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주로 강자와 약자 관계에서 주로 약자가 사용하는 말이다. 열심히 도와 줬는데... 간, 쓸개 다 빼놓고 충성을 다 했는데...뭐 이러면서 낙오자들이 한풀이겸, 하소연 하는 소리로 “토사구팽 당했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토사구팽 시켰다”라고 표현을 바꿔보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그 말 뒤에는 과감한 추진력과 현명한 판단, 공과 사를 구분하는 분별력이 필요하고,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과 같이 인적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용병술의 달인이나 감히 쓸 수 있는 그런 말같이 느껴진다.
전쟁 중에는 무관이 우대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평화로운 시기에 무관의 존재가치는 축소 될 수밖에 없다. 어느 장수가 유사시에 혁혁한 공을 세워 일등공신이 된 후에, 변방에 가서 보초 설 생각은 하지 않고 호안(虎眼) 번뜩이며 장안에서 설치고 다니면 그 스스로 토사구팽의 길을 선택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왕도 그렇지만 교활한 문신들이 그 위험한 인물을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지 않은가.
“도와 준 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도와준 분이, 가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치우고 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말은 얼마 전에 어느 지인이 내게 해 준 말인데 어떻게 보면 그 말 자체가 토사구팽과 일맥상통 하는 점이 있다.
처음에는 그 말에 대하여 지나치게 계산적인 것 같아서 그래도... 하며 핀잔을 주고 내 기억의 한 귀퉁이에 접어 뒀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볼수록 지극히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 함은 그 보답을 하겠다는 뜻이겠고, 걸림돌을 치우겠다 함은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여 팽시키겠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 말을 들은 후 그래도...하고 인정에 미련을 두었던 나 역시도 어디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도 작은 욕심 때문에 진퇴 앞에서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후줄근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훗날 그런 분들이 때를 잃고는, 누구처럼 싸구려 동정과 연민을 기대하며 토사구팽 당했다고 노여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뒤집어 보니 지족불욕(知足不辱)이 보인다. 분수를 지키는 이는 모욕적인 일을 당하지 않는다, 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