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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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사에서
  • 육정숙 시민기자
  • 승인 2006.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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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늦은 저녁 풍경
목탁소리...
가녀린 손끝을 타고
장삼자락 흔들어 대는
저 바람 속으로 흩어지는데

비구니의 저녁 예불소리
절절하니

도량으로
입술을 당차게 오무린 한송이 연꽃대궁
시끌벅적한 세상을 향해 소리없이 치솟는다

도량에 돌틈새 비집고 나온 여린 풀꽃들
그저 온몸을 드러 냈을 뿐인데

바람에 흔들리는 저 모습은 왜 그리도 고운고!

법의 향기런가
진리의 향기런가
도량 가득한 풀내음은
또 어쩌려구
저리도 향긋 하던가!

저녁놀은 타고
칠월의 해거름은 석류알을 맘껏 토해낸다

시나브로 어둠자락 깔리는 산사는
속옷 속으로 언뜻언뜻 비치는 여인네의 속살이 듯
아른거리는데

나그네는 바람따라 흩어지는 목탁소리에
속내를 털어내고 또 털어 내 보지만

저 우둔함이여! 어찌하리오

도량에 앉았더니
구차하게
소주 한 잔이 간절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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