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재 형 의원의 쿠데타 아직은 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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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재 형 의원의 쿠데타 아직은 미완성
  • 충청리뷰
  • 승인 200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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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형의원의 ‘몽니’가 4일동안 민주당을 바짝 긴장시켰다. 홍의원(청주 상당)은 지난 24일 중앙당에 도지부장 사직서와 탈당계를 제출함으로써 가뜩이나 양대 선거에 정신이 팔려 허둥대던 중앙당을 깜짝 놀라게 했다. 4가지의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소위 조건부 탈당을 협박하던(?) 홍의원은 27일 중앙당 및 한화갑 대표와의 의견조율을 거쳐 당 잔류쪽으로 돌아섰다. 물론 도지부장도 그대로 수행키로 약속했다. 홍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이 제기한 네가지 조건에 대해 당차원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서로 껄끄러운 관계였던 노무현 대통령후보도 26일 홍의원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진무(鎭撫)에 나섰다.
홍의원이 탈당을 무기삼아 중앙당에 요구한 네가지 조건은 이렇다. 첫째 6월 지방선거에서 충북후보 특별 배려, 둘째 호남고속철도 오송기점역 유치에 대한 당차원의 약속, 셋째 광역의원 비례대표후보 1순위에 여성 배정, 넷째 대선후보 경선에서 야기된 당내 갈등 해소 등이다. 이중 세번째와 네번째 요구는 민주당 도지부가 당초 결정을 번복해 최미애씨(50. 청주 흥덕지구당 여성특위장)를 비례대표 1순위로 선정하고 또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그동안 홍의원을 홀대했던 것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깨끗이 해결됐다. 홍의원은 지난 4월 13일 민주당 대선후보 충북경선을 앞두고 노무현후보가 지구당사무실을 방문하자 자리를 피해 당내에서조차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당시 도지부장인 홍재형의원과 도내 시.군 지구당위원장들은 이인제후보쪽에 줄을 섰었다. 첫째 조건은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후 노무현후보는 물론 중앙당 당직자들까지 충북발길을 끊은 것에 대한 서운함의 표시이지만 이 역시 앞으로 보름여간의 본격 선거전을 통해 얼마든지 해소될 수 있다. 문제는 두번째 요구사항인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점역 충북유치 약속건이다.

오송기점역은 어차피 난제

어차피 이 문제는 충북과 충남이 지난 수년간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이기 때문에 당장 중앙당으로부터 완벽한 ‘약속’을 얻어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의원이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한화갑대표의 발언은 “위 같은 요구사항(호남고속철도 분기점 오송유치)에 대해 새천년 민주당은 충북도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여 실천할 것을 약속한다”다. 해석하기 나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의미를 띨 수 있는 어정쩡한 말이다. 이를 의식한 홍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대통령선거및 지방선거 공약으로 삽입할 것을 요구, 뜻을 관철시킨데 이어 “탈당 여부는 한시적으로 철회하지만 약속이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다시 중대결심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조건부 탈당계를 제출한 것도 예사롭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족을 달아 중앙당을 압박하는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홍의원의 1인시위에 대해 당내의 평가는 확연하게 엇갈린다. 성공작이라는 긍정론과 함께 당 조직의 책임자가 지방선거를 악용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한 것은 명분없는 하극상이라는 비판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후과정을 무시한다면 당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약점을 걸어 책임을 몽땅 중앙당에 전가시킨 아주 비열한 처사로 인식될수도 있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그런 식으로라도 자진(自盡)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지금 당이 처한 현실이다”고 말하는 한 관계자의 말이 현재의 분위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벼랑끝 시위는 구조적으로 잉태

