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센터 자리매김,아직까지 요원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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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센터 자리매김,아직까지 요원한 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2.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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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의견 위로 올릴수 있는 토대 마련
현안 해결 논의하는 장은 아직 안돼

주민자치센터는 행정자치부의 읍·면·동 기능전환에 의해 시작됐다. 청주시에서는 지난 2000년 9월 우암동과 사직2동을 시범 실시한데 이어 2001년 6월 전지역으로 확대했다. 같은 지역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장소이며, 공동체의식과 연대의식을 가지고 지역의 일을 의논하는 주민자치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기본 취지. 시는 주민자치위원을 25인 이하로 동장이 구성토록 했으며 지난 2000년 공개모집된 위원들이 금년 말까지 활동할 계획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주민자치위원들이 모여 지역현안을 상의하고 해결하는 곳이다. 취미 및 여가 프로그램은 주민들을 모이게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최종 목적이 아니다”며 “주민참여로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본래 취지대로라면 주민자치센터는 지역의 현안과 대·소사를 논의하는 장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지역현안 해결 마당 아직 안돼

모충동 주민자치위원인 홍청숙씨는 “주민자치센터가 생겨 지역의 현안을 동장이나 시의원에게 건의해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전에는 모든 행정이 상의하달식으로 전달됐는데 주민자치위원들이 지역민들의 의견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좋은 점이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주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토대마련은 아직 안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모충동은 도로폭이 좁고 시내버스 노선이 다양하지 않아 교통불편지역으로 꼽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여건은 아직 안된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인 율량·사천동에서 학생층이 많은 점을 감안,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공부방과 동민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이나 사직1동에서 재활용품수거·쓰레기불법투기 단속반 운영·독거노인 요구르트 지원, 수곡2동에서 품앗이 유아교육 놀이방·미니 노인복지학교를 열고 있는 것은 이런 취지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용암동이나 수곡2동 등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마을축제를 선보이는 것도 특색있는 활동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곳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여가 프로그램 운영이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저소득층 가정이 많은 지역에서는 밤늦게까지 초등학교 어린이들을위한 방과후 아동보육교실과 무료공부방, 유흥업소가 많은 지역에서는 청소년선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또 다리를 개설하고 꽃밭을 가꾼다든지, 공원을 조성한다든지 하는 크고 작은 일도 여기서 논의하는 것이 행정기관에서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직능대표들이 주민자치위원 맡아

또 주민자치센터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거기서 활동하는 위원들을 잘 뽑는 것이 중요하다는 여론이다. 변지숙 충북여성민우회 대표는 “개발위원장이나 새마을부녀회장, 방범위원장 등 기존의 직능대표들이 대부분 주민자치위원회에 들어가 있고 일반 주민들은 몇 명 안된다. 그러다보니 또 하나의 동 조직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동장이나 주민자치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데 몇 군에 빼고는 거의 활동을 안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위원들을 젊은층의 전문가집단으로 조직한 곳은 직능대표들이 모인 곳보다 능동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용환 충북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민자치센터의 문제점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삶을 증진시키기 위해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수 수혜계층만이 이용하고 있고, 지역문제의 현안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 부족,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주민들의 참여 배제, 적극적인 홍보부족 및 주민들의 무관심, 동사무소의 인력감축과 예산상의 제약, 주간시간으로 제한”등을 들었다.
주민자치센터는 마을회관처럼 모든 주민들이 언제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함에도 실제로는 취미 및 여가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사람들 외에는 없을 정도로 이용률이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실시된지가 1년 3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존재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허다한 것은 행정기관의 홍보부족으로 지적된다.

“강사비 너무 적다”

모 주민자치센터 관계자는 “기존 동사무소 건물 내에서 하다보니 다양한 여가프로그램을 운영할 수가 없다. 장소가 협소해 공간이 많이 필요한 것은 엄두도 못낸다. 강사비도 월 20만원에 불과해 좋은 강사 모셔오기가 어렵다. 유명한 사람치고 20만원 받고 오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내년에 신축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내덕1동과 복대1동은 공간이 없어 주민자치센터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청주시 담당과에 강사료 인상문제가 심심찮게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에서 이 곳에 지원하고 있는 것은 강사비가 전부다. 그것도 월 20∼25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기타 다른 운영경비가 필요할 때는 위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이런 점은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자치위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자치위원 모씨도 이에 대해 “능력있는 사람들의 봉사직이라고 할까, 대부분의 자치위원들은 돈있는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그래서 자치위원은 돈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 이라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주민자치센터를 잘 운영하려면 지역운동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충북여성민우회가 14∼31일까지 모충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여성자치학교를 여는 것도 주민운동의 활성화 차원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여성민우회 측은 여성들이 마을에서 발생하는 주거, 복지, 문화, 환경, 교육 등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공동체의식을 회복하는 주춧돌이 돼야 한다며 주부리더십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역운동을 새롭게 바라보는 주부들을 길러낸다는 것.
주민자치센터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정정목 청주대 교수는 지난 7월 충북개발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영국의 주민자치센터는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며,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정보를 교환하며, 동아리 조직이나 자문 등을 얻는 모든 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도 정부의 관여없이 자발적으로 형성돼 주민자치센터의 독립성이 매우 강하고, 프로그램 역시 다양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주시 자치행정과 담당자는 “주민들의 의식이 문제인데, 그 의식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앞으로 5∼10년 동안 지켜봐야 한다. 청주시는 주민자치센터가 대체로 활성화된 편에 속한다. 장기적으로는 행정기관에서 독립해 나가 주민들끼리 운영해야 하는데 아직 초창기라 그걸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주민참여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행정당국에서는 기반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주민자치센터는 실효성 없는 제도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노래교실·스포츠센터면 만사끝?”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지역마다 중복

