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중앙공원 부근의 작은 길은 한때 시각 장애인들 위주의 점집이 군락을 이뤘던 곳이다. 하지만 이젠 운명철학관만이 쓸쓸히 남아 그 길을 지키고 있다. 끝내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거리의 철학자는 “40년 동안 만난 사람들은 모두 운명이었다. 지금은 모두 떠나고 이렇게 혼자 있는 것도 운명으로 받아 들인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맹학교에서 스승으로부터 혹독하게 점자로 사주 보는 법을 배웠다는 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신세이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같은 처지의 동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는 몸이 쇠약해져 날씨 좋은 날만 이 길을 지키고 있다는 그는 오늘도 운명 같은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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