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과 박학래의 혼이 담긴 ‘학천탕’
상태바
김수근과 박학래의 혼이 담긴 ‘학천탕’
  • 육성준 기자
  • 승인 2019.04.11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간카페’되어 살아나다

청주시 중앙동에 있는 ‘학천탕’은 청주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이다. 겉보기에는 낡은 건물이지만 건축계의 거장 고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작품이다. 8층짜리 건물은 그가 같은 시기에 설계한 88올림픽 주 경기장처럼 곡선미가 남아 있다.

31년 된 거장의 혼을 담고 목욕탕은 이제 ‘목간카페’으로 거듭났다. 물이 담긴 탕이며 샤워시설 등 대중탕의 모습을 고스란히 살려 카페로 만들어 냈다. 이태리 타올은 미술작품으로 승화됐고 차를 주문하면 바가지에 삶은 달걀과 소금이 담겨 나온다.

 
 

'학천탕’의 창업주는 고 박학래 전 충북도의원이다. 지난 2010년 별세해 장남인 박노석(61)씨가 부친의 유업을 이어가고 있다. 박 씨는 “김수근 선생님과 선친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최소한의 리모델링을 했다. 천장을 높인 것 외에는 마루며 타일과 옷장 등 모든 것을 31년 전 있는 그대로의 재료로 재가공했다”고 말했다.

사업실패로 부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지역사회의 질타에 그는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이제는 선친께서 물려주신 목욕탕집 아들로 재창조한다는 의미에서 잘 이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직접 설계한 손때 묻은 도면은 카페를 1년여 동안 얼마나 많은 수정과 보완을 거쳐 만들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자신이 고안한 삶은 달걀을 담은 접시를 가리키며 “비록 작게 보이지만 나는 이 접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접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