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10년의 흑역사’ 종지부 찍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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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10년의 흑역사’ 종지부 찍어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4.04 09: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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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1구역 개발 반대동의서 44.9%받아 청주시에 ‘사업 해제’요구
“재개발로 묶여 주민 삶의 질 낙후됐다”반대 주민들 한 목소리

문제투성이 재개발‧재건축 사업
뉴타운 사업은 거품이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모두가 죽는 게임이다.”

청주시는 주민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시행사와 민간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2006년부터 추진했다. 그 후 2016년에 일부 재개발 정비구역이 해제됐지만 여전히 16곳은 개발계획이 살아있다.

지난달 20일 우암 1구역의 재개발 해제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에는 1019명의 실소유주 가운데 458명에게 받은 해제동의서를 들고 있었다. 전체 소유주의 44.9%가 재개발을 반대한 것이다.

청주시 정비구역 등의 해제지군 개정안을 보면 토지소유자 중 25%가 반대할 경우는 정비구역실무위원회를 열어 60일간 주민 의견을 묻는 우편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우암1구역처럼 토지소유자 중 40%이상이 반대할 경우는 정비구역실무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도시계획 심의위원회에서 해제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또 시장이 직권으로 이와 같은 해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청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뉴타운’바람이 불었다. 2008년 총선에선 ‘우리동네를 뉴타운으로 만들자’라는 공약이 전국에 내걸렸다. 낡은 집을 버리고 신축아파트를 한 채 받겠다는 주민들의 욕망과 정치적인 계산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사진은 우암1구역 재개발 지역 모습./사진=육성준 기자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최종 결정

 

복대 2구역은 지난 2017년 재개발 해제 동의서를 전체 토지소유주 중 25%로부터 받아 시에 제출했지만 무산됐다. 청주시 정비구역실무위원회에서 ‘이 지역은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우편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사업진행에 손을 들어줬다. 현재 시공사로 포스코건설을 선정하고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우암1구역은 지난해 12월 28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 연계형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규모는 20만 9100m². 구MBC에서 흥덕대교 아래 약 4800세대 아파트를 공급하는 대단위 사업이다. 류근준 우암1구역 해제위원회 대표는 “조합이 2006년 세워졌지만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는 식물조합이었다. 조합장은 임기가 2년이고 최대 1년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이 모 조합장의 경우 조합이 설립된 이후 14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조합 운영비만 수십억원을 사용해 왔다. 조합장이 주민들로부터 인준을 받은 적도 없다. 갑자기 우암 1구역이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조합이 다시 총회를 하는 등 부랴부랴 일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8년 만에 연 총회

 

실제로 우암 1구역의 경우 총회는 2010년에 한번 했고, 2018년 12월에는 공모사업을 신청하면서 급하게 다시 열었다. 류 대표는 “보통 조합이 설립된 이후 3년 동안 활동이 없으면 해제되는 게 원칙이다. 작년 총회에선 사회자 비용만 300만원을 넘게 썼다. 찬성 도장을 받기 위해 ‘OS요원’을 써서 수천만원을 낭비했다. 조합장 연봉도 슬그머니 올렸다. 재개발 사업으로 동네가 분열됐다. 주민들이 2010년께는 청주시와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였지만 결국 패했다. 하루 빨리 해제돼 주민들이 맘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우암 1구역의 시행사는 화성C&D, 대림AMC 두 곳이다. 화성C&D는 2006년부터 사업을 추진했고, 대림AMC는 2018년 10월에 참여했다. 그동안 우암 1구역은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암동 주민 김모 씨는 “지난해 3층짜리 건물을 2억원대 초반에 구입했는데 감정평가를 받아보니 6000만원 정도가 나왔다. 보상금을 1억도 못 받고 어디 가서 살 수 있겠나. 수년째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이 입은 피해가 막대하다. 당장 10년간 도시가스 사용을 하지 못하고 값비싼 유류로 난방을 해왔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재개발 지역은 건물 증축이 허용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재개발 사업이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주민들의 주거여건은 더욱 열악해졌다. 각종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재개발을 이유로 배제됐다. 류 대표는 “리모델링밖에 못하는 데 누가 집을 선뜻 사겠는가.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동네가 피폐해졌다.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도 무슨 메리트가 있나. 조합활동으로 쓴 막대한 비용을 주민들이 결국 매몰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청주시, 지금 결단해야 한다

 

재개발 지역의 경우의 수는 크게 두 가지다. 조합이 해제됐을 경우 전체 조합이 사용한 즉 매몰비용 중 70%를 시가 부담하게 된다. 나머지 30%는 조합이 책임져야 한다. 시는 70%금액 중 영수증 처리가 돼 있는 돈만 지원한다. 재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매몰비용은 아파트 분양가에 합산된다.

사실 주민들은 보상금과 아파트 분양권을 받게 되지만 큰 메리트가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같이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고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소위 ‘딱지’의 위력은 거의 없다. 서울은 주택 보급률이 100%가 안 되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경쟁력이 있지만 청주의 경우는 다르다. 나중에 분양대행사와 계약하기 나름이지만 잘못하면 조합원들이 아파트 미분양 물량까지 떠안을 수도 있어 재산상 손해까지 입을 수 있다. 매몰비용 때문에 조합원 아파트가 더 싸게 공급될 가능성도 없다. 한마디로 사업성이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청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뉴타운’바람이 불었다. 2008년 총선에선 ‘우리동네를 뉴타운으로 만들자’라는 공약이 전국에 내걸렸다. 낡은 집을 버리고 신축아파트를 한 채 받겠다는 주민들의 욕망과 정치적인 계산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주민이 조합을 결성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개발’은 그 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청주 주택재개발재건축 주민 생존권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청주시가 직권으로 조합 해산 및 사업 해제를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인선 사회적협동조합 ‘이웃’대표는 “주민들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시가 적극적인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몰비용만 증가할 뿐이다. 재개발 지역의 인구들은 점차 노령화되고 있다. 결국 찬성하는 주민도 반대하는 주민도 모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공동체는 처참하게 깨졌다. 실패를 인정하고 대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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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2019-04-09 20:01:29
우암동은 2000년 후반에에 재개발 찬성하고 개발되었으면 집값 엄청 올랐을텐데
미래를 보지 못한 반대한 주민들 탓 아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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