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들, “반란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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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원들, “반란이 기대된다”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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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의 임기가 다 되는 16대 국회의원들에게 요즘 한가지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지역 밀착 활동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4년 임기중 절반을 채우기 때문에 벌써부터 다음번 선거를 의식할 수도 있다. 최근 도내 언론사들은 지역 국회의원들의 국회내 활동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내용중엔 예산확보에 대한 공치사가 가장 많았는데 이 시기엔 으레 그렇다. 당연히 언론사의 팩스엔 의원들의 예산확보 노력을 알리는 자체 홍보자료가 어지럽게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단연 관심을 끈 것은 초선의원들의 실적이다. 도내 초선의원은 홍재형(민주.청주 상당) 윤경식(한나라당. 청주 흥덕) 이원성(민주.충주) 심규철의원(한나라당. 보은 옥천 영동) 등이다. 이중 이원성의원은 2000년 11월 갑자기 당한 신병으로 정상적인 활동에 어려움이 따랐으나 본인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 얼마전 본격 활동을 재개함으로써 임기 후반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근자에 이들 초선의원이 보내는 보도자료가 가장 많았고 언론보도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단 한 건의 보도자료도 내지 않은 모 중진의원(?)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그만큼 여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유권자들의 입장에선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의정활동은 끊임없이 알려져야 하고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은 냉정해야 한다.

예산은 하나 공치사는 여러명

지방자치단체의 정부예산확보는 특정인 혼자의 힘으론 어렵다. 대개 행정기관과 국회의원, 그리고 사적 인맥까지 총동원되는 소위 합동작전이 주효한다. 그런데 그 결과를 놓고선 해석이 엇갈린다. 서로 자신들의 역할임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도내 초선의원들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한해에 수백에서 천억원 대의 정부예산을 혼자 힘으로 따 왔다고 내세운다. 때문에 똑같은 예산인데도 국회의원 각각의 실적에 오른 것들이 많다.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전후과정에서 나름대로 역할한 것은 사실이다. 대개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은 결정적일 때 중앙 정치무대에서 힘써 주는 일이다. 소위 ‘한 방’을 기대하는 것이다. 실무선의 작업과 조율은 행정기관이 알아서 할 일이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초선의원들의 의정활동에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핵심은 ‘잠재성’일 것이다. 이것은 향후 본인은 물론 지역발전에 있어 나름대로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애정이 가는 만큼 그 실체가 더욱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초선이면서 중진 역할 기대

경제부총리와 재정경제원장관을 지낸 홍재형의원(재경위)은 초선이지만 애초부터 그의 경력에 맞는 중진의원의 역할이 기대됐다. 실제로 그는 경제통답게 지방정부가 요구하기도 전에 정부부처에 예산을 세우는등 한단계 앞선 활동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부고속철도 오송역사 부지매입비 40억원과 청주국제공항 화물청사 건립비 30억원, 충북대 천문학관 건립비 1억원, 오창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 사업비 36억원 등이다. 홍의원측이 제공한 자료는 이것을 포함, 총 1400억원 정도의 예산확보에 결정적으로 역할했다고 밝히고 있다. 홍의원의 활동은 역시 ‘오송’ 문제에서 빛을 발한다. 호남고속철도 오송기점역 유치와 오송역사 건립은 자신의 최대 선거공약이다. 지난해 확보된 오송역사설계용역비 30억원과 이번의 부지매입비 40억원은 누가 뭐라고 해도 홍의원이 만든 작품이다. 그 결과를 놓고 여러 사람이 공적다툼(?)을 벌였지만 결정적 키를 작동시킨 장본인은 바로 홍의원이다.

정치력의 수직상승은 성깔로부터?

홍의원은 지금도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정치인이면서도 정치적이지 못한 성격 때문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지방과 중앙을 잇는 가교역할에 만족한다는 그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엔 한번 분명한 ‘성깔’을 내보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예산심의를 다루는 예결위에서 검찰총장 출석여부를 놓고 여야가 정쟁을 벌일때였다. 엉뚱하게 검찰총장의 예결위 출석을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속내는 사실 딴죽걸기였다. 여야간 공방이 계속되자 홍의원은 미국의 테러를 예로 들며 “그곳은 나라가 어려울 때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예산심의 지연을 점잖게 나무라자 곧바로 상대당 의원으로부터 인신공격이 가해진 것이다. 이에 화가 잔뜩난 홍의원이 큰 소리로 일갈했다. “나는 사실 정치를 안하려고 했는데 이런 꼴을 보니까 정치를 한 것이 다행이다.” 이 장면은 TV까지 탔고, 주변에선 “홍의원의 본격적인 정치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오히려 반겼다. 화려한 공직경력 때문에도 정치력과 의정활동의 수직상승이 기대될 수 밖에 없다.

