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이탈하고 총재가 100여평의 빌라때문에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중앙당의 고민 못지않게 후보경선으로 잡음이 많은 지구당의 속앓이가 자칫 종양으로까지 번질 분위기다. 사실 이 병의 징후는 한나라당이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끌어 모을 때 이미 예고됐고, 언론에서도 경고음을 울렸었다.
일방적 선거 바람 물건너가
민주당의 반격은 당장 자치단체장 후보의 손쉬운 전열정비에서 나타난다. 이미 가시화된 후보들은 별다른 견제없이 선거전을 대비하고 있다. 당의 방침도 후보결정 과정에서 힘의 소진을 최대한 억제하는 대신 본선에 전력한다는 것이다. 군식구가 많은 한나라당의 아우성(?)을 틈타 되치기에 나서겠다는 발상이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지역은 청주(나기정) 충주(이승일) 청원(최창호) 진천 (유영훈) 옥천(유봉렬) 등이다. 최근 언론에 의한 도지사 출마설로 본인 스스로 헷갈리는 정치판을 실감한 나시장은 현직의 프리미엄을 담보로 잡는 것 외에도 측근들을 통해 조직구축을 위한 본 작업에 돌입했다. 향후 선거캠프를 책임질 인물을 물색하는가 하면 각계의 유력인사를 끌어들이는데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나시장측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는 한 인사는 “아주 포괄적으로 조직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의 말은 더 구체적이다. “민심이 많이 이반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과거 녹색바람 같은 여론의 일방적 쏠림현상이었는데 최근에 아주 바람직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 못지않게 그동안 잘 나가던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악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앞으로 나타날 신당도 우리보다는 상대(한나라) 쪽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방적인 선거바람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청주시장 선거가 나기정 한대수(한나라당) 김현수의 삼각구도로 굳혀진다면 우리한테 절대 유리하다. 주변에선 민심(한대수)과 고정표(김현수)를 등에 업게될 상대의 거센 도전을 많이 의식하지만 우리한테는 그 보다 더 확실한 고정표를 갖고 있다. 정권교체를 몰고 온 지지층이다. 반드시 승산이 있고 지금부터는 이기기 위한 관리에 들어 갈 것이다.”
충주, 후보 차별화 통한 승부수
이승일씨(교통안전공단 이사장)를 내세운 충주에서도 재미나는 이벤트가 준비되고 있다. 선거판에서 충주는 이시종시장의 아성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절대 우세를 보인데다 한나라당 공천마저 거머쥠으로써 그의 당선 가능성이 더 확실하게 부각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승일 카드를 꺼내 든 민주당의 속셈은 다르다. 후보의 차별화를 통한 승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미 인간성(!)과 학교관계 공직관계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에 돌입한 상태다. 청주고(이시종)와 충주고(이승일)의 구도 뿐만 아니라 내무관료(시)와 건설관료(승) 사이의 기싸움도 볼만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후보자와 지원세력간의 복잡한 상관관계다. 민주당 이원성의원과 한나라당 충주지구당 한창희위원장은 당을 달리함으로써 서로 1차적인 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선 이들의 관계를 앙숙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지난 16대 총선 때 각자 후보로 나서 아귀다툼을 벌인 악연 때문이기도 하지만 둘은 체질적으로도 상반된다. 때문에 오는 6월 지방선거는 이들간의 2라운드 성격이 짙고 그만큼 흥미가 크다. 여기에다 강요된 한 식구, 즉 한나라당 한위원장과 이시종 시장간의 비자발적 동승(同乘)을 민주당에선 호재로 여기고 있다.
“전략적 결혼 오래 못간다”
한-이는 서로 감정의 괴리(乖離)를 안고 있었고, 얼마전 시장후보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이시장이 한위원장의 지지를 얻은 김호복 전대전지방국세청장을 내치고 공천을 확보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한위원장의 입지가 훼손당했다. 민주당은 이를 놓고 “지방선거 후보의 공천권을 쥔 지구당위원장이 오히려 후보한테 당했다”고 흠집을 내고 있다. 민주당 충주지구당의 한 관계자는 “서로 얼굴을 돌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전략적 결혼을 했지만 앙금은 남아 있을 것이다. 선거에서 나타날 그 결과는 말 안해도 뻔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한위원장이 제기한 총선 관련 고소 고발사건으로 와병중에도 시달림을 당해야 했던 이원성의원은 특히 6월 지방선거를 복수(!)의 호기로 삼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얼마전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그는 지구당의 모든 역량을 이승일 당선시키기에 투입하면서 아예 작심한 듯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측근은 “현역의원을 가진 지구당이기 때문에 공조직이 고스란히 가동되고 있다. 이시종시장이 설령 재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2년 후에는 또 다시 선거를 치를 판이다. 시장선거는 연습이 아니다. 이점을 유권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이시장의 17대 총선 출마를 점치는 일부 지역여론을 감안한, 다분히 전략적 발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는 역시 서로간 공방이 있어야 재미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기세에 그야말로 기를 못 필 정도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앞으로의 반격을 지켜 보면 집권당으로서의 저력을 실감할 것이다”고 말했다.
/ 한덕현 기자
자민련 단체장 한나라당행 이대로 끝나나“입당 타진해 왔으나 거절했다”
지난 8일로 한나라당 기초단체장 후보자 공천신청이 마감됐으나 자민련 소속을 포함한 자치단체장들의 이동은 정상헌 음성군수 한 사람으로 그쳤다. 신당설 등으로 촉발된 중앙정계의 요동으로 이원종지사의 한나라당행도 잠시 조정국면(?)을 타고 있다. 주변에선 자치단체장들의 한나라당행이 이젠 마무리된 게 아니냐는 성급한 판단까지 내놓고 있다.
당초 이원종지사를 비롯한 권희필 제천시장, 정상헌 음성군수, 김경회 진천군수, 김문배 괴산군수 등 자민련 자치단체장과 박완진영동군수 이건표 단양군수의 한나라당행이 점쳐졌으나 정상헌 음성군수만이 입당했다. 이들중 일부는 입당의사를 비쳤으나 당쪽에서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고 몇몇은 아직도 탈당과 잔류 사이에서 앞뒤를 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기초자치단체장중 2명 정도는 본인들의 입당의사에도 불구, 당에서 안받아들였다. 여론상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그외 분들에 대해선 아직 문호를 열어 놓고 있다. 비록 후보자 공모시한이 지났지만 신청자중 경쟁력이 극히 떨어지거나 아예 신청자가 없는 경우에는 지구당운영위원회를 거쳐 시한을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 이미 진천 괴산 등은 그러기로 협의가 됐다. 마지막까지 당선 가능한 인물의 영입을 위해 문을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유의재 행정부지사 등 고위 공직자들의 영입설이 근거없이 나돌아 당사자들의 반발을 샀는데 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한 적도 없는데 그런 식으로 확대됐다. 본인들한테는 미안하다. 하지만 공직자들 역시 사석에서의 각종 발언(?)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묘한 말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