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 더 중요해’ 비대면 시대 지역축제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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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더 중요해’ 비대면 시대 지역축제 아이러니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0.07 11: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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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문화재야행 촬영 때문에 중앙공원 봉쇄 논란
청주시 하반기 대형축제 취소하거나 영상으로 제작

지난 922일 청주 중앙공원에는 펜스가 쳐졌다. ‘청주문화재야행행사를 촬영하기 위해 문화재가 있는 중앙공원 일대 시민들의 진입을 막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과 주최측간에 고성 및 시비가 벌어졌다. 통행 자체를 막은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또한 행사 진행자들이 시민들을 대하는 태도도 문제가 됐다.

시민 모 씨는 근무지를 가려면 중앙공원을 통과해야 한다. 사방에 펜스가 쳐져있고, 고압적인 태도로 통행을 막았다. 예쁜 그림을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 맞나 싶다. 영상을 찍기 위해 시민들을 이렇게 통제하는 게 옳은 건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최소한의 통행로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날 중앙공원에 있던 노인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를 두고 행사를 준비한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민원이 제기됐고, 이에 대해 답변을 마쳤다. 이미 촬영 때문에 통제할 것을 예고하고 현수막을 게시했지만 홍보가 덜 됐던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시행때문에 촬영장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것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예쁜그림을 만들기 위해 통제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답변했다.

시민 정용만 씨는 청주시가 좀 예측가능한 행정을 펼치면 좋겠다. 이날 중앙공원에 있던 노인들뿐만 아니라 일부 노숙인들은 오갈 데가 없어 방황했다. 그들이 얼마나 중요하냐고 반문하면 할 말이 없지만, 적어도 여기에 있는 노인들에 대한 어떠한 조치를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청주문화재야행’ 영상 촬영 때문에 청주시는 최근 문화재가 있는 중앙공원 일대 시민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사진 독자제공
‘청주문화재야행’ 영상 촬영 때문에 청주시는 최근 문화재가 있는 중앙공원 일대 시민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사진=독자제공

 

쏟아지는 비대면 축제들

 

청주문화재야행은 1012일부터 16일까지 유튜브에서 내용을 공개한다. 유튜브에서 청주문화재야행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 등을 담은 총 19개의 콘텐츠를 제작해 보여줄 계획이다. 행사를 주최한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측은 교육용 콘텐츠를 비롯해 시민들에게 직접 과제를 내고 이를 수행해 해시태그를 달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벌인다고 말했다.

청주야행을 비롯한 청주의 대형 문화예술 축제들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그 가운데 사람들의 운집이 불가피한 축제들은 아예 취소했다. 직지페스티벌, 청원생명축제, 초정약수축제, 청남대 재즈토닉페스티벌 등이 취소됐다.

또 청주예술제, 청주민족예술제 등 예술인들의 축제는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대형 시민 축제들이 취소돼 예산을 반납하게 됐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이 내려와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 예술 축제들마저 취소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예술가들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비대면으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비대면 축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보니 시민들도 주최측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9월엔 전통공예페스티벌과 한국공예관 오픈 스튜디오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전통공예페스티벌의 경우 조회수 및 관람객 집계가 약 1만명을 기록했다고 재단 측은 보도자료를 뿌렸다. 공들여 만든 영상물을 시민들에게 널리 보여주기 위해 재단 측은 청주시내 주요 도심의 밀집지 12곳에서 영상을 보여주는 찾아가는 상영회를 개최했다. 이날 영상을 본 이들 약 5000명과 따로 영상을 순순히 본 5000명을 합산한 것이다.

 

조회수나오지 않지만

 

이처럼 찾아가는 상영회를 통해 조회수를 높이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축제나 공연콘텐츠들은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 이번에 유튜브에 새롭게 채널을 개설하다보니 채널을 알리는 데도 시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영속성을 갖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른바 비대면 영상은 제출용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조회수 등 영상의 품질까지는 아직 평가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19로 내년 축제도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2년마다 열리는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예약돼 있다. 만약 내년 가을까지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는다면 청주공예비엔날레 일정 또한 차질을 빚게 된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관계자는 새로 선임된 감독이 여러 가지 플랜을 짜고 있다. 전시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는 부산비엔날레가 개막했는데 예약제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영상의 조회수 등도 평가 요소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어찌보면 영상 조회수가 숫자로 볼 수 있는 정확한 관람객 수이지 않나. 여하튼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모두 혼란스러운 건 맞다고 덧붙였다.

지역의 한 공연예술계 종사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갑자기 행사가 모두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계속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예술인들도 비대면 시대 어떻게 예술이 시민들과 소통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시에서도 예산을 불용처리할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예술가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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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20-10-07 14:44:41
통행로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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