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 핵심은 물, 물 대책 세워라
상태바
초정 핵심은 물, 물 대책 세워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8.13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년 문화공원 조성부터 2019년 초정클러스터까지 다양
광천수 탄산 농도는 점차 약해지는데 물 보존대책은 없어
청주시와 충북도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초정약수 개발계획을 세웠고 현재 개발 중이다. 그러나 물에 대한 대책은 없다. 사진은 약수의 원천인 영천.

초정약수 개발사업 문제없나
주객이 전도된 사업들

청주시 내수읍 초정리에 가면 이런 안내판이 있다. “초정약수는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약수로 세종과 세조 임금이 피부병과 안질을 치료했다는 역사적 자료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광천학회가 선정한 세계 3대 광천수 중 하나입니다.”

또 초정 영천(靈泉)에는 “초정약수는 단순 탄산과 중탄산이 들어있고 각종 미네랄과 천연 탄산가스가 풍부해 다른 약수와 성분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초정약수는 소화와 위장병 치료에 좋고 숙취해소, 피부병, 눈병치료에 좋다”고 쓰여 있다.

이런 배경에서 옛 청원군은 물론이고 청주·청원 통합 후 청주시와 충북도는 초정개발을 위해 여러 사업계획들을 세웠다. 대략만 훑어봐도 많다. 옛 청원군은 지난 2012년 초정지구 제2종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하고 초정약수 문화공원을 만들었다. 이후 2014년 충북도는 세종대왕을 테마로 한 문화관광 특화전략 마련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초정행궁 조성계획을 세웠다.

 

물을 활용한 사업만 잔뜩
 

이어 2014년 8월 충북도와 청주시는 세종대왕 초정 르네상스 실무추진단을 발족해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2017년 12월 행궁조성사업에 착수한다. 행궁조성사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내년에 완공된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은 초정과 연계해 세종대왕 100리길 사업도 했다. 상당산성권~초정약수권~증평율리권의 100리에 한글·책·물·생태 등을 주제로 마을미술관·문화장터·문화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는 것이었으나 결국은 이름만 요란했다. 사업후 관리도 안되고 설치된 시설은 거의 문을 닫아 비난을 받았다. 지금도 도처에 흉물처럼 남아있다.

또 지난 2015년 충북도와 청주시는 국립문자박물관 유치에 뛰어 들었다. 세종이 1444년 한글창제 후 121일간 머물며 마지막 작업을 했다는 역사와 현존하는 세계 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탈락됐다. 그에 앞서 2012년 충북도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언어문자박물관 건립을 위해 국비요청도 한 바 있으나 받지 못했다.

이와 별도로 이 곳에서는 축제도 열린다. 옛 청원군 시절인 지난 1999년 내수읍 주민자치위원회는 처음으로 초정약수축제를 시작했다. 2006년 민선3기 오효진 군수는 이를 확대해 군에서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열고 2009년까지 계속했다. 그러다 민선4기 김재욱 군수는 이 축제를 축소해 내수읍에서 주최토록 하고 대신 청원생명축제를 시작한다. 이후 민선5기 이종윤 군수는 2011년 다시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부활시켰다. 청주청원통합 후에도 이 축제는 계속된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이런 일련의 사업을 하면서 초정약수에 돈을 쓴 적은 없다. 초정약수를 이용한 사업만 했지 약수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축제 때도 초청가수 공연, 어가행렬·전국학생백일장 등의 행사를 하는 데만 돈을 썼다. 초정이 청주시의 주요 관광지 중 한 곳인 이유는 약수가 있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안질 치료를 위해 거둥하게 된 것도 약수 덕분이다. 만일 약수가 고갈되거나 혹은 오염돼 약수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초정은 알맹이가 사라진 마을로 남게 될 것이다.

옛 청원군 시절 초정약수축제 후 열린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한 주민은 “축제에 몇 만명 다녀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약수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바람에 양은 줄어들고, 톡쏘는 성분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약수가 고갈되고 본래 성분도 잃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 점에 대비하자”고 강력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를 주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현석 현석종합건축 대표는 “10대 때 고향인 괴산 청안에서 친구들과 백중날 초정에 가면 초정약수 공장 옆 우물에서 물기둥이 솟아 오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톡쏘는 물 맛을 보기 위해 많이도 마셨다. 약수의 원천인 영천을 유리 뚜껑으로 덮어 관광객들이 볼 수 있게 해놓으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루빨리 이 곳을 지방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물 떠가는 장소. 사유지지만 깨끗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초정약수는 지하수 일뿐
 

초정약수는 세종대왕의 스토리가 있는 특별한 물이지만 분류상으로는 지하수이고 지하수법의 적용을 받는다. 청주시 관계자는 “1974년 충북탄산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초정약수 탄산농도는 ℓ당 2640㎎이었는데 2017년 농어촌공사 용역에 의하면 ℓ당 1547㎎으로 40% 정도 줄었다. 현행법상 특별한 물이라고 해도 온천 이외에는 모두 지하수로 분류된다”며 “현재로서는 이 물을 보존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초정에 있는 호텔, 목욕탕, 가정집 등에 탄산수를 아껴쓰도록 상수도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

청주시와 증평군은 지난 4월 초정클러스터 관광육성사업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제안해 선정됐다. 여기에는 국·도·시비 191억원과 부지매입비 60여억원이 들어간다. 초정행궁사업 165억원까지 합치면 초정에 수백억원의 돈이 투입되는 것이다. 그 만큼 청주시는 제대로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초정클러스터 사업의 핵심은 창의·치유라고 한다. 초정행궁을 활용한 창의교육 콘텐츠와 광천수를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수암골~국립현대미술관 청주~초정~증평 좌구산~증평 블랙스톤 벨포레 리조트를 잇는 체류형 관광지를 만들려고 한다”며 “이 중 예산 일부를 광천수 보존 및 관리쳬계를 구축하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클러스터 사업은 현재 연구용역 중이고 결과는 올해 안으로 나온다. 그러므로 초정약수 보전방안도 내년이나 돼야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초정에 관한 숱한 개발계획이 있었고 실제 개발 중이지만 정작 약수에 대해서는 관리계획 한 번 세우지 않았다. 초정에는 생수공장, 목욕탕, 호텔이 약수를 활용해 영업 중이고 목욕탕 좌우로 시민들이 약수를 떠가는 두 군데의 샘이 있다. 샘 앞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고 초정약수를 알리는 조악한 안내판이 붙어있다.

자료를 보더라도 탄산농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래서 세계3대 광천수라는 이름이 언제까지 갈지 걱정이라고 말하는 주민들도 있다. 하루빨리 초정약수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와 보존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초정약수의 원천인 영천이 현재 건물은 청주시 것이나 소유권은 (주)일화가 갖고 있다. 이 또한 청주시가 관리하는 것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