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과 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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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과 지역언론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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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희(새 충청일보 기자)
   
언론인이면 갖게되는 자괴감에서 조금 벗어났나 싶었는데, 최근 사태를 겪으면서 참담한 심정을 억누를 수 없다. 옛 안기부 ‘X-파일’ 보도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언론이 이제는 마지막 시험대에 서 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정경유착과 권언유착의 현실을 너무나 잘 드러낸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언론이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런데 또다른 문제는 이 사건의 불똥이 우리지역의 언론으로도 확산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중앙언론이 이 지경이라면 지역언론에 대한 시각은 과연 어떤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찰과 자체평가를 통해 우리지역의 언론도 이런 문제에 대해 얼마나 당당할 수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일단 이런 논의의 하부구조로 지역발전에 대한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요즘은 지역시대다. 경쟁력도 지역단위로 만들어 국가적인 경쟁력으로 확산하는게 필요한 시대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지난 1998년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은 ‘Clusters and New Economics of Competetion’이라는 논문에서 “역설적으로, 글로벌 세계의 경쟁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한 것들은 먼 곳에 있는 경쟁자들이 따갈 수 없는 지식, 관계, 동기부여등 지역적인 것들이다”라고 제시한 바 있다.

그럼 지역언론은 지역발전과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며칠전에 충주를 간 적이 있다. 나는 충주어귀에 붙어있는 플래카드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잃어버린 100년, 기업도시로 되살리자’는 내용으로 기억된다. 기업도시로 선정된 충주시민들은 자축 플래카드에 ‘잃어버린 100년’이라고 써놓을 정도로 소외감과 박탈감이 심각했다는 것이다. 지역언론은 과연 이들의 심정을 얼마나 담아냈던가.

특히 최근들어 지역의 핵심논란사안으로 등장한 ‘청주-청원 통합’도 지역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체제에 대한 언론사의 판단을 기반으로 해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지역주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때 주저해서는 안될 일이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신문사 창간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새로운 신문 또한 변죽을 울리는 신문으로 태어나서는 안되겠다는 동참자들의 각오가 대단하다. 그동안의 일방통행식 운영과 보도로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두렵다. 말로만 혁신, 말로만 독자들을 위하는 신문, 말로만 서민과 노동자를 위하는 신문이라고 떠들다가 결국 ‘너희들도 어쩔 수 없구나’라는 비난을 살까봐서다.‘ X-파일’ 파문이 지역언론의 살 길과 갈 길, 가야하지 않아야 할 길에 대해 언론인과 지역민들이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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