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도 독립운동기념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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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도 독립운동기념관 ‘절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9.0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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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출한 독립운동가 많이 배출, 기념관 건립 필요” 여론
여성독립운동가 흉상 미래여성플라자에 전시 부적절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에 있는 단재기념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에 있는 단재기념관

 

충절의 고장 충북은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3일 현재 정부로부터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받아 훈포장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1만5689명이다. 이 중 충북 사람은 526명이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했지만 기록이 없거나 이름을 여러 개 쓰며 비밀 운동을 한 사람들이 많아 찾기 어려울 뿐 발굴하면 더 나올 것이라는 게 광복회 충북지부의 말이다.

충북에는 단재 신채호, 예관 신규식, 보재 이상설, 벽초 홍명희, 의암 손병희, 신백우, 류자명, 정순만, 신홍식 등 대강 나열해도 걸출한 독립운동가들이 많다. 또 최근 충북도와 충북여성재단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충북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조사해 16명을 찾아냈다.

그럼에도 충북에는 이들을 기릴 독립운동기념관이 없다. 전국적으로는 경북·광주·제주와 천안·안성·나주·김포·밀양 등 많은 지역에 기념관이 있다. 충북도와 충북여성재단은 지난해까지 애족장 이상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 11명의 흉상을 제작했으나 이를 미래여성플라자 1층에 전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전시 장소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장기영 광복회 충북지부장은 “여성독립운동가를 조사하고 흉상으로 만드는 건 충북이 처음이라고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일을 하게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흉상을 미래여성플라자 좁은 공간에 전시하는 건 임시방편 밖에 되지 않는다. 그 곳은 후손들의 교육의 장으로 쓸 수도 없고, 참배를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충북의 여성계 모 씨도 “충북도와 여성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독립운동을 했다. 이런 사실을 밝혀낸 것은 잘한 일”이라며 “차제에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기리고 후손들의 교육장으로 쓸 전시관 건립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올해가 마침 3·1운동 100주년의 해이니 충북에 독립운동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도 지난 23일 미래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여성사로 새로 쓰는 충북독립운동’ 토론회에서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전국적으로 많은 기념관이 있는데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 가장 잘 운영되고 있다. 이 곳은 안동독립운동기념관으로 출발해 현재는 경북도가 관리 운영하고 있다. 충북도 독립운동가 전체를 아우르는 기념관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이번에 여성독립운동가 16명을 발굴했으나 예산이 부족해 11명만 흉상을 세우기로 했다. 나머지 5명은 언제 할 것인가. 그리고 여성독립운동가만 따로 전시하는 것도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공간이 없다보니 그렇게 한 것인데 하나의 기념관 안에 남녀 독립운동가를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름 난 독립운동가 중 청주 출신 신규식·신건식 형제가 있는데 신건식은 가족이 모두 독립운동을 했다고 한다. 부인 오건해, 딸 신순호, 사위 박영준이 중국 상해 임시정부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는 것. 그런데 경기도에 거주하는 신순호의 딸이 지난 2015년 가족들의 독립운동 자료 900여점을 몽땅 경기도립박물관에 기증하고 특별전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충북에 독립운동기념관이 있었다면 이런 자료를 받았을 것인데 너무 아쉽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이 대목에서 지자체가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연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번 광복절에 미국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 정순만 후손들이 고국을 찾았다. 후손들이 충북대박물관에서 연 특별전에 참석해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갔다”고 전했다.
 

이러다 단재도 대전에 뺏기나?
대전시, 150억원 투입해 기념교육관건립 등 단재선양사업

단재 신채호는 1880년 12월 8일 외가인 대전시 중구 어남동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7세 때 부친이 37세로 세상을 떠나자 8세 때인 1887년 할아버지를 따라 충북 청주시 낭성면 귀래리 고드미마을로 온다. 이 곳은 고령신씨 집성촌이다. 현재 고드미마을에는 단재 기념관, 사당, 묘소, 동상 등이 있다.

그런데 올해 단재가 태어난 대전시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단재 선양사업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볼 때는 이같은 일이 단재를 알리고 단재정신을 본받게 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자칫하면 청주가 단재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단재기념사업회에 따르면 허태정 대전시장이 단재 선양사업을 하기 위해 150억원의 예산을 세웠다고 한다. 실제 대전시는 지난 8월 14일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단재 신채호의 독립운동과 오늘날의 의의’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연데 이어 선생의 일대기와 항일정신 등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했다.

또 12월 초 제막을 목표로 1억5천만원을 들여 동상 건립을 추진 중이다. 장소는 미정이나 대전역 주변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구 어남동 생가터에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기념교육관을 짓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해 11월 내부회의 때 “단재는 대전시를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로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며 올해 3·1운동 100주년 기념과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기념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이름 난 독립운동가가 없는 대전시는 단재를 대표 인물로 내세우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현재 대전 어남동에는 단재가 태어난 조촐한 생가와 단재홍보관, 동상 등이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3월 8일 이 곳을 찾았다. 이 날은 이승만 독재정권에 맞서 대전지역 고등학생들이 봉기했던 ‘3·8 민주의거 59주년’이었고, 올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대전시는 이 총리에게 단재기념교육관 건립 계획에 대해 브리핑도 했다.

청주 고드미마을에는 학생과 일반인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단재기념관에는 2명의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역사교육장을 만드는데 청주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전시 중구 어남동의 단재 생가
대전시 중구 어남동의 단재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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