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1]‘도의원0명, 시의원 1명’“창피하다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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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1]‘도의원0명, 시의원 1명’“창피하다 창피해”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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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장에 가면 후보들은 거의 남성이다. 여성의원 비율을 높이려면 남녀평등의식을 고취시키고 선거제도 개선, 깨끗한 선거문화정착, 유권자 의식변화 등의 선결조건이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 273명 가운데 여성 의원은 16명으로 전체의 5.9%에 불과하다. 그리고 광역의회 의원중 여성은 전체 690명중 42명으로 5.9%, 기초의회 의원은 전체 3489명중 56명으로 1.6%만이 여성 의원이다. 이 때문에 유엔이 발표한 우리나라 여성권한척도는 세계에서 63위에 머물러 여성의 지위가 낮은 나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런데 충북은 이보다 더 심하다. 여성 국회의원은 ‘꿈도 못꾸고’ 도내 도의원 27명 가운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시의원 146명중에는 1명 뿐이다. ‘도의원 0명 시의원 1명’이 충북 지방자치의 현실이다. 지난 94년 제5대 지방선거에서는 송옥순 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이 도의원에 당선됐고 청주시의회 의원에 최광옥 의원, 충주시의회 의원에 권순옥 의원이 당선돼 그 나마 도의원 1명, 시의원 2명이었으나 현재는 최광옥 의원만이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과 지방자치가 생활과 밀접한 생활정치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비율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조례 제정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광역·기초의회에 여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곧 여성의 지위향상이 더딜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잘 설명해 준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해 뜻있는 여성들은 참된 민주주의의 역행이자 충북도의 불명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녀평등의식 낮아 여성의원
비율 저조
그럼 충북에 여성의원 비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여성이 출마할 때부터 여러 가지 조건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이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이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한 보수적인 지역이라는 점이다. ‘충북=보수적’ 이라는 등식이 설립될 정도로 보수성이 강하다보니 정치는 남성들의 영역으로 고착화됐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자가 뭘 나서느냐’는 식의 비아냥이 아직도 많이 존재하는 것만 보아도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기에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
남정현 충북여성민우회 재정이사는 “충북은 남녀평등의식이 낮고, 똑똑하고 활동적인 여성들이 나서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6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정당 관계자들의 여성의식이 얼마나 낮은가를 실감했다. 민주당은 중앙에서 도의원 비례대표 1순위를 여성에게 주라는 지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남성으로 바꿨다. 여성들 자신도 보수적이라 나서지 않으려는 점도 있지만 정당 관계자들의 의식문제가 여성의원 비율을 낮추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출마를 꺼리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돈을 안쓴다고 하지만 금권선거의 뿌리를 뽑지 못하는 선거풍토이다보니 돈없이 덤비기란 쉽지 않다. 청주시의회 최광옥 의원은 “남성들은 선거에 출마해 몇 억씩 쓰지만 여성들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돈이 없다보니 자금문제부터 봉착하게 된다.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어떤 집에서 몇 억씩 대주겠는가. 그리고 여성 자신들도 가사탕진이라고 보기 때문에 엄두를 못낸다”고 이 의견에 동조했다.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선거 제도의 문제다. 청주여성의 전화 이재희 회장은 “소선거구제에서는 여성의 정치 참여가 늘지 않는다. 한 선거구에서 1명을 뽑을 때는 당선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표를 던져 여성은 뒤로 밀리게 된다. 이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서도 소선거구제 일 때는 의원 비율이 10% 미만이었는데 모든 선출직에 여성을 50% 뽑기로 하면서 달라졌다. 그래서 여성단체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든지 정당명부식 선거의 비율을 높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정당명부식 선거를 하는 스웨덴, 덴마아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국가는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이 40%나 된다”며 제도 개선이 되지 않는한 악순환은 되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가 깨끗하게 치러져야 여성들이 도전할 것”
실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고 있다. 선거방식이 바뀌면 한번 생각해 보겠다는 여성들은 주위에 있으나 현행 선거방식대로 라면 꿈도 못꾼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기초의회 의원의 경우를 보더라도 한 선거구에서 1명을 선출해 지역유지로 알려진 인물이 대체로 그 자리를 차지한다. 굳이 여성이 아니고, 참신하고 젊은 남성후보가 도전해도 ‘돈있고 지역에 뿌리내린’ 사람을 이기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청주시내에서도 그러한 사례가 많다.
게다가 여성들은 정치를 더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여기에 발을 담그기 싫어하는 점이 있다. 이재희 회장도 “선거가 깨끗하게 치러져야 여성들이 많이 도전할 것이다. 국회의원 비율이 높은 스웨덴, 덴마아크,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부패지수도 낮다”고 덧붙였다.
남기예 충북여성포럼 여성과 정치분과장도 “여성들이 출마를 꺼리는 것은 자금이 없고 사회적인 분위기가 여성 편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선거전에서 사생활이 모두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모 씨도 “남편이 두 번째 남자다, 딸이 친딸이 아니다, 남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식으로 근거없는 소문이 퍼지게 마련인데 이럴 때는 딱 그만두고 싶다. 여성 후보는 이런 부분에서 남성들보다 더 비열한 방법으로 공격을 당한다”며 “우리나라 선거판이 지저분하다보니 여성들이 이를 싫어해 정치 자체를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거들었다.
그외에 유권자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선거때만 되면 학연·지연·혈연이 예외없이 등장해 연고없는 후보는 아무리 훌륭하고 똑똑해도 표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일부 남성들이 ‘여성은 여성들이 안찍어준다’며 추천을 꺼리는데 이것은 근거없는 핑계에 불과하다. 지역의 모 인사는 “여성들이 여성을 왜 안찍는가? 남성들이 공천해주기 싫어서 만들어낸 말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충북이 여성의원 비율 최하위를 벗어나려면 남녀평등 의식을 고취시키고 선거제도 개선,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 유권자 의식 변화 등의 선결조건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많은 여성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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