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해의연금 배분개입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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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재해의연금 배분개입 말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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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은(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올 여름도 어김없이 태풍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난이 우리 지역을 강타하여 많은 재산상의 손실과 인명피해를 남겨두고 떠나갔다. 앞으로 남은 한달 여 기간동안 얼마나 큰 대규모 재난이 우리 지역을 침범할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재난관리에 있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의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협력적 관계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커다란 재해가 발생하면 너나 할 것 없이 피해자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경향각지로부터 답지해오는 미풍양속을 지켜오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지 모른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오고 하다못해 의연금은 물론 숟가락 젓가락까지도 의연품으로 보내왔던 것이다.

상호부조의 정신으로 민간부문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미풍양속은 어느 덧 우리네의 생활양식이자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동체 의식 함양의 동인으로 자리잡았다. 아마도 올해 역시 전국적인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면 언론기관을 필두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재해의연금을 모아 이재민들에게 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는 민간부문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재해의연금을 비롯한 재해구호정책에 대한 개편을 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개편이 자칫 우리가 지녀온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해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들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전 국민이 한푼 두푼 모아 낸 성금의 배분에 정부가 감놔라 콩놔라 하는 식의 개입을 하려한다는 점이다. 즉 재해의연금을 한 곳으로 모아 배분하기 위한 배분위원회를 만들고 간사를 정부기관의 국장이 맡아 좌지우지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이는 전례없는 일일뿐만 아니라 해외 어느 곳에서도 있지 않는 일을 정부가 시도하려 하는데서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현재는 신문, 방송을 비롯한 언론의 주도에 의해 모은 돈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모여져 각 언론사 및 시민단체의 대표들이 함께 의논하여 일정 기준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되고 있다.

십시일반(十匙一飯)하여 모은 돈을 정부기관의 쌈짓돈처럼 생색내기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정부는 위로금이라는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돈을 지급하면서 그중 3분의 2정도를 국민이 성금으로 낸 재해의연금을 쓰고 있는 실정임에 비추어보면, 앞으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지리라 생각된다.

또 하나는 재해의연금을 모은 단체로 하여금 모집경비 명목으로 14%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해 1000억원 이상 걷히는 재해의연금의 140억원 정도를 모집경비 명목으로 쓸 수 있는 여지를 두겠다는 발상이다. 지금도 일반 불우이웃돕기 등 성금의 경우에는 성금 모집에 드는 비용 등을 포함한 운영비를 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 일면 타당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해도 일반 성금의 경우에는 운영비를 제할 수 있어도, 특수한 상황에서 모집하는 재해의연금의 경우에는 국민 감정상 운영비를 쓸 수 없게 되어 있다. 갑작스런 천재지변으로 고통받는 재난 피해자를 위한 성금은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독일도 마찬가지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가가 모집단체에 보조금을 주고 재해의연금은 그대로 피해자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100만개 이상의 성금모집단체들이 난립되어 있는 한편, 대규모로 모금을 하는 50개 단체가 모여 재난피해자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연합단체를 구성하여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도 재해의연금 배분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있고, 민간단체들 또한 한 푼이라도 더 재난피해자에게 혜택을 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재해의연금 배분에 관한 개편 방향은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자치단체와 관련해서는 일본, 프랑스, 독일에서는 재난피해자에 대한 재해의연금 지원 결정을 해당 지역의 모금기관, 언론기관,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이 함께 결정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은 돈은 시민에게 결정권을 주는 방향으로 갈 때 비로소 국민통합과 공동체 의식 함양 취지에도 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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