실제로 최근 홍의원에게 위기감이 전해졌던게 사실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거의 내정됐다가 막판에 원외인 이용희씨(보은 옥천 영동지구당 위원장)에 밀렸고, 당초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선정에 있어서도 홍의원이 지지한 최미애씨 대신 이용희씨를 주축으로 하는 구 당직자들의 후원을 업은 이모씨(63)가 1순위로 결정됨으로써 도지부장의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다. 당장 당내에서는 홍의원의 영(令)이 안 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때문에 홍의원의 벼랑끝 시위는 이미 예견됐다는 진단이 힘을 싣는다.
민주당 도지부의 속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홍의원은 탈당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결코 장난이 아님을 강조했다. 정치판에서 이 정도의 얘기는 이미 작심(作心)이 끝났음을 시사한다. 모르긴 몰라도 그의 탈당 발언은 엄포용이 아니라 본인의 실제 속내였을 공산이 크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번 일은 오래전부터 구조적으로 잉태됐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홍의원이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충청권을 대표하는 임명직 최고의원을 이용희씨로 결정하기 전에 당내에선 아주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물론 언론에 구체적으로 보도되지 않은 사항들이다. 어느날 각 지구당 사무실에 홍재형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지한다는 서명용지가 팩스로 들어 왔다. 용지에 찍힌 전화번호로 보아 발신처는 도지부였다. 서명추진의 주체에 대한 일부 의문에도 불구, 그 때만해도 홍의원의 임명직 최고위원지명이 힘을 실을 때라 각 지구당위원장들과 핵심 당직자들이 대부분 서명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갑자기 팩스가 날라 와 약간의 의구심을 가졌지만 좋은 의미였기 때문에 부담없이 서명했다. 그런데 이틀후 쯤 없었던 일로 한다는 얘기가 들려 당혹스러웠다. 나중에야 서명 주최측이 구 당직자 인맥인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확인결과 서명을 주도한 인사는 현재 도지부 고문직을 맡고 있는 장한량씨와 J모씨로, 이들은 당내에서 구 당직자의 정점으로 인식되는 이용희씨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충남은 홍재형을 모른다”

이런 해프닝이 끝나자 이번엔 이용희씨를 최고위원으로 밀자는 서명용지가 다시 돌았고 이원성의원(충주)과 홍익표 청원지구당위원장을 제외한 대부분이 서명했다.
두 번째 서명을 주도한 측은 노영민 청주 흥덕지구당위원장과 김창수 대전 대덕구지구당위원장, 임재길 충남 연기 공주지구당위원장 등 3인이다. 이 때문에 노영민위원장등 서명자들은 홍의원 측에 서운한 감정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위원장(도지부 수석 부위원장)은 자신이 괜한 오해를 받았다며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김창수씨와 임재길씨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 충청권의 지분으로 최고위원 후보 몇몇이 당에 추천되고 있는데 모두 문제가 있으니 이용희씨를 옹립하는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대전 충남에서 충북 인물을 천거하겠다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대전 충남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에 정치적 역학관계상 성사될 가능성이 높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홍의원이 분명한 입장, 다시 말해 최고위원을 하겠다거나 아니면 필요없다는 등의 확실한 입장을 보이지 않아 당내에서도 좀 헷갈렸던 게 사실이다. 그 분의 성격상 자연스런 천거를 기다렸겠지만 어디 정치판이 그러냐. 솔직히 말해 대전 충남 쪽에선 홍의원보다 이용희 전의원을 더 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홍재형의원과 이용희 전의원은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위한 도지부 상무위원회가 열린 지난 20일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도지부 운영과 관련해서 신.구 당직자간의 매끄럽지 못한 관계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홍의원측은 자신의 도지사 출마설도 구 당직자측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홍의원이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는데도 계속 흔들었다.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고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밝혔다. 결국 홍재형의원의 배수진을 친 승부수는 가시적 성과로 귀결됐지만 앞으로 본인이 풀어야 할 과제는 오히려 더 복잡하게 얽힌 꼴이 됐다.

