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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15년 끝, 이젠 직지세계화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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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15년 끝, 이젠 직지세계화 향해 간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6.24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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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취임한 곽동철 (사)세계직지문화협회장

 

곽동철 회장
곽동철 회장.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를 수식할 때 가장 자랑스런 말은 현존하는 세계 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간행한 도시라는 것이다. 직지는 당시 고려가 최고의 문화강국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유일한 증거물이다. 그러므로 직지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금속활자본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알려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하다. 청주시가 입으로는 직지의 세계화를 외치지만 직지의 전국화조차도 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시민들의 여론이다.

직지를 국내외에 알리고 그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청주시, 고인쇄박물관, 그리고 시민조직이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 정책을 펴나가고 예산을 지원하며 금속활자를 연구하는 일은 청주시와 고인쇄박물관에서 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 직지를 홍보하고 행사를 기획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조직 또한 필요하다. 민간조직 없이 관 조직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 어렵다. 현재 이런 조직으로는 (사)세계직지문화협회가 있다.

이 협회는 지난 2005년 3월 문을 열었다. 직지의 가치를 전세계에 알려 정보·문화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직지세계화사업을 추진·지원하는데 목적을 두고 출범했다. 창립된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그럼에도 대다수 시민들은 협회의 존재를 모른다. 여기서 무슨 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사)세계직지문화협회는 직지세계화 후원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계획수립과 집행, 직지금속활자 관련 학술연구 및 교육사업, 직지관련 국제교류·전시·홍보, 국내외 직지찾기운동 사업, 직지관련 국가 및 지자체 위탁사업 등을 추진한다고 정관에 명시했다.

그렇지만 직지세계화를 위한 연구, 교육, 인재양성, 국제교류 등은 시작도 못하고 청주시 보조금을 받아 행사하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주요 사업은 1인1책펴내기와 직지홍보 순회전시회, 직지사랑전국백일장대회 등이다. 이 때문에 존재감조차 없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사)세계직지문화협회는 설립당시 목표 모금액을 100억원으로 정했다. 한 관계자는 “이 기금을 마련하고 이자수입으로 사업을 할 계획이었으나 기금 마련을 게을리 하면서 모든 게 빗나갔다. 2014년까지 3억5000여 만원을 조성하는데 그쳤고 이후에도 받은 기금이 없다. 현재 남은 돈도 2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협회는 직지와 관련없는 명망가들이 회장, 퇴직공무원이나 선거공신이 사무총장을 해왔다. 창립 당시 회장은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맡았고 정종택 전 충청대학장, 故 이상훈 충북지역개발회장, 유기영 전 청주시의장, 채희대 전 농협충북지역본부장 등이 이사로 들어갔다. 이수성 전 총리가 직지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회장으로 추대했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까지는 나기정 전 청주시장이 회장을 맡았다.

그러던 중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난 2018년 12월 청주시의회는 2019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인건비 및 운영비 절반을 삭감한다. 시의회는 그동안 이 협회에 왜 예산을 주느냐며 곧잘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일부 임원들이 이사회에 회장단이 책임을 지고 총사퇴 하자는 안건을 올렸고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다.

이후 협회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남윤성 이사(전 청주MBC 편성제작국장)가 한동안 비상대책위원장 역할을 했다. 비상대책위는 지난해 말 곽동철(65)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회장으로 추대했고 이사회와 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협회는 변화의 물꼬를 텄다. 곽 교수는 올해 1월 1일 회장으로 취임했다. 다음은 곽동철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직지' 영인본
'직지' 영인본

 

- 회장으로 취임한 후 어떻게 지냈나?

“이사진 개편, 정관개정, 향후 사업검토 등 바쁘게 일했다. 상반기에 협회 정비하고, 하반기에는 내년 사업계획을 짤 것이다. 그래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것이다. 얼마전부터 직지관련 책을 계속 읽고 있다. 직지 내용이 어렵긴 하다. 이 어려운 것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것인가가 과제다.”
 

-회장이 되기 전에도 직지에 관심이 있었나?

“그렇다. 청주대 문헌정보학과에 서지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있었고 평소에 직지관련 행사에도 가보는 등 관심이 많았다. 비상대책위에서 직지와 관련이 있을 것, 정치인이 아닐 것, 특정 종교와 관련이 없을 것, 전국적인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을 것 등 4가지 기준을 만들고 회장을 물색했다고 들었다. 나는 직지 전공자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고사했으나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수락했다. 대신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는 사무총장은 직지 전문가, 황정하 전 청주 고인쇄박물관 학예실장을 뽑았다.”
 

