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3] 구조조정의 허실…끈질긴 관료집단의 몸집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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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3] 구조조정의 허실…끈질긴 관료집단의 몸집키우기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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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집단만큼 일과 무관하게 새자리를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조직도 드물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파킨슨 법칙이 아직도 유효한 공공부문
지금부터 딱 10년 전 기자가 겪은 낯뜨거운, 그래서 얘기하고 싶지않은 '사건'을 실토해야겠다.
제천에 주재하던 기자에게 어느날 시청에서 연락이 왔다. "조용히 만났으면 좋겠다"던 제천시청의 모 과장은 기자를 보자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A4용지 서너쪽 분량의 자료였다.
그때 그 관계자와 나눴던 대화와 자료의 내용을 기억에 의존해 재구성하면 이랬다. '충주나 원주는 물론 시세가 제천과 엇비슷한 타 도시들마다 공영개발사업소가 설치돼 있는데 제천에는 아직도 (유사조직이) 없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발전 추세를 감안하고 자주재원도 발굴하기 위해 공영개발사업소의 신설이 꼭 필요하다.'
매일 지면을 메울 기사 '꼭지'에 목말라 있던 기자는 타 지역의 사례까지 비교하며 정성스레(?) 작성한 '기사꺼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기사가 보도된 지 얼마후 사무관 직급을 책임자로 한 관련 부서가 제천시청에 만들어 진 건 물론이었다. 당시는 행정의 경영마인드 운운하며 너도나도 땅 장사로 돈을 벌어 보겠다고 자치단체마다 '공영개발' 부서를 설치하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만 2년 가까이 제천에서 근무하던 기자는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그 후에 같은 실수를 다시 저질렀다. "도시문제의 핵심중 하나가 교통인데 교통문제를 전담할 부서가 없으니 말이나 되느냐"는 제천시의 논리에 순진하게도 그만 설복(?)당한 것이다. 제천시에 교통과가 만들어 진 배경에는 이런 일화가 숨어있다.
당시 햇병아리를 넘어 5-6년차 중닭으로 성장하던 시기의 기자는 "사무관 자리를 2개나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훈장처럼 가슴에 품었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하니 그때의 '치기'가 얼마나 얼굴 화끈하게 만드는 실수였는지 모르겠다.
물론 행정도 시대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불변이다. 쓸모 없어진 업무와 직제는 없애고 수요가 새로 창출되거나 폭증하는 행정업무는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자리'를 늘리는데는 누구보다 열심인 관료조직이 위기상황에 처해서도 도마뱀처럼 스스로 꼬리를 잘라낼 의지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관료집단을 보며 늘 자기 몸집 부풀리기에만 몰두하는 공룡을 연상하는 건 이래서 무리가 아니다.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1955년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경영연구가인 파킨슨은 막강 영국해군의 조직을 연구한 결과를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발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파킨슨은 이 논문에서 영국 해군의 주력함정은 1914년 62척에서 1928년 20척으로 67%이상 줄어들었는데도 지상근무 요원, 특히 해군본부 관리자 수는 같은 기간 2000명에서 3569명으로 78%나 급증했음을 밝히며 "영국 해군은 '웅장한 지상해군'을 건설했다"고 신랄한 풍자를 섞어 비판했다. 파킨슨은 '관료조직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끝없는 식욕으로 덩치 불리기에 나서는 습성 때문에 일의 경중이나 유무에 관계없이 공무원 수는 일정하게 는다'는 법칙을 갈파했다.
물론 기업도 덩치가 커지면 관료화의 경향을 띤다. 80년대 일본 경제의 위력에 혼쭐이 났던 미국 산업계에 자성이 일면서 그야말로 피눈물나는 구조조정 노력이 경주됐는데, 리컨스트럭처링과 리엔지니어링은 미국 기업에 무기력증을 가져온 기업관료주의(corpocracy)를 깨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었다. 주지하다시피 80년대의 이런 자구노력은 90년대 들어 미국경제가 소위 신경제라는 이름아래 10년간 식을 줄 모르는 초장기 호황을 구가하는 기틀이 됐다.
밀턴 프리드만(Friedman)의 지적처럼 기업은 경영이 나빠지면 몸집을 줄이지만 정부는 경영이 나빠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이의 '해결'을 명분으로 기구를 더욱 늘리는 경향이 노골화한다는 점에서 기업과 관료조직의 결정적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임철의기자


청주-청원 통합효과 얼마나 될까
충주·제천 과(課) 급감… 공무원도 감소
지역경쟁력 향상 등 비계량 효과 대단

이젠 공공연한 비밀이 됐지만 청주-청원 통합이 불발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주민보다도 청원군 공무원과 청원지역 관변단체에서 먼저 앞장서 조직적이고 집요한 반대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합을 통해서 덩치가 부모보다 더 커버릴 지 모를 장자(長子) '청주통합시'의 출현을 달가워하지 않는 충북도의 내심도 청주-청원 통합불발의 주요 원인이 됐다. 특히 청원군 공무원들은 시군통합이후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청주시에 비해 청원군 공무원들이 홀대를 받는 것은 아닌가'하는 위기감이랄까 지독한 피해의식에 젖어있다. 청원군 공무원들의 이런 집단의식은 지난 1995년 시군통합을 위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주민상대로 통합불가론의 맹신적 전파자 노릇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공직부문의 구조조정에 대해 논의하면서 청주-청원 통합이라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미해결 의제를 선결하지 않고는 허무한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공무원 머릿수를 자르는 것만이 구조조정의 본래 목적은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보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청주-청원 통합이 성사될 경우 기대되는 소위 통합효과는 얼마나 될까?'
충청대 남기헌 교수는 "중원군및 제원군과 각각 통합한 충주시와 제천시의 경우 통합전 과(課)가 각각 36개와33개였는데 통합후 5년이 흐른 2000년에는 20개와 16개로 뚜렷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고, 통합전 충주와 제천을 합쳐 총 2560명이었던 공무원수 역시 99년에 2111명으로 점진적이지만 분명히 감소하고 있다"며 "청주-청원이 통합할 경우 이처럼 단순히 직제및 공무원 수의 변화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행정비용의 절감과 아울러 도시 경쟁력 향상 등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는 분야에서 대단한 통합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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