“누구는 하고 싶어서 하나”

민주 도지부 잡음 해법은 뭔가

홍재형의원은 당초 도지부장이 내키지 않았다. 건강 문제로 이원성 전도지부장이 중도 사퇴하자 억지로 등떠밀려 맡은 꼴이다. 그러나 그의 취임 초기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새로웠다. 결코 정치적이지 못한 성향(?)이 오히려 당내의 신.구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신.구당직자간의 보이지 않은 정서적 괴리는 여전히 메워지지 않고 있다. 여기서 신당직자는 통상 DJ정부가 들어 선 이후 공조직을 맡은 사람들이고 구 당직자는 그 이전 소위 DJ당이 가장 어려울 때 오랫동안 당을 지켜 온 원로급 인사들이다.
청주권에서 활동하는 구 당직자들은 대략 100여명 정도이고 이중 10여명은 특별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거의 도지부 사무실에 상주하다시피 한다는 것이다. 핍박받던 시절에 정치적 신념을 공유했기 때문에 지금도 아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홍재형의원의 탈당파문이 일자 당장 구 당직자들에게 시선이 쏠렸다. 홍의원의‘액션’이 불가피했던 배경엔 이들의 존재가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자신을 당내 중도파라고 소개한 한 관계자는 “냉정하게 판단하면 홍의원의 조직장악력이나 정치력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정이야 어떠했든 도내 대다수 지구당위원장이 최고위원과 관련, 원외인 이용희 전의원을 밀었다는 것은 결국 홍의원의 입장에선 물을 먹은 거나 다름없다. 그러나 홍의원이 당의 공조직에 대해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지금의 상태라면 어떤 누구도 도지부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오죽하면 재주는 곰이 넘고 이득은 누가 챙긴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지금의 구조적 모순을 제거하기 위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사실 홍의원은 이 때문에 배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원초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이유

그는 또 홍의원에 대해 아주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홍의원은 탈당을 언급하면서 당내에서 잇따를 동조세력을 은근히 거론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지역구(청주 상당)에 도의원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건 현실이다. 지금이야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동조하지만 결국은 미봉책으로 끝날 것이다. 관건은 홍의원 본인한테 달려 있다. 앞으로 정치력과 포용력을 높여 줬으면 한다. 도지부 운영에 있어서도 앞으로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분명히 의사를 밝혀야 한다. 결국 이번 파문의 해법은 홍의원과 당내 분위기를 동일 선상에 놓고 진단해야 비로소 찾을 수 있다.” 홍의원에 대한 비판은 예상외로 아주 원초적인(?) 것에도 쏠려 있다. 예를 들어 주변인을 잘 챙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홍의원이 깨끗한 정치를 하는 건 좋다. 그래도 정치는 정치 아닌가. 책임자로서 당 사람들한테 식사한끼 제대로 사지 않는다면 조직관리가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홍재형의 ‘득’과 ‘실’

홍재형의원의 도박은 한화갑대표와의 담판으로 일단 긍정적인 성과를 얻어냈다.
지역정계에선 향후 홍의원의 당내 입지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내다 본다. 그동안 홍의원 문제로 가장 노심초사했던 노영민수석부위원장(청주 흥덕지구당위원장)은 “홍의원의 결단이 결국 충북 민주당의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젠 흔들리지 말고 도지부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중앙당 역시 앞으로 홍의원을 최고 관리대상(?)으로 꼽을 수 밖에 없다. 의원 한 석이 아쉬운 상황에서 홍의원은 여전히 지켜보겠다는 식으로 당을 압박하고 있다. 당의 입장에선 홍의원을 잃으면 결정적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 관계자의 말처럼 충북에서 민주당 간판을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 홍의원은 자신의 당 잔류를 공식화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충북 제자리-제몫찾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펴겠다”고 공언했다. 그만큼 힘이 들어 간 것이다.

위상 높아졌으나 어차피 전략적?

그러나 변화무쌍한 정치판에서 홍의원의 때묻지 않은(?) 정공법이 과연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상황전개에 따라선 자칫 자충수로 이어질 개연성도 높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홍의원의 시위는 일견 과거 YS가 사용하던 전법과 유사하다. 확실한 승부수를 던졌고 그에 따른 전리품을 얻어냈다. 그러나 정치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문제는 중앙당의 입장이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이라 일단 묻어두고 싶었을 것이다. 향후 전개과정은 지금으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공당의 지역 책임자가 탈당을 전제로 계속 중앙당에 공세적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때가되면 서로의 속내는 분명히 드러난다. 그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홍의원의 입장에서도 이번 일을 정치적으로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설령 탈당하더라도 나는 할만큼 했다는 명분은 구축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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