특위활동 맹활약 돋보여

윤경식의원(법사위)은 4.13 총선의 최대 화두였던 3.86의 유일한 도내 의원이다. 율사(변호사)로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윤의원은 특히 각종 국정감사 및 특위에서 맹활약을 벌임으로써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특기를 살린 셈이다. 특히 한빛은행 대출외압사건의 국정조사위원으로 활약하며 박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비리커넥션을 조목조목 파고 드는 숨은 저력을 발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여러번 받았다. 소속된 상임위가 법제사법위원회이기 때문에 국기를 흔든 이용호 진승현 정현준 게이트의 해부자로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그는 지난 2년 내내 굵직한 사건의 소용돌이를 경험하며 의원의 식견과 근성을 익히는데 남들보다 훨씬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후반기 의정활동은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의원 역시 지역 관련 예산확보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 도내 국회의원 7명중 유일하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소위원회 위원으로 참여 2002년 국가예산을 직접 심의, 조정하는 과정에서 얻은 전리품이다. 그 결정타는 막판에 결정된 충북종합스포츠센터 사업비 30억원 증액이다. 이 사업비는 2004년 전국체전을 유치한 충북의 입장에선 반드시 확보해야할 예산이었으나 문화관광부의 1 시.군 1 체육관 지원원칙에 묶여 국비지원이 불가능했었다. 이를 감안한 윤의원은 예산심의중 배수진을 친 기싸움의 승부를 벌여 결국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런 것이 정치의 묘미”

이에 따른 전후과정을 듣고 특히 힘을 얻은 사람들은 충북도와 충북체육회 관계자다. 충북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사실 문제의 예산 때문에 마지막까지 걱정했었다. 기껏 전국체전을 유치해 놓고 준비를 소홀히 해선 되겠는가. 윤의원이 예산확보 소식을 듣고 이런 것이 바로 정치의 묘미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 밝혔다. 윤의원은 이 밖에 충북경찰청사 실시설계비 4억5000만원, 청원 노인종합복지관 신축비 5억원, 청주 재향군인회관 부지매입 및 설계비 5억원 등의 예산 확보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 올핸 자신의 지역구 숙원인 산남 3지구 개발과 하복대 준공업지구 사업에 전력한다는 방침이다.

“뚝심”의 이미지 확실히 각인

지난번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이른바 처첩(妻妾)발언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심규철의원(문광위)은 의정활동에서 자기 색깔을 분명히 낸 케이스에 속한다. 언론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DJ에게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그가 언론사 세무조사에 맞서 암팡진 독설을 퍼붓자 충북의 여론은 엉뚱하게도 대리만족으로 흘렀다. 도내 정치인들이 중앙무대에서 들러리만 서는 비애를 수없이 맛봤던 도민들은 언론사 세무조사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어쨌든 그의 시원시원한 발언을 주목한 것이다. 덕분에 심의원은 방송의 시사토론에도 패널로 나가 그를 비난하는 많은 여론에도 불구,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보임으로써 자기의 입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연말쯤 충청리뷰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심의원은 “세무조사 반대가 명분없다”는 기자의 지적에 “탈세한 언론사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겠지만 이번 세무조사는 언론탄압의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에 수긍할 수 없다”며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언론문제에 집착하면서 그는 ‘언론사 세무조사는 문화대혁명’ ‘공영방송은 언론장악을 위한 정권의 나팔수’ ‘KBS는 앵무새 방송인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DJ정권은 엽기적인 정권’ 등 각종 수사를 만들어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의정평가 최우수 그룹 속해

심의원의 예산확보 활동중 특히 인정을 받는 것은 5억원의 옥천 노인복지회관 건립비. 옥천군도 이를 시인하고 있다. 이 밖에도 그는 특별 교부금 38억원, 보은 보건지소 증축 및 개보수 예산 1억6000만원, 옥천고 도서관 건립비 5억여원, 그리고 도로 확포장 등 각종 SOC 사업비 확보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그는 전국적인 이슈였던 영동 화학무기폐기시설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결국 지역구를 대표해 그해 11월 2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 관련 청원을 소개해 정부부처의 적극적 관심을 이끌어 냈다. 지난번 국정감사를 앞두고선 금강산관광의 문제점을 직접 살피기 위해 현지를 다녀 와 육로관광의 조기실현을 역설해 호평을 받았다. 의정활동 원년(2000년)을 평가한 경실련이 그를 최우수 그룹에 선정한 것도 유원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그러나 이들 초선의원들에게도 문제점과 한계는 있다. 얼마전 청주 시민단체가 실시한 정치자금 실사에선 모두 낙제점을 받아 빈축을 받은 것. 정치자금의 투명화는 초선의원들에게도 요원함을 입증한 것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초선의 장점은 깨끗함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그들의 역할엔 한계가 있다. 초선의원들이 의식해야 할 또 한가지는 정치적 중량감을 자신의 캐릭터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이 돌출적인 언행이나 줄서기로 연명하다간 단명할 수 밖에 없다. 풍부한 전문지식과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 열정만 앞세우다 보면 천박한 의정만 남발된다. 지역구를 위한 예산확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절차와 근거로써 접근해야 실패를 않는다. 완벽한 자료제공과 설득이 중시돼야 할 것이다. 막상 상항이 벌어진 뒤에 직책을 이용한 큰 목소리로만 해결하려 한다면 이것도 정치의 왜곡현상이다. 초선의원들의 남은 2년은 재선을 위한 소위 관리기에 해당된다. 무리한 욕심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활동하는 것이 훨씬 이로울 것이다”고 충고했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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