청주시내 주민자치센터를 가보면 취미 프로그램으로 대부분 탁구·스포츠댄스·수지침·노랠단전호흡·서예·한문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노래교실과 스포츠댄스는 거의 공통적으로 하고 있고, 인터넷 방도 기본으로 설치돼 있다. 간혹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눈에 띄는 것은 성안동의 고전무용과 중국어교실, 금천동의 봉제교실, 가경동의 9개국 외국어교실과 비디오감상실 정도다. 나머지는 대동소이하다.
주민자치센터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노래와 건강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을 도외시할 수가 없다. 어려운 것을 하면 모이지 않으니까 일단 사람들을 끄는 쪽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래교실과 스포츠댄스는 주민자치센터 외에도 청주시 노인복지마을, 시 여성회관, 서부종합사회복지관 등 사회교육기관에서도 빼놓지 않고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따라서 뜻있는 사람들은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들이 문화·여가 위주인데다, 특색이 없고, 사회교육기관 및 대학 평생교육원과 중복된다고 지적한다. 사회단체 관계자 모씨는 “사회교육기관이나 주민자치센터나 그게 그거다. 물론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할 필요가 있지만, 어디서나 하는 것 보다는 그 지역만의 특색이 있는 것이면 더 좋을 것이다”며 “고민없이 인기있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것만 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문·한글·수지침·단전호흡·헬스교실 등은 청주시내 사회교육기관에서 자주 운영하는 것들이고, 대학 평생교육원의 프로그램과도 중복된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는 지역주민들의 선호도나 지역실정에 적합한 것을 개발·운영하되 인근지역에 없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서로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중복 운영에 따른 문제점을 줄이며 주민들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인은 사회의 짐이 아니다”
수곡2동 ‘미니 노인복지학교'
성공한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유명

미니 노인복지학교는 수곡2동 주민자치센터가 대표적으로 시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1년 8월, 1기 수강생 60명을 모집해 이미 졸업시키고 금년 3월 2기 신입생 60명을 교육중인 노인복지학교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소문이 났다.
올해는 ‘풍요로운 노후생활’이라는 교재도 만들어 고령화 사회의 이해, 노인건강, 노인심리, 노년기의 발달과업과 성공적 노화, 인생의 회고와 자서전 쓰기 등을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노인들을 위한 취미교실 수준이 아니라 노인문제 전문가인 한규량 교수(청주과학대 노인보건복지학과)가 전적으로 달려들어 유익한 시간으로 만들어 가기 때문. 수곡2동 주민이며 주민자치위원인 한교수는 학생과 주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다.

저소득층과 노인 많은 동네에 ‘딱’

여기에서 건강검진은 기본이고 상당산성이나 신채호사당, 국립청주박물관, 신봉동 백제고분군, 무농정지 등 지역의 역사유적을 탐방하는 기회도 종종 갖는다. ‘노인은 사회의 짐이고, 무엇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다’는 식의 사회적 통념을 깨도록 용기를 주고 ‘행복한 노후생활 10계명’ 내지 ‘시어머니 10계명’ 등을 가르치는 곳도 이 곳이다. 또 읽을만한 책을 비롯해 볼만한 영화, 노인관련 기관 및 단체의 인터넷 사이트, 충북의 갖가지 노인복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전영철 수곡2동 주민자치센터 사무장은 “저소득층과 노인층이 많은 우리동네에 노인복지학교는 적절한 프로그램이다. 매월 마지막 주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요리를 해서 노인들에게 점심 대접도 하고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전 사무장은 노인복지학교가 이렇게 모범적으로 진행되는 덕을 주민자치위원들에게 돌렸다. 공개모집한 자치위원중 불성실한 사람과 목에 힘만 주고 일 안하는 사람을 이 위원회에서 각계각층 전문가로 교체한 뒤 활성화됐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현재 이 동네를 이끌어가는 주민자치위원은 교수·의사·한의사·목사·사회복지전문가 등 1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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