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상태바
어느 봄날
  • 육정숙 시민기자
  • 승인 2005.04.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삶의 바랑 메고 일터로 나서는 남편의 지친어깨로 내리는 하늘빛이 오늘 따라 유난히 서늘하다. 까치발 딛고 허공을 향해 팔을 높이 높이 뻗다가 모자라서 안간힘을 다해 손가락 중지 끝마디까지 길게 뻗어본다.

닿을 듯, 닿을 듯 달아나는 봄 하늘
까치발로 돋우면 그 만큼 더 뒤로 물러나고, 혹여 하여 까치발을 내리면 하늘은 꼭 고만큼만 내려왔다.

늘 바라다 만 볼 뿐,
늘 올려다 만 볼 뿐,
가까이 다가 설 수도,
그렇다고 내게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는다.
그 하늘은,

그 하늘색이 하도 서늘해서, 그 날은
밥하기도 싫었다.
빨래하기도 싫었다.
청소하기도 싫었다.

가슴으로, 이 가슴으로 흘러간 유년의 강가에서 하루 종일 회한의 검은 배 띄워놓고,
설유 화 만발한 논두렁, 밭두렁 가에 허물처럼 추억만,
하얗게 쏟아 놓다가 풀어 헤쳐진 옷 섶 여미며 빈 하늘만 바라보고 서 있다.

여린 꽃잎 닮은 내 영혼, 오늘도 저 바람 속에 홀로 서 있구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