- (사)세계직지문화협회는 그동안 시민들에게 이렇다 할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명무실한 조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1995년 이수성 전 총리를 회장으로 추대하고 화려한 조직을 만들었으나 인력과 돈이 뒷받침 되지 않아 활동을 못한 것 같다. 청주시장은 자주 바뀌고 비전문가들이 사무총장을 해왔다. 들어와서 보니 청주시, 고인쇄박물관, 협회 일이 혼재돼 뒤죽박죽이다. 한마디로 역할 분담이 안 돼 있다. 이 것부터 정리해야 일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회원이 없다. 전체 회원이 68명이고 여기서 이사들을 제외하면 40여명 밖에 안 남는다. 나는 2022년 총회 때 회원들을 1377명 이상 가입시켜 놓겠다고 약속했다.”

15년된 협회 회원이 68명이라는 사실은 그동안 일을 안했다는 걸 단적으로 증명한다. 회원없는 협회는 몇 몇 사람들만의 조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청주시에서 예산받아 직원들 인건비주고, 사업 몇 개 운영하는 곳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 협회는 1901년 창립해 올해로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구텐베르크협회를 본따 만들었다고 한다. 시민들이 주축이 된 구텐베르크협회는 1900년 독일 마인쯔에 구텐베르크박물관이 생기면서 결성됐다. 여기서는 회원 회비와 후원업체 기부금 등을 모아 구텐베르크 연구, 연감 발행, 구텐베르크박물관 지원, 구텐베르크상 시상금 지원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박물관을 지원하고 구텐베르크를 연구하는 꼭 필요한 조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이 협회를 어떤 조직으로 키울 계획인가?

“청주시민의 사랑을 받는 협회로 육성하고 싶다. 시민들이 직지를 사랑하고 협회도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협회의 활동 폭을 넓혔다고 들었다.

“직지세계화사업을 수행하고 기부단체 등록을 위해 정관을 일부 개정했다. 학술연구, 교육사업, 국제교류, 직지찾기운동 등 그전에 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그대로 이어가고 부대사업 시행과 관련 시설물의 설치·관리·운영, 직지축제와 직지상 시상식 행사 추진, 기타 목적달성을 위한 수익사업 등을 추가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봐서 직지축제와 직지상 시상식 개최, 직지해설사 교육 같은 것도 협회에서 해보려고 한다. 기부단체 등록은 기부금을 내면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이다. 기금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

이 말 끝에 그는 올해 직지축제 학술세미나 중 한 개를 (사)세계직지문화협회에서 주관한다고 말했다. 주제는 ‘기록문화의 미래’. 직지, 한글, 반도체, 인공지능 등을 연결해 기록문화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꾸민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학술세미나를 온라인으로 개최할 수도 있지만 이런 행사에 협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사)세계직지문화협회는 청주시로부터 매년 인건비 및 운영비 1억원, 1인1책 펴내기 사업비 1억6000만원, 직지전국순회전 개최비 1억원 등을 받았다. 월급을 받는 사무 직원은 사무총장과 직원 2명이 있다.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며 비상근 이다. 곽 회장은 “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회장 업무추진비가 한 푼도 없어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 청주시에 사업비를 요구하고 내년에는 일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복원한 '직지' 활자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복원한 '직지' 활자

- 사)세계직지문화협회를 홍보하는 자료가 변변히 없다. 리플렛 한 개가 없고, 협회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홈페이지를 접속해 들어가야 한다. 홈페이지 내용도 빈약하다.

“그동안 홍보도 제대로 안했다. 앞으로 앱을 개발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 직지를 제대로 알려 시민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 학생이나 성인들에게 알맞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초등학교 7차 교육과정 5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직지가 들어갔으나 8차 교육과정 개편시 모두 빠졌다. 정말 아쉽다. 교사들 연수기관인 단재교육연수원, 공무원들의 연수기관인 자치연수원에서도 직지교육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

경남 김해가 고향인 곽동철 회장은 연세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로 활동해 왔고 올해 8월 말 정년퇴임 한다. 교육부 도서관정책자문위원장, 한국문헌정보학회장,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장, 책읽는청주추진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2015년부터 한국도서관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초중고교 때 도서부 활동을 하면서 도서관과 친해졌다. 이후 자연스럽게 도서관학과를 가게 됐다. 충북도내에서는 유일하게 청주대에 도서관학과가 있었다. 그동안 도서관 사서들을 많이 길러냈다. 지금은 건국대 충주캠퍼스에도 도서관학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곽 회장의 전공은 도서관 경영, 정보정책이다. 청주대에서도 중앙도서관장을 지냈다. 그는 연세대 대학원 시절 여담을 들려줬다. 석사학위 논문으로 ‘해방이후 도서 검열과 도서관에서의 지적 자유’라는 주제로 논문을 썼으나 지도교수가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시대적 배경을 일제치하로 바꾸라고 했다는 것. 그 때가 1980년대니 이해가 된다. 그는 논문을 다시 쓰느라 졸업이 2년이나 늦어졌고 1986년 졸업했다고 한다.

(사)세계직지문화협회는 15년이나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이제 바로서야 할 때가 됐다. 이럴 때 누가 회장을 하느냐는 중요하다. 곽 회장은 협회가 직지의 세계화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단초를 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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