이들을 아우르는 시티투어 버스를 운행한다. 버스는 조세박물관과 교과서박물관 그리고 사립수목원인 베어트리파크를 등을 도는데 하루코스로 전국 학생들의 체험학습으로 인기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는 국립수목원이 완공되는 2020년을 기점으로 국립수목원, 국립세종도서관, 대통령기록관 등의 반경 5km를 문화벨트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문화벨트 인근 19만㎡에 국립박물관단지의 유치를 확정했다. 이곳에는 박물관 통합 수장고등 다양한 지원시설이 들어올 계획이다.

세종시가 국가지원문화시설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전주시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옥마을은 전주시가 주도해서 인근의 문화재인 경기전, 오목대등을 잇는 한옥벨트를 조성한 것이 발단이 됐다. 대규모 국책자금을 끌어들여 한옥마을을 조성한 이후 전주 한옥마을은 다양한 문화활동을 벌이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올해도 국가예산 12억원을 들여 전주 마당창극 야외공연장 조성사업을 벌인다. 계속 늘어나는 문화시설에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전주를 찾는다. 수요를 맞춰 인근에는 자연스럽게 사립박물관들이 생겨났다. 전주에 가면 늘 새로운 볼거리가 있다.

전주시는 적극적으로 사립박물관 설립을 장려했다. 현행 사립박물관·미술관의 등록은 광역자치단체에서 업무를 진행한다. 한 사립미술관 관계자는 “보통 2종 박물관과 미술관은 60점 이상의 자료와 1명의 학예사를 보유하면 인가가능하다. 전주의 경우는 지자체와 전주문화재단 등에서 사립박물관·미술관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그래서 기관을 운영할 만큼 수익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시설로 등록되면 제약사항도 있지만 인건비 지원등 공모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 문체부는 지난 3년간 사립박물관에 근무하는 900명의 학예사 등 상주인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사업을 벌였다. 올해는 이를 더욱 확충할 계획이다. 2018년 1월을 기준으로 전국에는 371개의 사립박물관이 있다.

 

영월 미디어기자박물관은 전국에서 모여드는 언론인 지망생들로 늘 북적인다 / 뉴시스

박물관의 도시 영월

인구대비 박물관이 가장 많은 도시는 영월군이다. 영월군에 등록된 공·사립 미술관과 박물관은 총 24개다. 2007년 전까지는 다른 지자체들과 숫자가 비슷했지만 2006년 새로운 군수가 당선되고 2007년 한해에만 사립박물관 4개가 문을 열었다.

아프리카미술박물관등 특색 있는 박물관들이 생겨났다. 초명행관장은 외교부에서 아프리카 지역의 대사로 근무하며 모은 작품들을 모아 박물관을 만들었다. 인근에는 차로 10분 거리에 많은 박물관들이 모여 있다. 특히 2009년에 만든 영월 탄광문화촌박물관은 영월군이 과거 탄광 시절의 생활공간들을 재현해 꾸며놓아 인기가 많다.

이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사립박물관 개관을 도와주자 인구도 별로 없고 자연환경 외에는 크게 볼거리가 없던 영월군은 관광명소로 바뀌었다. 2006년 80만 명이던 관광객이 2015년 252만명까지 증가했다. 지난해는 220만명을 기록하며 주춤했지만, 영월군은 다양한 박물관들과 함께 동강을 활용한 레포츠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영월을 벤치마킹해서 빠르게 박물관들을 만들고 있는 도시는 강릉시이다. 강릉시는 2010년 이후부터 사립박물관을 늘렸다. 총 15개의 박물관중 10개가 2010년 이후에 생겼다. 특히 강릉의 박물관들은 좀 더 관광지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커피거리 인근에는 커피박물관, 강릉에서 유명작가들을 영입해 야심차게 조성한 예술창작마을 인근에는 자수박물관등 다양한 사립박물관들이 생겼다.

지역 산업과 연계해 만들어진 박물관에서 생산하는 문화요소들은 관람객들을 끌어 모은다. 그 중심에는 핵심적인 국가 지원문화시설들이 있다. 이에 대해 지역미술잡지 시방아트를 제작하고 있는 이창수 화가는 “청주에도 이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과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등 중요한 국립시설들이 들어왔다. 이를 계기로 청주가 문화도시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 지역 문화계와 지자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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